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2층 전시실에서는
'남원시 전국 옻칠 목공예대전 하이라이트' 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 기간 : 5월 17일 ~ 8월 28일
"이 글은 지난 5월 19일 방문했던 남원시립 김병종 미술관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옻칠공예 (옻漆工藝)는 옻을 입혀 여러 가지 기물이나 장식물을 아름답게 만드는 공예이다.
옻나무에서 나는 진은 처음 나올 때는 회색이지만 물기를 없애면 검붉은 색으로 변한다.
물건에 칠하는 원료로 가구나 나무 그릇 따위에 윤을 내기 위하여 옻을 바른다.
이렇게 칠한 남원의 목기는 오래전부터 지역 특산품으로 유명하다.
아름답고 은은한 옻칠 빛깔은 실용품으로 사용하기 아까울 정도로 곱다.
http://www.jj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256437
남원시립 김병종 미술관 둘러보기
갤러리 3실, 보석처럼 빛나는 작품들
갤러리 3 전시실의 어둠을 뒤로하고, 소박한 쉼터로 나서면 이런 풍경이 눈에 담긴다.
사진출처: 패스파인더 김만희 대표비가 내리면 더 아름다운 풍경화가 담기는 곳이다.
촉촉하게 젖어드는 물의 정원이 오늘은 더 잔잔하고 조용하다.
유치석 관장의 안내로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화첩기행 북 카페'에 닿는다.
카페는 서가의 기능도 함께 한다.
'화첩기행 북 카페' 천정에서 내려다보기 / 카페 안에서 내다본 물의 정원
'화첩기행 북 카페' 테라스 풍경 1
'화첩기행 북 카페' 안에서 테라스를 찍은 사진'화첩기행 북 카페' 테라스에 앉아
유치석 관장으로부터 김병종 미술관과 김병종 화백에 관련된 일화를 듣고 있는 중!
남원시립 김병종 미술관은 2021, 2022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관 100선에 선정됐다.
1층 전시실에는 '김병종 시화 기행'전이 열리고 있고, 2층 전시실에는 다른 유명 작가 기획전을 계속 열고 있다.
지금은 지역 미술사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작업의 하나로, '남원시 전국 옻칠 목공예대전 하이라이트' 전이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김병종 작가는 1989년 연탄가스 중독으로 생사를 오가다 살아났다.
지지 않고 다시 피는 꽃들을 보면서 "살아 있구나!"를 실감했다고.
그는 건강이 다 회복되기도 전부터 주말마다 화첩기행을 썼다.
김병종은 '두 눈으로 보고, 두 손으로 그리고 쓰는 작업'을 하면서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느꼈다. 그는 '생명 작가'로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다.
2017년 김병종은 사랑하는 아내 정미경을 잃었다.
김병종과 정미경은 대학 때 문예지에 기고한 글 속에서 같은 문구를 발견 것을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됐다. 그의 아내가 바로 소설가 정미경이다. 30년을 동고동락했던 부부다. 문학적으로, 예술적으로 교감하던 동지를 잃었을 김병종 작가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짐작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정미경은 2016년 12월 19일 일간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기고했다.
‘인생이랑 무대는, 열심히 한다고 누구나 잘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최선을 다했으나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자책하지 말고 그런 자신에게 격려와 선물을 준비해 보자. 여행이든 한 아름의 책이든. 그게 며칠 간의 게으름이면 또 어떤가.’
정미경은 이 글을 쓴 한 달 후에 세상을 떠났다.
아내의 마지막 글을 보고 김병종은 많이 울었다고 한다. 지금은 세상이 채 알아주지 못한 아내의 문학적 성과를 정리하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하며 그 일에 매달리고 있다고 한다.
어쩜 작가는 스스로를 깎아 먹고 채찍질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현재, 김병종은 재혼한 아내와 서울서 살고 있다.
유치석 관장에게 이곳은 직장이기도 하지만 사람과의 인연이 이어지는 소중한 장소다.
그는 미술사 중 한국회화사를 전공했고 특히, 조선 말기 회화 연구에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한 전문 학예사이기도 하다.
남원시립 김병종 미술관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예향의 도시 남원이라는 환경이 주는 특별함과 지리산 사계절의 오묘한 조화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리산의 석양은 계절마다 다르다. 여름 석양이 핑크 빛이라면, 가을에 핑크에 파스텔톤이 더해진다. 지리산 노을처럼 사람의 노년도 아름답게 익어갔으면 참 좋겠다.
'화첩기행 북 카페' 테라스 풍경 2
위 테라스 사진에서 오른쪽을 보면 쇠사슬이 길게 내려져 있다.
미술관 외벽 어디에도 배관이 보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쇠사슬에 있다.
쇠사슬을 타고 내리는 빗물을 상상해 보시라!
틀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가 그대로 드러나는 쇠사슬 배관이다. 도회적인 회색빛 시멘트 벽까지 단순한 삶을 살아가라 한다.
지리산 자락을 돌아오는 봄바람이 이곳에서 봄볕 사이로 스며든다.
몸은 따뜻하고 마음은 행복하다.
왼쪽 비스듬하고 널찍한 의자는 평상처럼 누워 쉴 수 있는 곳,
시멘트 기둥 곁으로 내려진 쇠사슬은 비가 오면 배관 역할을 한다.
앞쪽 물의 정원 바닥 아래 깔린 돌조각들은 모두 각기 다르게 생긴 대로 조화를 이룬다.
유치석 관장은 김병종 화백처럼 소박한 사람이다.
예술과 인간, 자연을 향한 그의 관심은 따뜻하고 학예사로서의 지식은 깊고 넓다.
유 관장을 만나 김병종 화백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관람객들에게 행운이 아닐까?
남원 시립 김병종 미술관 건물 자체가 소박하고 겸손해 보인다.
지리산을 향해 낮게 엎드린 건물 형상이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모습으로 느껴진다.
김병종 작가처럼, 유치석 관장처럼.
사람도, 미술관 건물도, 관람객들도 어머니처럼 인자한 지리산을 닮아 가나 보다.
이날은 우리 일행도 평소보다 관대하고 너그러워진 것만 같더라.
낮게 드리워진 출입구를 지나치노라면, 키가 크거나 작거나 모두 슬며시 고개를 숙인다.
행동(자세)이 생각을 지배할까?
생각이 행동을 이끌겠지!
지나치게 탐하는 마음일랑 내려놓고 지리산 품에 편히 안겨 돌아 나오는 길이 참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