[정신과의사의 솔직한 생각 #1]
안녕하세요 정신과 전문의 정우열입니다.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해 보려고 하는데요. 정신과 의사 정우열의 명언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 어록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지만, 제가 방송, 강연, 책에서 정말 자주 하는 말들 중에서 반응이 좋았던 것들을 하나씩 말씀드려 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첫 스타트인데요. 오늘 드릴 말씀은 아마 예상하셨겠지만 "사람은 생각보다 별로입니다"입니다. 이 말 때문에 "뭐 의사가 이렇게 냉소적이냐", 또 "사람을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 거 아니냐" 이렇게 느끼시는 분들도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이 말이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을 덜 힘들게 하는 말이라는 거를 차근차근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이 별로라는 게 남도 별로고 나도 별로라는 말인데요.
우선은 남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보겠습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별로입니다"라는 게 사람을 무시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이 핵심은 우리가 사람에게 너무 기대를 많이 걸고 산다는 건데요. 늘 나를 이해해 줄 거라고 기대하고, 항상 배려해 줄 거라고 기대하고, 내가 너무 힘들면은 알아서 눈치채 줄 거라고 기대합니다. 근데 현실은 어떤가요? 말 안 하면 모르죠. 또 상대방도 여유가 없으면 잘 못 보고요. 본인이 힘들면은 남 신경을 못 씁니다. 이게 이상한 게 아니라 그냥 평범한 인간의 기본 상태라는 말입니다.
인간관계가 힘들다고 느끼시는 분들은 이런 경험이 좀 많이 쌓여 있는데요. "왜 저 사람은 이렇게 밖에 못 하냐?", "이 정도도 이해를 못 해 주냐?", "나는 이렇게까지 했는데 이게 뭐냐?" 이렇게 기대를 하고 또 상대방에게 실망을 하고 이런 대부분은 사실은 내가 혼자 마음속으로 세운 기준인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는 원래도 그 정도 사람인 거고, 그 정도의 여유 정도이고, 그 정도의 능력인 건데 우리는 "이래야 한다"라는 기준으로 기대를 하고 계속 실망을 반복하죠. 그래서 관계가 지치고...
이번에는 남이 아닌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할 텐데요. 역시 나도 별로라는 거죠. 자존감이 낮은 분들의 공통점은 사람에 대한 기준이 굉장히 높다는 면이 있습니다. 그 기준을 자기한테 적용한다는 건데요."이 정도는 마땅히 해 줘야지 정상 아니냐", "사람이면 마땅히 이렇게 해야 된다". 이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좋은 사람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기대치가 너무 높은 상태일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문제가 뭐냐면은 그 기준이 나를 향할 때 너무 힘들어진다는 거예요. 내가 조금만 실수해도, 그리고 조금만 뭐 흔들려도, 조금만 못 해도 아주 가혹하게 자신을 대하죠. 제가 늘 자주 하는 표현,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많이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떻게 될까요? 바로 번아웃이 잘 오겠죠. 번아웃이 온 분들은 이제 공통적인 패턴이 좀 있는데요. 결국에는 기대를 너무 많이 했다라는 거 자신에게. 내가 그렇게 하면은 또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고 또 기대를 하고 또 돌아올 거라고 기대를 하고. 근데 현실은 잘 안 돌아오죠. 역시나 사람은 생각보다 별로라서 둔하고 또 자기중심적이고 여유가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죠. 이걸 좀 냉정하게 인정하지 못하면은 계속 혼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소진이 됩니다.
그래서 기준을 낮추는 게 중요한데 여기서 또 오해가 자주 생기는 거 같아요. "그러면 내가 포기하라는 거냐?", "아무런 기대도 하지 말라는 거냐?". 아닙니다. 기준을 낮춘다는 게 조금 현실적으로 보다는 뜻이죠. 완벽한 이해를 상대방한테 기대하지 않고, 또 항상 상대방이 성숙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고, 항상 내 마음을 자동적으로 알아주길 바라지 않고. 그다음에 나도 역시 조금 바뀌어야겠죠. 말로 정확하게 내 마음을 좀 표현하고 기대하는 게 있다면은 말하지 않고 한 번에 성사되길 기대하는 게 아니라 협의를 통해서 조율을 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실망을 줄여 가는 거죠. 이게 어떻게 보면은 관계를 너무 비즈니스처럼 만드는 거 아니냐, 차갑게 만드는 거 아니냐라는 생각을 할 수가 있는데 오히려 훨씬 안정적인 관계를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중요한 포인트는 또 역시 나를 향한 기준이겠죠. 남에게 기준을 낮추는 만큼 나 자신에게도 낮춰야 되는데요. 당연히 늘 잘할 필요 없고 항상 성숙할 필요 없고 매번 오를 필요가 없죠. 사람이 원래 생각보다 별로니까 흔들릴 수 있고 실수할 수 있고 때로는 별로일 수 있고 이런 거를 자기에게도 인정하는 순간에 제가 늘 강조드리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가 훨씬 더 부드러워집니다. 자존감의 정의가 내가 대단하다라고 믿는 게 아니라요, 별로인 나도 그대로 수용할 수 있는 힘입니다. 이렇게 "사람은 생각보다 별로라는 이 말"을 마음에 담고 살면은 변화가 좀 생기는데요. 조금 덜 서운해지고 조금 덜 화가 나고 조금 덜 실망합니다. 사람이 막 좋아져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냥 기대대로 현실이 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때부터 관계가 오히려 편안해집니다.
오늘 드린 말씀을 요약할 텐데요. 사람은 생각보다 별로입니다. 그래서 덜 기대해도 되고 덜 실망도 되고 덜 애쓰셔도 됩니다. 이 말이 여러분을 또 관계를 차갑게 만들기보다는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포스팅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