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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Apr 10. 2022

인생 황금기, 사람마다 다르지만 내겐 '지금'이다.

출간 시, 나 홀로 교정 교열 작업은 항상 힘들지만 마음은 늘 봄 같아.


전성기(golden age), 마치 봄날같이 절정에 올랐던 가장 좋은 시기는 언제였을까?

그즈음이 봄 같다면 젊은 날 중 언제였으려나!

아니, 그런 시간이 있기나 했을까!


2015년 4월 10일, 동대문구 휘경동 배봉산 황톳길


열심히 살다 보니 인생 후반기에 들어서 있다.

나도 모르게 물리적 시간의 의미가 중요하던 날들이 성큼 지나갔다.

적어도 지금 내겐 그렇다.

언제부터 외람되이 '지금'이 '내 인생의 황금기'라는 생각이 턱 들어앉아 있어 움찔 놀란다.

누구에게나 그러하듯이 내 삶은 당신과 비교불가다.

외모와 능력도 비교 대상이 아니다.

살아보니 이도 각자 본래부터 지닌 특유의 것을 갈고닦으며 살아왔을 뿐이니, 더 반짝일 수는 있겠지만 원형이 바뀌는 건 아니다.


비교하지 않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살아서 누릴 수 있는 천국인 셈이다.

책 2권을 발간하고 혼자 행복하다.

뿌듯함이 꽤 오래 지속되다 보니 행복함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비교불가'가 자연스레 가능해진 것도 노년의 보너스이거나 인생의 축복이다. 

젊어서는 불가능하던 단단하고 옹고집스럽던 마음이 봄바람에 춤을 추고 겨울 햇살에 녹아내린다. 

이도 큰 기쁨이다. ^^


아쉬운 건, 나 홀로 교정 교열작업이 힘들다는 점이다.

20대 물리도록 하던 작업이었다.

물론 그때도 쉽진 않았다.

발행 부수는 14,000부 정도였지만 40~50페이지 사내보(社內報)이니 여러 번 읽어가며 교정 작업해도 가녀린 몸이 꿈쩍하지 않고 잘 견뎌냈다.

그러나 일단 책으로 발간되면, 한 번 종이 위에 찍힌 활자를 수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틀린 글자'만 발행 부수만큼 찍어낸 후, 하나하나 잘라서 풀로 붙이는 수작업뿐이었다.

동료들의 도움까지 받아 가며 딱 한 번 이런 작업을 한 적도 있었다.


2017년 4월 9일 남산의 봄, 고개를 꼿꼿하게 들고 하늘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할미꽃 / 돌단풍  흰꽃


지금도 교정 교열작업은 어렵다.

게다가 침침한 시력과 감퇴하는 체력이 집중력을 팍 떨어트린다.

몸무게는 그때 나 지금이나 비슷한데, 체력은 비교조차 당찮다.

그래도 전자출판이니 '틀린 글자'를 수정하는 작업은 쉽다.

내가 스스로 'OK'한 PDF 파일이지만, 문제는 그 이후에도 읽을 때마다 '오타'가 계속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번에 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읽을 때마다 한 개씩 나타난다는 것이 더 문제다.


더 힘든 건 오타를 발견해도 한 달에 딱 2번 밖에 수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내가 출판 의뢰한 곳의 규칙이 그렇다.

아마도 나같이 수정하려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출판사도 여러 가지 일을 체계적으로 하는 곳이니 초보 작가들 수정 작업만 붙들고 있을 순 없겠지.

누군가 내 책을 사서 읽어주길 바라던 마음이 금세 바뀐다.

제발 수정 전에는 단 한 분도 사지 않길 바라거나, '판매 중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Word에서 수정할 곳을 고쳐 두고도 2번째 4번째 금요일이 될 때까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다.


출판사에서 의뢰를 받아 출간하면 이런 고충은 없으려나!

허긴 의뢰받아 출간하는 이들은 이미 선택받은 전문 작가 대열로 들어선 셈이다.

나같이 삶의 흔적을 남기겠다거나,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스스로 출간하는 작가들에게는 힘든 작업 과정이다.

글을 쓰는 과정이 가장 힘들지만, 제 좋아서 쓰다 보니 힘들다고 느껴지기보단 한 장 한 문장이 사랑스럽게 들여다 보이니 행복할 때가 더 많다.

편집 과정에서 사진과 컷 재배치 작업은 재미있다.

사진 한 장, 글 한 줄 가감하다 전체 페이지가 밀리기도 한다.

이도 다시 다 체크하지 못한 채 가끔 밀린 상태로 PDF 파일에서 나타나 기겁하고 수정하기도 한다.

틀린 곳이 한두 번 읽어 내려가면서 딱 잡히면 정말 좋겠다.

내 책은 각각 총 288쪽, 347쪽에 이르다 보니 각각 하루에 같은 책을 2권 읽는다 생각해도 빠듯한 작업이다.

그러다 보니 더 힘들고, 피곤하다.

지치다 보니 틀린 글자는 꼭꼭 숨어 잘 보이지도 않는다.

다음에 혹 세 번째 책을 출간하게 된다면, 

교정교열 전문가에게 의뢰해서 만들어야겠다.

비용보다 세젤예 '꾸미' 할머니인 내가 먼저 

다운되거나 아웃될 것만 같아서.

힘들어도 내 책을 출간한 기쁨이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는 작업이긴 하다.

크게 주목받지 않아도 내가 좋아서 하는 작업이니, 과정이 고되어도 행복하다.

행복한 시간이 이렇게 쭉 이어지면, 이때가 인생 황금기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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