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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온책읽기

시간의 리듬을 즐기고, 세월의 향기를 맡는다!

마누라 자랑이 팔불출이라면, 남편 자랑은?

by Someday


"왜 시간은 그토록 빨리, 허망하게 지나가 버리는 걸까?"

'피로사회'를 넘어서 또 '다른 시간'으로, 시간에 대한 일상적 의문을 파헤친 한병철 교수의 '머무름의 기술'을 다시 들여다보기 딱 좋은 아직 신년이다.

구정이 낀 주 마지막 날이고, 2022년 일요일을 다섯 번째 맞는 날이다.


눈을 뜨자마자 묵이 건네는 "굿모닝!" 인사가 마냥 따뜻한 일요일 아침이다.

마누라 자랑이 팔불출이라면, 남편 자랑은?

지난 9일간 마누라 허리와 등을 마사지해 주고, 병원 데려다주고 편히 모셔(?) 오길 자처한 남편 '묵'이 곁에 있어 나는 몸이 불편해도 마음만은 이 세상 제일 행복한 아낙으로 지냈다.

묵과 딸과 세젤예 꾸미

묵의 보살핌은 집안 청소, 설거지뿐이 아니었다.

2월 3일 와서 어제저녁 돌아간 손녀 세젤예 꾸미 보살핌과 사랑 속에는 비실거리는 할미 몫까지 더해 쏟아부어 주더라!

곁에 있기만 해도 힘이 되는 나의 온전한 반쪽이란 것을 진하게 실감한 날들이었다.

그런 묵이 오늘 늦은 오후엔 다시 전북 출장길에 오른다.


구정 전 후로 마취통증의학과에서 근육이완 주사만 6대와 8대를 맞았다. 난생처음 배 위로도 2대의 주사를 추가로 더 맞았지만, 아직도 한시 간 이상 책상 앞에 계속 앉아 있기가 편치 않다.

그동안 묵의 마사지도 받았고, 딸이 추천해 준 허리 근육 강화 운동, 4가지 동작도 잘 숙지하고 열심히 실천 중이다. 몸이 내 마음을 다 따라와 주지 못했어도, 특별하고 귀한 시간들이었다.

모든 일상을 매일 새롭게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깊이 사색하는 향기로운 시간이기도 했다.



『시간의 향기』한병철 저

..... 일하는 동물은 생각할 줄 모른다.

진정한 사유, 즉 숙고하는 사유에는 노동이 아닌 무엇인가가 꼭 필요하다.....

인간은 스스로 평정에 이르지 않고는 평정 상태에 있는 것을 볼 수 없다.

활동적인 삶의 절대 화는 행위, 활동이 아닌 모든 것을 삶에서 지워버린다...

니체는 노동의 조급성 때문에 "운동의 가락을 느낄 수 있는 눈과 귀"가 사라진다고 말한다.

가락 역시 우회로이다. 직접적인 것은 단조로울 뿐이다. 가락은 사유의 특징이기도 하다.

모든 우회적인 특성을 상실한 사유는 빈곤해지고 결국 계산으로 전락한다.

..... 아마 정신이 생겨난 것도 남아도는 시간, 한가로움, 느린 숨결 덕분이었으리라...

숨을 헐떡이는 사람에게는 정신도 없다. 노동의 민주화에 이어 한가로움의 민주화가 도래해야 한다.


니체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의 문명은 평온의 결핍으로 인해 새로운 야만 상태로 치닫고 있다. 활동하는 자, 그러니까 부산한 자가

이렇게 높이 평가받은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따라서 관조적인 면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인간 교정 작업 가운데 하나이다."


이상은 책 마지막 단락(p172~p182)에서 발췌 한 글, 즉 결론이다.

작가 한병철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말하는 시간 혁명이란, 사유하는 삶이다.

최근 유행하는 '느리게 걷기'나 '슬로푸드' 즉, '느림의 미학' 속에 그 답이 있다.


시간의 향기를 따라 다시 책의 앞으로 온다.

시대 별로 시간을 바라다보는 인간의 생각도 각기 다르게 변한다.

사람이 만들어 온 역사이니, 시대(환경)와 사상에 따라 시간의 향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

분 초를 다투는 시대, 이런 바쁜 삶 속에 세계는 거의 담겨 있지 않다.

그러면, 삶은 정말로 빨라진 걸까?

삶은 더욱 분주해졌고, 삶에 대한 전체적인 파악과 방향 설정만 더 어려워진 건 아닐까?

우리는 하나의 현재에서 또 다른 현재로 바쁘게 달려갈 뿐이다.

우리는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지만 늙지는 않는다.

그러다가 불시에 생은 끝나버린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간은 사랑과 우정의 관계 속에서 자유를 느낀다고.

묶여 있지 않음으로 인해 서가 아니라 묶여 있음으로 해서 자유로워진다.

자유는 가장 전형적인 한계적 어휘다. 받침대 없이는 자유도 없다.

오늘의 삶은 받침대가 없는 까닭에 쉽게 발걸음을 내딛지 못한다.

시간의 분산은 삶의 균형을 깨뜨린다.

삶은 어지럽게 날아다닌다

개인의 시간 살림살이에서 짐을 덜어줄 안정적인 사회적 리듬과 박자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인간이 역사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삶의 여정에 따른다는 것이다.

시간의 향기도 이 세상 속 향기다.

그 진한 향기를 심호흡하며 느껴보는 아침이다.


봄의 백화, 가을의 달-

여름의 서늘한 바람, 겨울의 눈.

정신에 쓸데없는 일이 매달려 있지 않다면

그게 바로 사람에게 좋은 때라네.

- 본문 (p100 ) 중에서 -


https://bit.ly/3LoWX0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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