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는 편을 택하겠다. - I prefer not to.' 는 바틀비
필경사 바틀비(Bartleby, the Scrivener)는 미국 작가 허먼 멜빌의 단편 소설로 “월가의 이야기"(A Story of Wall-Street)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2011년 4월에 발행, 공진호 옮김.
1853년 베트남 잡지의 11월, 12월 이슈를 두 부분에서 익명으로 연재했고, 1856년에 그의 Piazza Tales에서 작은 텍스트 변경과 함께 재출판되었다.
고층건물이 가득 들어찬 서울거리를 걸으면서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 건지 묻게 된다.
사면이 빽빽하게 막힌 벽의 거리에서 자신의 존재를 진지하게 들여다본 적이나 있는지!
'벽의 거리'를 이루고 있는 사무실 벽, 고층 건물 외벽, 구치소 높다란 벽 아래로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와 주검같이 힘없던 바틀비의 침울한 모습이 기이한 대조를 보인다.
'안 하는 편을 (선)택하겠다.'라던 바틀비의 목소리가 어찌나 답답하게 내 마음을 울리던지.
이 작품은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월가의 한 법률 사무소를 배경으로 한다.
월가의 변호사가 새 비서이자 필경사인 바틀비를 고용한다.
필경사 바틀비는 소외된 삶을 살아 긴다.
세계 주식과 경제가 윌가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하는데, 막상 그곳은 빌딩의 벽으로 쌓여 있다.
우리는 월 스트리트 00번지 2층에 위치한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게 되는 필경사 '바틀비'를 만나면서,
'벽의 거리'의 단절과 막힘을 공감하게 된다.
작가는 바틀비의 통해 자본주의가 낳은 비인간적 사회구조를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
바틀비는 윌가의 법률사무소에 취직을 한다.
이전엔 워싱턴의 배달 불능 우편물 취급소에서 일했다. 배달할 곳 없는 우편물을 처리하는 일은 어떤 의미일까, 갈 곳 잃은 우편물들처럼 모호하고 비합리적인 상황 속에 놓일 듯하다..
바틀비가 근무하는 법률 사무소 안의 사면을 둘러싸고 있는 벽안은 삭막하다.
비인간적인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법률 사무소 안 공간은 계급으로 구획되어 있다.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답답한 사무실은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한쪽은 화자인 변호사가, 다른 한쪽은 바틀비를 비롯한 세 명의 필경사가 사용한다.
이 두 개의 공간을 구분하는 반투명 유리문은 오직 변호사만 열고 닫을 수 있다.
이런 공간에서 필경사로 일하게 된 바틀비는 '안 하는 편을 (선)택하겠다. - I prefer not to- '라는 말 외, 거의 하는 말이 없는 사람이다.
이 말은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서는 잘 쓰이지 않을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겐 바틀비가 이 말을 하는 상황조차도 엉뚱하고, 예측할 수 없다.
특히, 바틀비를 고용한 변호사에게는 최악이다.
필경사 바틀비는 자신을 고용한 변호사의 업무에 관련된 지시조차도 '안 하는 편을 선택하겠다'라고 말하고 정말 꼼짝도 하지 않는다.
바틀비를 어이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책을 읽게 된다.
바틀비는 계속 "안 하는 편을 (선)택하겠다."라는 이 말을 반복한다.
변호사로서는 바틀비가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인지, 현실을 부정하는 것인지 그의 속 내를 알 수가 없다.
처음 얼마 동안 답답하기는 독자들도 마찬가지 이리라.
변호사는 고민 끝에 바틀비에게 해고를 명하지만, 바틀비는 이 조차도 '안 하는 편을 선택하겠다.'라고 말한다.
마침내 변호사는 바틀비를 사무실 한 구석에 남겨 둔 채로, 사무실을 옮기는 선택을 하게 된다.
결국 교도소에서까지 '나는 오늘 식사를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던 바틀비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가슴이 아파온다.
바틀비를 이해하기 전에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지만,
바틀비의 소외된 삶과 고독한 '벽의 거리'- 사무실 벽, 고층 건물 외벽, 구치소 높다란 벽-가 주는 어두운 그림자를 함께 밟고 나서야 주검같이 힘없던 바틀비의 침울한 대답이 우리 마음을 울리기 시작한다.
옮긴이도 바틀비의 말은 '죽음의 잠재성과 생명의 잠재성'에 동시에 접해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적고 있다.
이 책은 다양한 함의와 해석이 내재되어 있어, 20세기 중반에 들어 미국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하면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2001년 조너선 파커 감독의 <바틀비>라는 영화가 상영되기도 하였고, 이 소설의 주제를 소외로 파악하는 사람들은 작품을 실존주의 부조리 문학의 기수로 여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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