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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발효차 만들며, 나이 듦과 숙성의 의미 깨닫기

매월당 고려단차 만들기, 매월당 한옥 스테이에서의 1박, 보련산 산책

by Someday


5월 19일 남원 살아보기 2일 차, 해설이 있는 김병종 미술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니 점심시간이다. 황금 보리밥(전북 남원시 누른 대길 64 /063-636-0799)에서 보리밥 정식을 먹는다.

맛과 가성비가 좋은 맛집이다.

가성비 좋은 보리밥정식 / 남원의 맛집 '황금보리밭'


매월당

우리 일행은 식사를 마치고 보련산 기슭에 있는 매월당(대표 : 오동섭)으로 향한다.

매월당은 남원시 금지면 매촌길 47-34(063-636- 1278) 방촌마을에 있다.

이곳에서 '매월당 고려단차' 만들기 과정을 체험할 예정이다.

발효 식품(醱酵食品)은 젖산균이나 효모 등 미생물의 발효 작용을 이용하여 만들어진다. 미생물의 종류와 식품 재료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며, 각기 독특한 풍미를 지닌다.

매월당 고려단차도 발효와 숙성의 과정의 거치는 우리 고유의 차다. 왠지 나이 듦과 숙성의 의미가 새롭게 느껴진다. 사람도 제대로 익어가려면 알맞은 온도가 유지되는 발효상태와 긴 시간의 숙성과정이 필요하지 않나!


볏짚 대신 억새를 이어 지은 매월당 지붕에 눈길이 머문다.
금지면 방촌마을 매월당 풍경과 차잎 말리기

오동섭 대표가 밝히는 매월당의 좋은 점.

1) 공기가 좋다. 2) 맑은 물이 항상 나온다. 3) 기계 소리 등의 소음이 없다. 4)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자가 없다는 것! 5) 오솔길을 통해 산에 오를 수 있다. (산과 동고동락) 6) 매월당에서 14년 차가 되었으나 아파본 적이 없다.

그는 남원 북쪽 이백면에서 살다, 이곳으로 와 정착했다.

한국 차 문화사에서 매월 김시습은 그의 삶 자체가 차였다고 밝히는 오 대표는 매월당의 우리 차 문화를 그대로 전수받고 싶었다.

그는 우리나라 차 문화를 제대로 배울 곳이 없었던 시절을 다 품고 혼자 독학하며 배우고 익혔다.

차는 향기를 만든다. 매월당에서 만든 목련 꽃 차도 유명하다.

매월당 고려단차는 당당하고 도도한 맛이 나는 우리 고유의 차다.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이 지은 <만복사저포기>의 배경이 된 보련산 자락 만학동 계곡에는 고려 시대의 야생차 군락지가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 남원의 차는 조선 전기에 간행된 지리서 『신 증동국여지승람』과 서거정의 『귀래 정기』, 신숙주의 부친 암헌공 신장 선생의 『암헌 서첩』, 그리고 『남원지』에서 확인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의 <선조실록>에는 명나라 장군 양호가 선조에게 이르기를 “이 차는 남원에서 생산된 차인데 그 품질이 매우 탁월하다”라고 말하면서 차 무역을 건의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조선왕조실록 선조 31년, 1598년 6월 23일).

남원은 고려 말 백운거사 이규보의 <유차시>에서 극찬한 지리산 운봉에 사는 노규선사의 '조아차'가 태어난 곳이다.

단차 = 떡차 = 병차 = 타차는 모두 같은 의미다.

술도 저온으로 오랫동안 숙성한 술이 최고의 품질을 지니듯이 우리 차도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제대로 된 발효와 숙성을 거친 우리 차에서는 왜곡되지 않은 특유의 은은한 차 맛이 우러난다.

기본을 잘 지켜서 만든 차란 전 과정을 깨끗하게 만든 것을 말하기도 한다.



홍차를 시음하고 나서, 매월당 이곳저곳의 아름답고 고즈넉한 풍경을 둘러본다.

홍차도 단차 형태다.


바람과 햇볕으로 건조시키는 차잎들


매월당 본채와 오른쪽 돌담이 있는 풍경

멀리서 바라본 매월당의 형상은 나지막한 뒷산 같기도 하고, 움집 같기도 했다.

가까이서 보니 머리만 큰 초가집인데, 억새 지붕을 털어내지 않고 계속 그 위에 또 새 억새를 올리고 또 올린다니 신기하다.

특별한 지붕 곡선에 슬며시 빠져들면서도 나중에 집이 무너지지 않을까, 혼자 쓸데없는 걱정을 살짝 했다.



매월당 돌담은 평소 보았던 돌담보다 조금 높고 많이 두텁게 쌓여있다.

오동섭 대표가 이곳에 살면서 돌을 하나하나 날라다 쌓았다고 하니, 참 대단해 보인다.

그러면서 속으로 또 살짝 의심이 들기도 했다. 저 많은 돌담을 혼자 쌓았다니.


매월당 주차장 앞 풍경, 유채꽃과 개양귀비 꽃 / 매월당 돌담


매월당 고려단차 만들기 체험


차 만들기 기본자세 : 손 씻기, 머릿수건 하기, 앞치마 입기, 작업장 환경(솥 닦기 포함)은 항상 청결을 유지한다.

일관성 있는 찻잎 따기 (채엽) 5월 초순부터 중순 사이 그 해 처음 핀 어린 찻잎의 잎과 줄기를 포함, 줄기 당 두 잎이나 세 잎까지 딴다. (1창 2 엽 또는 1창 3 엽)

찻잎 고르기와 시들리기 (위조) 찻잎을 그늘에 널어 이물질과 상태가 좋지 않은 찻잎을 골라내고, 뜨거운 솥에 넣어도 수증기가 일지 않도록 정밀하게 시들려(위조) 솥에서 잘 익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이다.

시들리기는 찻잎 자체의 호흡을 통해 잎과 줄기가 부드러워지며 향기의 변화가 일어나는 매우 중요한 과정.

찻잎 덖기 (살청) 찻잎을 소나무 장작으로 천천히 달군 무쇠솥에서 300℃ 이상의 온도로 덖어 찻잎을 익혀 활성산소를 제거하며 산화효소를 억제하는 과정으로, 차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솥에서 정확히 익힌다. 타지 않게 덖기 한다. 덖기는 산화효소를 억제시키고, 활성산소를 제게 한다.(익힘의 강도가 중요하다. 프레시한 것일수록 살짝 익힌다.)

찻잎 비비기 (유념) 멍석 위에 천을 깔고 찻잎이 부스러지지 않도록 공을 굴리듯 손으로 비비는 과정으로서, 잎과 줄기에 상처를 주어 차가 잘 우러날 수 있게 하며, 차의 형상 및 맛과 향의 균형을 잡아준다.

차 말리기 (건조) 비빈 찻잎을 뭉친 것이 없도록 채반에 낱낱이 펴서 햇볕에 말린다. 찻잎이 뭉쳐 있으면 건조가 잘 안 되고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며 이물질 제거도 어렵다. 교반(뒤집어 준다) 시킨다.

품질관리 차의 깔끔한 맛을 내기 위해, 50g씩 키질을 통해 먼지와 이물질을 제거하고 잘 덖어지지 않았거나 뭉친 찻잎을 골라낸다.

단차 만들기 (성형) 품질관리가 끝난 찻잎을 증기에 쪄 식기 전에 신속하게 보자기에 싸서 둥근 형태의 고려 단차를 만든다.

차의 숙성 햇볕에 말린 단차를 항아리에 차곡차곡 넣고 보관해 둔다. 2년 후, 입구를 한지와 광목으로 밀봉하여 뚜껑을 닫아 서서히 숙성시키며 보관한다.



남원의 맛집, 진주회관

매월당에서 추천한 맛집.

우리 일행과 매월당 임직원들이 함께 다녀온 한식집이다.

진주회관 육회 돌솥 비빔밥 한상 (남원시 금지면 요천로 97 / 063 - 631- 7733)

저녁식사를 마치고 매월당으로 돌아오니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남원에서의 두 번째 밤은 매월당 한옥 스테이에서 묵는다.


매월당 한옥 스테이

매월당 한옥 스테이 정원
매월당 한옥 스테이


매월당 한옥스테이 온돌방 (캐리어는 낮에 도착하자마자, 이미 이곳에 갖다 둔 상태) / 한옥 스테이에 달린 주방

일과를 마치고 매월당 한옥 숙소로 들어서니 마치 고향집으로 돌아온 양 편안했다.

뜨끈뜨끈한 온돌방에서 쓱 잠자리에 들었는데, 방이 너무 뜨거워 땀을 흘리며 잤다는.





다음날, 매월당의 아침을 깨우는 새소리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밖으로 나선다.

싱그러운 아침 공기가 온몸을 감싸 안는다.

살짝 차갑다 느껴지지만 맑은 기운에 기분이 상쾌하고 몸이 가볍다.

배고픈 냥이가 우리 숙소를 기웃거린다.

우리 일행 중 고양이 먹이를 갖고 다니는 이가 있는 걸 어찌 알았을까?

이 녀석은 오늘 뜻밖에 맛있는 아침식사를 하게 됐다.

열심히 먹으면서도 경계심을 다 풀지 못한 채 굳은 자세로 식사 중인 모습이 살짝 애처로워 보인다.



빈속에는 단차보다 홍차가 낫나고 하니, 식전 차도 홍자를 마신다.

홍차는 어제 맛보았기에 오늘은 매월당 고려단차를 마셔보고 싶었는데, 기대가 빗나가고 말았다.



식전 홍차를 마시고, 매월당 보물창고인 저장고를 찾았다.

매월당에서 만든 볕에 말린 단차는 항아리에 차곡차곡 넣어 보관된다.

입구를 한지와 광목으로 밀봉하여 뚜껑을 닫아 서서히 숙성시키며 보관하는데, 오래 보관된 단차일수록 귀한 대접을 받는다.




매월당 고려단차 / 마지막 사진 2장은 구기자차

매월당 구기자차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인기 있는 차다.(200g에 9만 원)


찻잎의 발효는 31.5도에서 일어난다.

저온 숙성은 30도 이하로 잡아준다.

오동섭 대표는 매월당 김시습의 시에도 우리 차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한다.

일찍이 매월당 김시습, 추사 김정희 선생도 우리 차를 즐겨 마신 분들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한동안 우리 고유의 차는 설자리를 아예 잃기도 했다.

그러나 오 대표처럼 뚝심 있는 사람이 '우리 차 연구와 만들기' 외길을 묵묵히 걸어온 덕분으로 '매월당 고려단차'는 일본과 중국의 유명 차보다 더 깊고 다양한 맛과 향으로 유명해졌다.

우리 차 한 잔이 주는 여유와 힐링은 즐겨보지 않은 이들은 다 알 수 없다.



매월당 한남 차회

서울 한남동 클럽 나비타, 스페이드 하우스 5층에서 6월 10일과 11일 양일간 매월당 오동섭 대표가 직접 주도하는 차회가 열린다.

참석하고자 하는 분들은 전화 010 6490 1278로 신청하면 된다.


이번에 처음 알았지만,

한남동 스페이드 하우스 건물 5층에는 이미 남원 매월당 단차만 취급하는 전문점이 들어서 있다고 한다.

이젠 서울에서도 직접 매월당 차를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매월당 고려단차는 차 마니아들에게는 오래전부터 유명하다.

심지어 '부르는 게 값'이라 할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보련산 산책 - 등산은 접고, 가벼운 아침 산책 즐기기


사진 위 : 때죽나무 꽃과 산딸기 / 아래 : 만학 골


만학골에서


사진 위, 차 나무잎과 찔레꽃 /사진 아래, 보련산 계곡과 양봉장


밭일에 여념없는 할머니와 혼자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는 할머니의 절친(?)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

마을에 사는 할머니 한 분이 벌써 매월당 뒤쪽 밭에 올라와 풀 뽑기에 열중이시다.

밭 건너편, 할머니 절친인 유모차가 덩그러니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다..

유모차에 의지해서 걸어 다니시는 분인데, 아직도 이렇게 열심히 일하며 사는 모습을 뵈니 짠하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내게도 언젠가 저런 절친이 필요하게 될까?


아침식사는 누룽지 숭늉으로 가볍게 마치고, 매월당에서의 아쉬운 1박 2일을 접는다.

차 한 잔의 여유로움을 즐기며, 우리 차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수고로운 작업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본 귀한 시간이었다.

1박 2일간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발효식품인 매월당 차를 가까이하다 보니, 우리에게도 나이 듦과 숙성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스스로 깨닫게 된다.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본 기회이기도 했다.

언젠가 가족과도 다시 한번 찾고 싶은 곳이다.


보련산 기슭 매월당은 남원을 찾는 분들이라면, 빼놓지 말고 꼭 들려야 할 핫 플레이스이다.

차 만들기(제다 과정) 체험을 하고 싶다면, 미리 전화 예약은 필수다.

063-636-1278 상담 시간 : 오전 9시 ~ 오후 5시 (주말/공휴일 휴무)


https://www.maewold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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