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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Nov 13. 2021

<그리다> 세 가지 그리움

분단의 세월이 그들에겐 아픔이며, 그리움이었다.


<그리다> 2017

개요  드라마 한국 75분 / 2017. 10. 개봉

감독  장호준, 이인의, 박재영 

출연  평양냉면: 서준영(전상범), 한가림(윤영안) /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 황상경(상경), 박지연(지연) / 림 동미: 고은민(림 동미), 정인기(최영철)



<평양냉면>,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  

<림 동미> 

분단의 세월이 주인공들에겐 아픔이며, 그리움이었다.



  영화 <그리다>는 남북 분단에 의해 삶이 송두리째 변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움으로 담아냈다. 사상과 이념이 핏줄보다 강하다는 사실이 무서웠던 시절, 6.25 전쟁은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다. 전쟁이 끝나자, 한반도는 둘로 나누어져 갑자기 체제와 이념이 다른 2개의 나라가 생겼다.

  한민족 한 국가였던 우리는 서로 다른 나라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서로 오갈 수 없는 지구 상 가장 위협적인 휴전 국가 국민으로 살아온 세월이 70여 년이다. 우리는 그 오랜 세월 동안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어 버렸다. 


사진출처: 픽사 베이 무료 이미지


<평양냉면>


  상범은 아버지가 돌아 가신지 한 달 넘게 미루던 사망신고를 한다. 아버지는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살았지만, 평생 북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다 돌아가셨다. 상범은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며 살아왔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할아버지 같다던 친구들 놀림이 싫었던 상범은 아버지께서 그토록 좋아하셨던 평양냉면조차 먹길 싫어했다.

  아버지는 끝내 북에 두고 온 가족을 잊지 못하셨다. 항상 북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했던 아버지를 회상하는 상범의 얼굴이 애잔하다.  남쪽 가족과는 빈 껍데기만 함께 살아온 건 아니었는지, 실향민과 그 가족의 슬픔이 무겁고 잔잔하게 전해진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


첫 장면은 상가 경비원으로 일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등장한다. 할아버지는 밤마다 상가를 순찰하시는 데, 그 모습이 곧 쓰러지실 듯 힘들고 지쳐 보인다.  

화면이 바뀐다. 상경은 '이산가족 찾기 프로젝트'에서 이산가족 인터뷰 영상 촬영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산가족 인터뷰 촬영에서 만난 할머니를 통해, 상경은 얼마 전 헤어진 전 여자 친구와의 관계까지 돌아보게 된다.     

할머니는 개성 역에서 역무원으로 일하던 남편과 6.25 전쟁 중인 1.4 후퇴 직후 생이별을 하셨고, 평생 할아버지를 그리며 살아오고 있다. 

상경은 보관해 두었던 이산가족 리스트를 펼쳐보다, 상가 경비원으로 일하시는 할아버지와 통화를 하게 된다. 개성 역에서 역무원으로 일하셨다는 할아버지 대답을 확인하고 늦은 밤이었지만, 상가로 할아버지를 만나러 달려간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만나길 기대하며 이야기를 따라갔지만, 이승에서의 이별이 만남보다 빨리 찾아오고.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림 동미>   

  

  동미는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탈북한 새터민 출신이다. 국경을 넘으며 함께 쫓기다 총탄을 맞은 아버지는 북에 남겨둔 채 어머니와 둘만 탈북에 성공했다. 

  대한민국에서 성장해 서른 살이 된 동미.  몇 해 전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당찬 직장인으로 살아오면서, 곧 행복한 결혼식도 앞두고 있다. 

    

  어느 날, 중국에서 왔다는 한 남자로부터 북에 두고 온 아버지의 소식을 듣게 되면서 동미의 평온했던 일상이 깨지게 된다. 영화는 아픈 기억을 삭히며 살아가는 새터민을 상대로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사기 사건을 다루고 있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젊은 세 명의 감독 장호준, 이인의, 박재영은 영화 <그리다>를 통해 아직 치유되지 못한 남북 분단의 상처를 일상 이야기 속에 담아냈다.

  70여 년 세월이 흐르면서 분단과 이산 문제는 우리들 삶과 의식 속에서 조금씩 밀려나고 있다. 그러나 그 긴 세월도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가슴속에는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아있다.

  분단 조국의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영화 <그리다>는 이산가족, 탈북민과 새터민에게는 일상이 되어버린 세 가지 그리움을 통해 남북 분단 비극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와 성찰의 메시지를 전한다.   


사진출처: 픽사 베이 무료 이미지

         

  평화 통일이 왜 중요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이산가족 생존자는 6만여 명(통일부 이산가족 정보 통합 시스템 2017. 08. 31.)이고, 탈북한 사람도 3만여 명(통일부 북한이탈 주민 입국 통계 2017. 06.)에 이른다. 많은 국민들의 삶은 남북 분단에 의해 송두리째 바뀌었다. 

  분단은 이산가족에게 가족과 만날 수 없는 아픔과 상처를 주었고, 실향민은 고향을 찾아갈 수 없는 생이별의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새터민은 체제가 다른 곳에서의 적응이 얼마나 힘들고 고달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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