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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Jan 08. 2022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한번 만난 인연은 잊히는 것이 아니라...

 

The Spiriting Away Of Sen And Chihiro, 2001

개요 애니메이션, 판타지, 모험, 가족 / 일본 / 126분 / 2015. 02 재개봉, 2002, 06개봉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히이라키 루미(치히로/센의 목소리), 이리노 미유(하쿠 목소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2001년 작품으로 인간 소녀 '치히로'가 신의 세계에서 '센'이 되어 겪게 되는 모험담이다.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인 일본의 정령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 

일본 정령들은 일본 사람들처럼 온천장을 좋아한다. 

신의 세계에 있는 온천장에서 일어나는 센과 정령들의 이야기가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펼쳐진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감독의 자연친화적인 세계관 속에 함께 흐르는 히사이시 조의 감미로운 선율이다. 그의 섬세한 피아노 연주 '어느 여름날'과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흐르던 '언제나 몇 번이라도'는 신비롭고 아련한 감동을 전해준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치히로 가족이 이사하는 날.

치히로는 친구들과 헤어져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것이 못마땅하다. 

네비엔 새로운 집이 가까워 오는데, 아빠는 차를 잘못 몰아 수풀 우거진 외딴곳으로 들어선다. 

치히로 가족은 수풀 속에서 이상한 터널을 만난다.

호탕하게 앞장서서 터널로 들어서는 아빠를 따라 엄마와 치히로도 뒤를 따른다. 


  어리둥절한 채로 터널을 둘러보던 치히로 가족은 인기척 없는 텅 빈 거리에 들어서게 된다.

세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맛있는 음식 냄새를 맡고 홀린 듯 따라간다. 

아빠와 엄마는 음식이 가득 차려진 가게를 발견하고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치히로는 아귀처럼 욕심을 내면서 먹는 아빠와 엄마 모습이 낯설기만 하고 왠지 불안하다.  

잠시 음식점을 나왔다가 정령들을 보고 놀란 치히로는 아빠와 엄마를 찾아 다시 음식점으로 돌아가지만, 그 사이에 아빠와 엄마는 돼지로 변해있었다. 

당황한 치히로는 어쩔 줄 모르고, 음식점에서 도망쳐 나온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그때, 별안간 나타난 하쿠의 도움으로 치히로는 겨우 커다란 온천장에 도착한다. 

이곳은 마녀 유바바가 지배하는 온천장이다. 

밤마다 온갖 정령들이 찾아와서 놀고먹고 쉬는 곳이다.


  하쿠의 안내를 받아 찾아간 곳에는 수많은 돼지가 사육되고 있다. 

그중, 치히로의 아빠와 엄마도 있다지만,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다. 

물론 돼지로 변해버린 아빠와 엄마도 본인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냥 돼지로 살고 있다. 

이 들 돼지는 정령들의 음식으로 만들어진다.


  

  치히로는 돼지로 변해버린 엄마, 아빠를 찾아 함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골몰한다. 치히로는 일단 하쿠의 도움으로 유바바 온천장에서 일자리를 얻어 머물면서 부모님을 구출하기로 한다. 


  치히로는 우여골절을 겪으며 겨우 온천장의 새내기 종업원 '센'이 된다. 종업원이 된 치히로는 마녀로부터 '센'이라는 이름을 받는다. 

하쿠를 다시 만나게 된 치히로는 하쿠가 유바바에게 마술을 배우러 왔다가 진짜 이름을 빼앗기고 이전으로 돌아갈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듣고 놀란다. 

치히로도 마녀로부터 '센'이란 이름을 받고, 치히로라는 이름을 빼앗겼지만, 하쿠의 말을 듣고 소중한 이름 '치히로'를 기억에 꼭 담아둔다. 

  


  마녀의 온천장에서 바라보이는  먼 하늘에서 용이 날아오는 것이 보인다. 

용의 모습으로 날아왔으나, 그는 악취를 풍기는 '오물 신'이었다. 

오물 신이 온천장을 방문하자, 마녀 유바바는 치히로에게 그의 시중을 들도록 명령한다. 

온천장 종업원들은 오물 신의 부패에서 나는 악취로 모두 멀리 달아나 버린다. 

마녀 유바바까지 지저분한 오물 신에겐 가까이 가려하지 않는다. 


  치히로도 그의 역한 냄새와 외모에 놀라지만 이내 그의 목욕 시중을 들며, 주어진 책임을 다한다. 

'오물 신' 몸에서 씻겨 나온 부패한 오물들은 인간이 오염시킨 강물의 쓰레기였다. 

치히로 덕분에 부패했던 오물 신은 다시 '강의 신'으로  돌아가게 된다.

부패의 신은 돌아가기 전, 치히로에게 따로 '알약'을 선물로 준다. 

치히로는 소중하게 간직해 둔다. 

이 일로 마녀 유바바도 치히로를 칭찬하며 한껏 치켜세운다. 



  온천장에는 일본 토착 신앙의 정서가 묻어난다. 

물이 흘러넘치는 온천은 초자연적인 정령들의 쉼터 공간이다. 우리 눈에는 무척 이색적인 곳이다. 

이곳에서도 황금(돈)을 많이 지불하는 정령은 귀빈(VIP) 대접을 받는다. 

물이 끝없이 흘러넘치고, 황금도 쉬지 않고 돌고 도는 쾌락의 장소다.


  온천장은 치히로 같은 새내기 종업원에게는 힘겨운 노동의 공간이기도 하다. 

마녀 유바바는 이름과 기억을 빼앗는 대가로 온천장 일자리를 준다. 

종업원들은 일하지 않으면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없으므로, 모두 이름을 빼앗긴 상태다.


  이곳은 마녀 유바바는 물론 종업원들까지 황금에 눈이 멀어있다. 

얼굴 없는 신 '가오나시'가 황금을 뿌리면, 잡혀 먹힐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모두 그에게로 몰려든다. 

마녀 유바바는 가장 악랄하면서도 가장 황금을 사랑한다. 

치히로는 온천장에서 황금에 관심이 없는 유일한 사람이다. 

치히로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가오나시'신은 황금에 무관심한 치히로의 태도에 크게 실망한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 가오나시 신과 치히로


  소녀 치히로는 이곳에서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며 스스로 성장하게 된다. 

어느 날, 치히로는 상처 입고 쓰러진 용을 보게 되고, 그 용이 하쿠임을 알아챈다. 

치히로는 오물 신, 아니 강의 신으로부터 받아 소중하게 보관해 두었던 '알약'을 하쿠에게 먹여 기운을 차리도록 한다. 

하쿠도 구하고 엄마와 아빠에게 걸린 마법도 풀기 위해 치히로는 이제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문득,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우리 속담이 떠오른다. 물과 용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조합이다. 

개천, 강물, 용, 강의 신이 하나의 그림  속에 담긴다. 

이웃나라의 낯선 정령들이 슬그머니 친근하게 느껴진다. 


  마녀 유바바는 제니바라는 쌍둥이 언니를 두고 있다. 

유바바는 온천장을 운영하며 탐욕스럽게 재산을 쌓아두고 살지만, 제니바는 외딴곳에서 검소하고 정직하게 살아가고 있다. 치히로는 하쿠를 구하기 위해 편도만 가능한 기차를 타고, 제니바를 찾아간다. 

얼굴 없는 신 '가오나시'가 기꺼이 치히로와 동행한다. 


모두가 내린 썰렁한 기차 안에 치히로와 가오나시 신만 남아있다.


  치히로는 제니바를 만나, 하쿠에 대한 오해를 풀게 한다. 

얼굴 없는 신 '가오나시'는 제니바의 집에 남기로 하고, 치히로와 아쉽게 작별한다.  


  치히로는 용이 된 하쿠의 등에 타고 강을 가로질러 온천장으로 돌아간다. 

치히로는 엄마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하쿠에게 들려준다. 

치히로는 어릴 때 강에 빠진 적이 있다. 그 강은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이미 메워졌지만, 강의 이름은 '고하쿠' 강이다. 둘은 마침내 그들의 과거와 인연을 기억해낸다. 



  하쿠는 치히로의 이야기를 듣고, '니기하야미 고하쿠누시'라는 자신의 진짜 이름을 기억해 낸다. 

오래전, 치히로가 강의 신 '고하쿠'로 풍덩 빠졌던 일도 기억해 낸다. 

고하쿠가 치히로를 강의 얕은 곳으로 데려다준 것이었다. 

하쿠는 어린 치히로가 빠졌던 강이었고. 그 강은 무분별한 개발로 메워졌던 것이다. 

이제 하쿠도 치히로의 도움으로 자신의 이름을 찾았으니, 다시 그 강물이 되어 흐를 수 있게 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자연 친화적인 세계관이 잘 드러난 명작이다. 

고하쿠도 원래 이름을 찾았고, 센도 치히로라는 이름을 잊지 않고 있었기에, 각자 자기의 길로 돌아갈 수 있다. 자연(강물)과 인간의 관계는 끝나지 않는다. 그 이야기가 특별한 인연으로 이어진다는 설정이 독창적이며 흥미롭다.

'한번 만난 인연은 잊히는 것이 아니라 잊고 있을 뿐이다.'라고 하던 '강의 신' 고하쿠의 말을 되새겨 본다. 의인화시킨 강물 고하쿠와 그 강물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치히로의 인연은 우리에게도 그대로 흘러든다.  



  치히로가 터널 입구를 찾아 나서자, 치히로를 찾고 있던 아빠와 엄마의 걱정스러운 모습이 보인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부모님은 오히려 치히로에게 '어디 갔다 이제 오냐?'며 의아해한다. 


  '치히로는 어딜 갔다 왔을까?' 

우리는 치히로와 함께 마녀 유바바가 지배하는 신들의 온천장에서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훌쩍 성장해서 돌아왔다. 

환경파괴와 물질만능 사회에 물들어가는 인간의 삶을 신비한 이야기 속에 녹아내린 설정이 특별하다. 애니메이션 영화 한 편이 주는 진한 감동이 잔잔하게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 



'... 언제나 마음이 들뜨는 꿈을 꾸고 싶어

슬픔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 너머에서 분명히 당신과 만날 수 있어

잘못을 되풀이할 때마다 사람은

단지 푸른 하늘의 푸르름을 알아

끝없는 길은 계속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양손은 빛을 품을 수 있어

작별을 할 때의 조용한 가슴

제로가 되는 몸이 귀를 기울여

살아있는 신비함

죽어가는 신비함

꽃도 바람도 도시도 모두 같아

부르고 있어

가슴 어디 안에서

언제나 몇 번이라도 꿈을 그리자

슬픔의 숫자를 모두 말해 버리는 것보다

같은 입술로 살짝 노래 부르자

닫혀 가는 추억의 그 안에 언제나

잊고 싶지 않은 속삭임을 들어

산산조각으로 깨져버린 거울 위에도

새로운 풍경이 비쳐

시작되는 아침 조용한 창문

제로가 되는 몸이 채워져 가

바다의 저 편에서는 이제 찾을 수 없어

빛나는 것은 언제나 여기에

내 안에서 찾을 수 있었으니까'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이 영화 속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황금만능주의, 무분별한 개발, 전통적 가치, 노동과 휴식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소녀 치히로는 자신의 정체성(이름과 기억)을 통해 당당하게 성장해 간다. 강의 신 '고하쿠'는 기억 속에 남아있던 그 강에서 다시 맑은 물로 흘러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2002년 베를린영화제에서 금곰상을, 이듬해에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HyEhBZInZA


https://bit.ly/3G21f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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