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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Mar 25. 2022

봄비, 밤비

이 봄비 고이 보내주려고.


스산한 빛 겨울이 떠난 빈자리에

노란 분홍 물들기 시작한 봄 길 사이로,

추적추적 내리는 밤비,

새봄 적시는 검은 비 헛되이 울어대면

알 수 없는 내 마음도 젖어든다.

흐르는 물 길 사이로

고층 아파트 키 큰 불빛은 머물다 잠기고,

질주하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긴 불빛은 빠르게 흐른다.

거실 창에 부딪힌 수천 개 빗방울은 각기 다른 색으로 빛나고,

내 작은 머릿속엔 수백 개 빛이 들어찬다.

깊어가는 3월 하순 밤,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도시의 화려한 불빛 위로

얄팍한 비감이 흐른다.

봄비 속 불빛이 하나 둘 꺼져 가면

밤비는 눈부신 봄빛일랑 품고 가시게!

검은 하늘 위로 무채색 회색 비가 따라간다.

밤비 촉촉하게 젖은 새벽

어둠에 밀려나면,

이 봄비는 고이 보내주려고.


2022. 03. 25. PM10:30경 내리는 봄비 밤비 - 품에 담고 싶은 빗소리는 도시의 소음 속에 묻히고.


시간은 항상 똑같이 흐르는 것 같지도 않다.

어떤 날은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지나 안타까운 탄식을 하는데, 어떤 시간은 거북이걸음보다 더 천천히 흘러 '아~함' 하품만 연신 한다.

내가 중심인 내 세상이니 그렇긴 하지만,

일정 부분 사회와 연결된 일 처리는 아무리 주인의식을 갖고 임한다 해도 꼭 내가 중심인 것도 아니다.

늘어났다 줄어들고, 줄었다 느는 시간을 잘 컨트롤하는 것도 귀한 능력인데, 노친네가 되면 이런 능력도 뚝 떨어지는 것 같다.


시간과 시간 사이의 간격은 촘촘한 그물망 같다.

하루 24, 일주일 168, ~ 1년 8760시간으로 짜인 그 망 속에서 허우적거리기도 하고, 여유를 부리기도 한다.

시간의 길이와 속도가 달리 느껴지는 건, 각자 처한 상황과 생각이 주는 착각일 뿐이다. 

나는 그 틀 속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으니, 생을 마감해야만 자유로울 수 있는 시공간일까?

느리게라도 봄은 오고,

잠시 스쳐간다 해도 너는 내게 찬란한 새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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