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meday Dec 08. 2021

<태풍이 지나가고> 남는 것은?

행복은 무엇인가를 포기하지 않으면 손에 받을 수 없는 것!


After the Storm, 2016

개요  드라마 / 일본 / 117분 / 2016. 07 개봉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아베 히로시(료타), 키키 키린(요시코), 마키 요코(쿄코), 요시자와 타이요(싱고)

 


<태풍이 지나가고> 원제목은 <바다보다 더 깊이>다. 

감독은 15년 전 자기 어머니 모습을 떠올리며 영화를 만들었다. 

이 영화는 고레에다 감독이 어머니께 바치는 헌정 영화다. 



  주인공 료타는 젊은 시절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작가지만, 지금은 흥신소 사설탐정으로 겨우 밥벌이를 하며 산다. '탐정 일은 소설을 쓰기 위한 리서치'라고 구실을 댄다. 그는 3류 작가로 그냥 살아간다. 게다가 경륜장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도 료타가 고쳐야 할 습관이다. 

  결국 경제적 무능으로 사랑하는 아내 쿄코와도 이혼했다. 아들 싱고도 쿄코가 키우고 있다. 쿄코에게는 새로운 남자 친구도 생긴다.


  료타의 유일한 낙은 한 달에 한 번 아들 싱고와 만나는 일이다. 

오늘은 싱고를 만나는 날. 료타는 아들을 데리고 40년간 같은 연립 단지에서 살고 계신 할머니 댁을 찾는다. 요시코 할머니는 이웃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혼자 살아가고 있다. 


  할머니는 아들과 손자를 반갑게 맞는다. 오늘따라 태풍이 예상보다 더 강하게 불어오기 시작한다. 

쿄코는 태풍이 심하게 불어오자, 아빠에게 보낸 아들 싱고가 걱정된다. 쿄코도 싱고를 데리러 요시코 할머니 댁을 찾는다. 강력한 태풍으로 그동안 헤어져 지냈던 가족이 모두 요시코 할머니 집에 모여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태풍이 요란하게 부는 밤, 료타는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가족에게 집중해보기도 한다. 료타는 '내 인생이 어디서부터 이렇게 꼬인 거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쿄코는 어른은 사랑만으론 살 수 없다고 말한다. 쿄코의 마음은 이미 료타를 떠난 것처럼 보인다. 쿄코는 마음 편히 온전히 떠날 수 있길 바랄 뿐인지!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료타는 어린 시절 가족들을 힘들게 했던 무능한 아버지 모습이 떠오르고 아버지와 너무나 닮아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료타는 엄마 요시코에게 항상 미안하다. 이렇게 직접 마주하면 더 하다. 젊은 날, 무능력한 남편 때문에 고생한 어머니. 늙어서까지 능력 없는 아들, 시시한 어른으로 살아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요시코는 날마다 즐겁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바다보다 더 깊이 누군가를 사랑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거야!" 그녀의 잔잔하고 깊은 마음은 가족들에게 늘 위안이 된다. 요시코는 “행복은 무엇인가를 포기하지 않으면 손에 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료타는 엄마가 평생 어떤 마음으로 살아오고 계신 지 알 것 같았다.


   태풍이 불고 있지만, 료타는 아들 싱고와 문어 미끄럼틀로 잠시 놀러 나간다. 료타도 옛날 아버지와 함께 태풍이 몰아치던 날, 미끄럼틀 아래서 퍼붓던 비를 바라본 적이 있다. 

  그날처럼 태풍이 불어오는 날, 료타는 아들과 미끄럼틀 아래 앉아 추억에 젖는다. 싱고가 료타에게 묻는다. "아빠는 뭐가 되고 싶었어? 되고 싶은 사람이 됐어?"라고. 료타는 "아빠는 아직 되지 못했어. 하지만 되고 못 되고는 중요한 게 아니야."라고 대답한다. 

  어른들은 대부분 자신이 어린 시절 꿈꾸던 그런 모습의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쓸쓸한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인생에도 크고 작은 태풍이 언제나 들고 나지만, 태풍처럼 지나갈 뿐이다. 태풍이 지난 뒤, 하늘을 보라. 더 맑고 더 투명하다. 


  얼마 후, 쿄코도 두 사람을 찾으러 놀이터로 나온다. 함께 자판기 음료를 빼서 마신다. 료타는 아들에게 사주었던 잃어버린 복권도 이리저리 찾아본다. 헤어졌던 가족이 잠시 추억 담긴 놀이터에서 함께 모였지만, 태풍은 점점 더 거세지고, 다시 할머니 집으로 들어간다. 


  요시코는 "태풍이 좋아.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아."라고 말한다. 쌓인 문제, 꼬인 일들도 태풍이 지나간 자리처럼 시원하게 풀릴지. 

  태풍은 밤새도록 무섭게 울부짖었지만, 결국 자기 갈 길을 갈 뿐이었다. 새날이 밝았다. 태풍이 지나가고 남는 것은 무엇일까? 하늘도 맑고 파랗다. 가슴까지 탁 트이지만, 특별히 변한 건 없다. 그러나 료타는 자신이 쿄코의 과거 속에 남고 싶진 않다고 다시 생각한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 

  

  료타 가족에게 태풍이 지나간 지난밤은 무슨 의미가 되어줄까? 서민들이 살아가는 일상은 영화 속이나 우리네 현실이나 크게 다를 것도 없다. 이들 가족에겐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체르노빌>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