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YMCA 마라톤

하프에 도전

by 엘리홀리

하프를 완주했다.


일주일 전, 경주 마라톤에서 빡런을 하고 오른쪽 아킬레스건에 이상 신호가 왔었다.

최대한 쉬려고 했고, 덕분에 하프 전에 LSD도 해보지 못하고 대회에 참가했다.


내가 뛰어본 최대 거리는 15km.

대회에서 15km 표시판을 지나는데, 만감이 교차했다. 여기부터는 처음이었다.

나중에 기록을 보니 15km 지점부터 속도가 쳐지고 있었다.

처음이라, 에너지를 얼마나 쓰고 얼마나 남겨야 하는지 감이 전혀 없으니.. 남은 6km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달릴 수밖에 없었다. 18km 즈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맞바람에 고개를 푹 숙이고 뛰어야 했다.

그렇게 달리다가 20km 표지를 보고 발을 빨리 구르기 시작했다. 1km만 가면 됐다! 에너지를 남길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과체중 러너, 달리기 11개월 만에, 하프, 2시간 9분으로 완주했다.


당일까지도 컷오프 될까 봐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 실제로.. 반대편 후미에서 오는 경찰차와 호송차량도 봤다ㅠ_ㅠ

힘들었냐고 묻는 질문에, 힘들었다,라고 대답하진 못했다. 빡런을 하진 않았으니까..

경주처럼 언덕이 굽이굽이 심하지도 않았고, 길이 좁아 사람들을 이리저리 피할 필요도 없었다.

넓은 도로를 시원시원하게 달릴 수 있어서 계속 내 앞 직선으로 뛸 수 있었다. 물론.. 10k 주자들이 나를 이리저리 피해 갔었던 것 같긴 하다.ㅎㅎㅎ


사실, 하프와 10k 주자들이 양갈래로 나눠지던 순간이 인상적이었다.

10k 주자들이 빠지고 하프 주자들만 남은 8-9km 지점부터는 고요했다.

수다 떨면서 뛰던 주자들이 다 사라졌고 음악도 들리지 않았다. 신기했다.

여기부터 찐이구나 싶었다.

첫 도전이라 모든 게 낯설고 설렜다. 어느 대회보다 오래 기억될 대회였다.



+

대회가 끝나고 영상을 봤는데.. 뛰는 자세가 영 마음에 안 들었다ㅠ_ㅠ

뭔가.. 할머니가 총총총 뛰는 느낌..

케이던스도 과하게 높고, 케이던스에 비해 속도는 느린 상황이다.

어디서 보니.. 이런 건 기초체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고도 한다.


사실, 숨이 턱 끝까지 차는 상황이 두렵다. 그래서 케이던스를 올려서 숨이 차지 않게 뛰고 있다..

예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요즘 이상하게 숨이 차는 게 무섭다.

한번은 뚫어야 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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