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

by 김승요

병원에서 일하다보면 존재의 유한함이 지는 무게를 온몸으로 실감하게 된다. 임상 현장에서 목도하는 소멸의 징후들은 우리에게 역설적이게도 생의 에너지를 공급하곤 한다. 혼탁한 의식 너머의 적막을 보며 내가 누리는 명료한 정신의 귀함을 깨닫는다. 육신의 기능이 하나 둘 망가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비로소 편하게 숨 쉬고 사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타인의 고통을 보며 나의 건재함을 깨닫는다.


타인의 상실을 보며 나의 안녕에 안도하는 일. 이 각성이 어쩌면 인간이 지닌 비겁하지만 절실한 생존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진실은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며 생의 감각을 일깨우는 이 오만한 관찰자적 태도도 영원하지 않다는 점이다. memento mori.


그러니 우리는 이 비겁한 안도감 끝에 차오르는 슬픔이라는 감정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어쩌면 우리가 얼마나 간절하게 살고 싶어 하는지를 증명하는 인간적인 고백이기 때문이다. 정해진 결말 앞에서 겸손해져 보는 걸 어떨까..


결론은 모르겠다. 각자의 선택이다. 어떤 마인드로 살 것인지는 말이다. 오늘을 영원처럼 사는 사람들 앞에서는 씨알도 안 먹힐 이야기다. 정해진 결말 앞에서 때로는 허무하기도 하고 우울감이 들기도 하지만 별 수가 없다. 뾰족한 수가 없다. 같은 운명을 타고난 우리에게 조금의 첨언을 하자면 그럼에도 누군가는 '오늘 세상이 망해도 나는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는 것이다. 고집스러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그런 날이 온다. 나도 당신도 기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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