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과 은폐가 부른 참상 What is the cost of lies?
미드 <체르노빌>은 2019년 5월 6일 ~ 6월 3일, HBO에서 방영한 5부작이다. 1986년 4월 26일 일어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를 다루고 있다.
국내엔 2019년 8월 14일 왓챠 플레이를 통해 최초로 공개됐다. 제71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6개 주요 부문 노미네이션, 그중 미니시리즈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새벽 1시 23분 45초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이 폭발한 시간이며, 2년 후, 1988년 4월 26일 같은 시간, 이 드라마 주인공인 모스크바 주립 대학 화학기술과 학장 발레리 레가소프가 자살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는 사고의 진상을 기록한 녹음테이프 6개를 신문지로 겹겹이 쌓아 바깥 환풍구에 숨긴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담배를 한 대 피운 후, 스스로 목을 맨다.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수석 기술자이자 사태의 주범인 아나톨리 댜틀로프는 노동교화 10년형을 선고받는다. 원전 사고에 자기 책임이 있는 걸 부정하면서 원자로의 결함 탓만 하다 죽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일부 정상 참작이 가능했던 것은, 소련 정부에서 AZ-5 버튼에 결함이 있다는 걸 숨겼기 때문에 댜틀로프도 원자로의 결함 때문인 줄 몰랐을 것이다.
체르노빌에서 400km 떨어진 벨라루스 민스크 핵에너지 연구소에서도 자연적으론 있을 수 없는 8밀리 뢴트겐 방사능을 감지한 계측기 경보음이 울린다.
민스크 연구소 벨로루시 핵에너지 연구소 과학자 울리야나 호뮤크는 바람에 실려온 방사능을 감지한 뒤, 발레리 레가소프와 함께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는 촉망받는 여류 과학자로 등장한다. 그러나 울리야나는 실재 인물이 아닌 영화 등장 가상인물이다.
실제 인물도 행동과 성격이 가감되어 등장하니, 체르노빌 사고 경과에 몰입하면서 구급 대원들의 희생, 용감한 광부들의 피폭 등 일반 시민들의 비극적인 삶과 인간적인 대처에 집중하면서 감상하는 편이 더 낫다.
어마어마한 전 지구적인 사고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소련 정부와 체르노빌 원전 책임자들의 행태를 마주하면서 저절로 전율하게 된다.
체르노빌 발전소 폭발 사고는 거짓말과 은폐까지 더해져 지구 상 가장 비극적 참상으로 남아있다. 무고한 시민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방사능에 그대로 노출되고 그 후유증에 평생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한다.
*리그베다는 10권, 총 1028 시구로 구성. 샤머니즘인 자연 신 숭배를 시작으로 당시 사회상, 천지창조, 철학, 전쟁, 풍속, 의학 등이 망라된 인도 근원 성전이다.
레가 소프는 민스크 핵에너지 연구소에 근무하는 호뮤크를 만나, AZ-5를 눌렀는데도 원자로가 터졌다는 얘기를 듣고 의혹이 생긴다. 확대된 소개 지역 살 처분 작업을 위해 전국에서 성인 남성들이 소집된다.
소방관, 광부, 병사와 시민들은 전대미문의 재난을 겪으면서도 의연한 행동을 보여준다. 재난과 고난에서 보여주는 동유럽 서민들의 정서가 찡하게 와닿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국가들은 19세기에도 농노제가 유지됐다. 서민들은 황제의 그릇된 통치, 러시아 혁명, 우크라이나 대기근, 독일과 소련의 전쟁, 공산당 독재 등으로 험난한 고통의 세월을 겪어왔다. 그들의 척박한 비극의 삶 속에는 '한의 정서'가 깃들어 있다. 어쩜 지정학적으로 외세 침략에 항상 시달려온 우리 한의 정서와도 닿아있지 않을까!
피폭으로 전신 화상을 입고 괴로워하던 소방관들은 숨을 거둔다. 이들은 그 자체가 심각한 방사능 오염 물이 되어버린 탓에 시신도 납으로 된 관 안에 봉인, 그 위로 콘크리트를 붓는 형태로 매장된다. 시신조차 변형되어 버린 이들의 고통스러운 모습은 그대로 지옥의 모습이 아닐까?
사고 후 4개월이 흐른다. 발전소 지붕을 뒤덮고 있는 흑연에서 워낙 강한 방사능을 방출하고 있어 원자로 봉쇄 작업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이 구획을 수치에 따라 총 세 영역으로 분류한다. 두 구역인 '카탸'와 '니나'의 검출 수치는 1000~2000 뢴트겐 정도지만, 가장 강한 1만 2천 뢴트겐이 감지되는 '마샤' 쪽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히는 상황이 지속된다.
결국 월면 로봇을 불러와 흑연 치우는 작업을 시도하나, 마샤 내부에선 금세 고장이 나고 만다. 독일에서 공수해온 로봇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소련 당국이 이곳 방사능 수치를 거짓으로 2천 뢴트겐이라 밝혔으니, 그 정도 수준의 로봇밖에 받아오지 못한 것이다.
정부의 뒤늦은 대피명령을 거부하던 평범한 시민인 한 할머니의 현실을 초월한 모습이 오히려 당당해 보인다. 할머니가 한평생 겪어온 고난들을 나열하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다.
3부에서 보여준 소방관, 광부, 병사들의 죽음을 불사하는 의연한 모습과 할머니의 평온하고 강건한 얼굴이 오버랩된다. 동물들 사체 매장 장면에서 울리던 '검정 까마귀’라는 러시아 민요 역시 동유럽 사람들의 정서를 그대로 전한다.
체르노빌 사고 근본 원인은 어느 정도 정부의 각본대로 밝혀진다. 원전 사고 수습 단계로 접어든 이후 시간은 다시 흐른다.
그러나 레가소프 쿠르차토프 연구소 부소장과 호뮤크 같은 과학자들은 그 원인이 원자로 결함임을 누구보다 자세히 알고 있다. 또 한 사람 소련 정부 장관회의 부의장 보리스 셰르비나는 그나마 체르노빌 사고의 진실을 제대로 직시한 고위 층 인물이다.
발레리 레가소프는 KGB 국장 차르코프로부터 제안을 받는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원자로 결함이 아닌 아나톨리 댜틀로프 등 관리 부주의에 의한 인재라는 증언을 법정에서 해준다면 핵 개발 연구소 소장 자리와 소비에트 연방 영웅 칭호를 주겠다는 협박 성 제안이다.
레가소프는 원자로 결함부터 해결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원하는 증언을 하면, 나중에 조치해 주겠다는 공허한 답변만 돌아온다.
사고 현장 정화작업을 돕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발레리 레가소프는 보리스 셰르비나와 호뮤크도 함께 지켜보는 법정에서 사건 개요를 설명한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발생한 후, 소련 공산당 정권은 RBMK의 결함을 숨기기 위해 사고를 인재로 조작했다.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보조 수석기술자인 다틀로프가 사실상 비극적인 원자력 사고를 고의적으로 일으키려고 했다는 주장이 된다. 정부는 사건을 축소 은폐하기에 급급했고, 관료들은 자기 책임을 회피하기에 몰두하는 모습들이 사건을 더욱 비극적으로 몰고 갔다.
<체르노빌>을 6부까지 모두 보려면 7~8시간 이상 걸린다. 6부는 줄거리 총정리로 따로 감상하지 않아도 되지만, 리뷰해 본다는 의미가 있다.
체르노빌 원전의 끔찍한 사고는 한마디로 절망적이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어 한 줄기 빛을 본다. 긴박하게 움직이던 비극적인 사건 화면 전개는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지만, 아직 인류가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체르노빌> 드라마 각본을 쓰고 제작한 크레이그 메이진은 <알라딘>과 <빅 피시> 등을 집필한 존 어거스트와 함께 각본 제작 관련 팟 캐스트를 운영한 유명 작가다.
메이진은 왜 체르노빌이 폭발했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사람들은 체르노빌 폭발사고로 얼마나 피해가 났는지 만 기억할 뿐, 왜 원자로가 폭발했는지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는 댜틀로프 체르노빌 부 연구소장이 안전 시험을 하다가 원자로가 폭발했다는 기록을 접하게 된다. 안전시험을 하다 역사상 최악의 핵 사고가 난 것에 주목한 메이진은 체르노빌 관련 정보를 탐독한다.
메이진은 드라마의 주제인 '거짓말과 은폐가 불러온 참상'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다. 그는 체르노빌 사고에 얽힌 많은 이야기를 영상화했다. 잊혀 가던 체르노빌 이야기는 수많은 지구인들에게 다시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그래도 작은 희망이 보이는 것은 양심을 지키려는 물리학자,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시민들 안전을 지키려는 119 구급대원들, 체르노빌 원전 노동자들, 방사능 오염 현장에 맨몸으로 투입되던 광부들, 몸을 아끼지 않던 의료진들이 있어서다.
https://bit.ly/3lCjsU7 위키백과로 가면, 체르노빌 사건 배경과 전개, 출연진, 에피소드 목록과 설명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