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유평마을 '고운향'센터와 지리산 '수토 산방'

by Someday

유평마을 고운향센터

운봉읍 공안리 유평마을 고운향센터, 2층이 숙소다.


'고운향'은 공안 마을권역 사업으로 공안리 유평마을에 지어진 2층짜리 건축물이다.

1층은 노인복지센터인 주민복지 공간이고,

2층에 있는 방 2칸은 우리 같은 지방살이 여행객들을 위한 저렴한 숙박시설로 막 오픈했는데, 우리가 이곳 첫 손님이 된 셈이다.

특히, 유평마을 고운향센터와 서울시 도심권 50 플러스센터는 남원을 찾는 도시민들을 위한 숙박시설로 이곳을 공동관리 및 운영하기로 협의했다.

고운향 숙소에는 싱크대, 욕실과 화장실, 세탁기와 냉장고 등이 갖춰져 있고 유평마을 입구에 있어 들고나기도 편한 양질의 숙박시설이다.

비용도 1박 2만~3만 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니, 이 정도면 완전 가성비 갑이다. (이 당시 아직 비용을 확정 짓지 못한 상태였음)

공안마을 이장님은 우리 일행이 이틀간 잘 쉬고 떠나던 날 아침 일찍, 고운향 센터를 찾아와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자상하게 묻고 가기도 했다.


'고운향'에서 일요일 아침을 맞는다.

창문을 열면 세상은 숨죽인 듯 조용하고, 지저귀는 새소리만 정겹게 들려온다.


고운향 숙소 2층에서 바라본 2차선 도로쪽 풍경


고운향 2층 발코니에서 바라본 유평마을 풍경

이른 아침, 고운향 근처 유평마을로 산책을 나갔다.

마을 전체가 깨끗하고, 한옥에 양옥을 가미해서 지은 집들이 세련되고 예뻤다.

웬만한 도심 단독주택 못지않은 멋진 디자인의 집들이 널찍하게 배치되어 있어서 대도시 부촌과 살짝 오버랩됐다.




일요일 아침은 특식

패스파인더 김만희 대표와 김은영 실장이 준비해 온 상차림 좀 보시라!

간단하게 빵과 커피로 즐기는 브런치 정도로 생각했다가, 잠시 멘붕이 왔다 갔다네! ^^

두 분의 정성과 관심으로 차려진 진수성찬, ' best of best brunch'라고 표현하고 싶다.

맛과 영양, 뭣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진 원두커피 맛도 최고!

푸짐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지리산 둘레길 3코스를 향해 출발한다.

남원 도착하던 날부터 둘레길을 꼭 걸어보고 돌아가리라던 생각이 현실이 되는 날이다.

그러나 자유시간을 갖기 전에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

이번 '여행처럼 시작하는 지역 살이 -남원에서 살아보기'에서는 3개 소모둠으로 나눠 '사람책 인터뷰'를 진행한다.

나는 공교롭게도 모든 인터뷰가 마지막 이틀간에 몰려 있다.

그중 오늘 지리산 중턱 산내면에서 친구들과 함께 인생 2 막을 펼친 박규상 최희경 씨 부부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다.

이분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둘레길을 찾는다.

그리고 내일은 남원시귀농귀촌종합지원센터 최승태 회장과 남원시농촌종합지원센터 소한명 사무국장과 만나게 된다.



지리산 중턱 산내면 양지바른 곳, 아담한 이층 집

이층 본체 / 수토산방

코로나 여파로 한동안 운영하던 에어비엔비 ‘수토 산방’은 아직까지 열지 않은 상태다.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지리산 둘레길’ 3코스 산 중턱 비탈진 외길에 지은 박규상 최희경 부부의 보금자리는 아름다운 지리산 풍광을 다 누리고 있다.

그리고 바로 아래, 함께 귀촌 한 최희경 씨 친구들이 살고 있다.

친구 세 명이 의기투합해서 부부와 함께 귀촌하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


친구네 집 지붕이 보인다.

산내 마을의 자랑이라면 문화 인프라를 꼽을 수 있다.

요가, 도자기, 꽃밭 모임, 걷기와 자연관찰 모임, 지리산 탐사대, 국선도 등 80개 동아리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남원시가 동아리를 지원하고 있어 강사나 프로그램의 질도 우수하다.

산내 중심의 지리산 권에는 산내면, 마천면, 운봉읍이 있다.

산내는 인구가 계속 늘고 있는 곳이다. 초등·중등학교 교육권도 좋아 전학 인구도 늘고 있다.

특히, ‘실상사 작은 학교’는 초등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안학교로 타 지역에서도 유명한 곳이다.

실상사는 산내지역의 문화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이 지역 구심점이기도 하다.


주인 부부의 안내로 집 구경과 정원 둘러보기 시간을 갖는다.

지리산 봉우리에 감싸 안겨 있는 집의 위치가 퍽 맘에 든다.



정원의 꽃들만 바라보아도 나그네 마음은 벌써 부자!


금낭화 /싸리
작약 / 장미
분홍 낮달맞이 / 수레국화
마가렛 / 금영화(캘리포니아 양귀비)
네리네 / 매발톱꽃
끈끈이대나물 / 아일랜드 꽃사노바
오스테오펄멈 (흰 꽃과 보라색 꽃)



2층 집 오른쪽 정원 끝자락 / 화기애애한 인터뷰 시간

지리산 중턱에서 박규상 최희경 부부가 살아가는 이야기

남원 산내면 지리산 중턱에 보금자리를 꾸민 최희경 부부는 온아한 이미지가 서로 닮아 있다. 코로나 여파로 한동안 운영하던 에어비엔비 ‘수토산방’은 아직까지 열지 않은 상태다.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지리산 둘레길’ 3코스 산 중턱 비탈진 외길에 집을 지었으니, 매일매일 아름다운 지리산 풍광을 누리는 것만으로도 복 받았다고 해야 할까!

먼저 최희경 씨와 2명의 친구가 의기투합했고, 남편 두 사람의 적극적인 지지가 더해져 지리산 안쪽 산내면 양지바른 언덕에 3개의 지붕을 올리고 다섯 사람이 삶의 터를 잡았다. 박규상 최희경 부부, 남편의 선배와 희경 씨 대학동창 부부, 싱글 친구 한 사람, 이렇게 3 가구가 함께 살고 있다.

박규상 부부는 2013년 8월부터 2015년 8월까지 경기도 양평 국수역 근처 북포리에 전세를 얻어 2년간 전원생활을 경험했다. 이에 앞서 충주와 부여에서도 1년간 지역살이를 하면서 집 지을 터를 찾아 여행 삼아 자주 돌아다녔다. 고압선, 묘지, 쓰레기 매립장 등을 피해, 마을과도 어느 정도 떨어진, 공기와 경치 좋은 곳을 찾아 까다롭게 고른 곳이 이곳 지리산 중턱이다. 자녀들은 은퇴한 부모님의 산내 정착을 환영하진 않았다. 막내아들이 방위받을 때, 이곳으로 내려왔지만, 다행히 자녀들이 ‘인생은 각자 사는 것’이란 현실을 이해해 주었다.


집 짓기에서부터 부딪힌 현지인들과의 갈등

함께 모여 사는 친구들과의 갈등은 없었다고 하는데, 오히려 조금 떨어져 사는 마을 사람들과 갈등이 심했다고 한다. 친구 남편의 친구가 이곳에 먼저 정착, 집 지을 땅을 소개해주어서 구입했지만, 막상 집을 지을 때는 그분이 마을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집 짓는 현장에 레미콘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데도 앞장서는 바람에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진입로까지 돈을 지불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집을 짓고 우물을 팠더니, 이번엔 지표수량이 부족해졌다고 주장해서 우물까지 파주었다고 한다.

그나마 이곳은 도시에서 이사 온 분들이 전체 주민 중 절반 정도나 정착해서 살고 있어서 힘들어도 견뎌낼 수 있었다. IMF 때 정착한 분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마을 기금 관련해서도 50만 원을 미리 내고서야 지은 집에 입주할 수 있었다. 땅 문제, 돈 문제, 세대차, 문화차, 쓰레기 분리수거 처리 등 모든 일에서 생각이 다르니, 계속 부딪히며 갈등했다. 심지어 마을을 중앙 1리와 2리로 분리하자는 현지인들의 주장도 있었다. 지자체에 내려오는 관의 혜택은 함께 누리고 싶지 않다는 발상이었을까? 당연히 이주민들은 강력 반대했다.

마을 이장 선거도 외지인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그냥 배제시켰다. 이 일로 원주민들과 이주민들 간의 갈등이 다시 심해졌고, 결국 나중에 추인하는 형식으로 겨우 참여했다. 현지인과 외지인이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될 때 생길 수 있는 일들로 그냥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일종의 ‘텃세’라고 느껴질 땐, 더 힘들었다고 한다.

산내엔 동호회만 80개, 모든 주민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마을

그러나 모든 곳이 이곳 중앙리 같지는 않다. 가까이 있는 입성리(원천마을) 사람들은 서로 대립하지 않고 잘 지내는 중이란다. 물론 이곳도 일부 소유권 갈등을 겪기는 했지만.

지금도 근본적인 갈등은 그대로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마을기업에서 ‘화분나누기’, ‘마을 가꾸기’등의 프로젝트를 따오면서 모두들 자가가 좋아하는 동호회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며 바삐 살고 있다. 길에서 마주치면 목례정도를 나누면서.

어찌 보면 이곳에 정착한 외지인 비율이 50%나 되다 보니, 현지인들도 도시인들의 문화를 다 품고 이해하긴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도 든다. 누구의 잘잘못이라기 보단 차이와 다름을 이해하려는 기회와 시간이 적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산내 골에서 남편은 맥가이버가 됐고, 아내는 잔병치레 없이 산다.

시골에서 어느 정도 자급자족하며, 직접 만들고 고치며 살다 보니 ‘맥가이버’가 다 되셨다는 박규상 씨와 그런 남편 덕분으로 큰 걱정 없이 시골생활을 편히 잘 지내고 있다는 최희경 씨가 밝히는 귀촌의 첫 번째 조건은 ‘부부가 뜻이 맞는 것’을 꼽는다. 다음으로 용기, 돈, 건강이라고. 집이나 땅을 구입하기 전, 한 달 살기도 해 보고 가능한 1년 정도 지역살기를 해 보고 실행에 옮길 것을 권한다. 준비가 철저하면, 적응하기도 더 수월할 것이고, 예기치 않은 일들이 생겨도 훨씬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부는 이곳으로 이사 와서 감기 같은 잔병치레는 하지 않고 산다. 공기가 맑고, 환경이 깨끗하기 때문이리라. 한여름에도 열대야가 없는 곳이며, 겨울에 눈이 내려도 폭설이 아닌 이상 내린 눈조차 따사로운 햇볕에 다 녹아내린다. 특별히 겨울눈 때문에 고생한 기억은 없다. 병이 나면, 이곳 사람들은 주로 보건소를 이용한다. 근처에 함양 성심병원, 남원 의료원 등을 있으나, 남원 의료원만 해도 규모는 큰데 인프라 확충이 제대로 되어 있질 않아 많이 아쉽다고 한다. 박상규 최희경 부부는 큰 병원 갈 일이 생기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평소 정기적으로 다니던 서울 아산병원을 찾는다고 한다. 대부분 은퇴 후 시작하는 시골 살이다 보니, 건강 문제가 가장 커다란 관심사이기도 하다.

필요한 생활용품이나 먹을거리는 주로 인월 시장에서 사 온다. 시장 안에 농협 하나로 슈퍼가 있어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 식자재를 제외한 상품들은 주로 온라인 구매를 이용한다. 택배도 우체국, 로젠, CJ, 쿠팡 등 대부분 이용가능하다. 자차로 인월 농협 마트까지 15분, 운봉 읍까지 20~25분, 남원 시까지 40분 정도 걸린다.

문화 인프라가 서울 못지않은 곳

산내 마을의 가장 큰 자랑이라면 문화 인프라를 꼽을 수 있다. 요가, 도자기, 꽃밭모임, ‘그래’(걷기와 자연관찰 모임), 지리산 탐사대, 국선도, 태극권 등 80개의 동아리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남원시가 동아리를 지원하고 있어 강사나 프로그램의 질도 우수하다.

산내 중심의 지리산 권에는 산내면, 마천면, 운봉읍이 있다. 산내는 인구가 계속 늘고 있는 곳이다. 초등ㆍ중등학교 교육권도 좋아 전학인구도 늘고 있다. 특히, ‘실상사 작은 학교’는 초등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안학교로 타 지역에서도 유명한 곳이다. 실상사는 산내지역의 문화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이 지역 구심점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을 묻자, 2가지 안을 내놓는다.

1안) 세 집에서 돈을 모아 사람을 2명 고용할 예정이라고. 집을 관리하고 돌보는 역할과 가사를 전담할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면접도 보았는데, 생각보다 호응이 좋아 많은 분들이 지원했다고 한다. 이도 일거리 창출일 수 있겠다. 병원에 입원해서 눕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살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2안) 연배가 비슷한 세 집 식구들이 나중엔 함께 같은 실버타운으로 들어갈 생각이라고.

지리산 언덕에 살지, 남원시 쪽에 정착할지는 귀촌인이 스스로 선택할 일이다. 도시생활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면, 남원에서 편리한 일상을 즐기며 시작하면 되고, 맑은 공기와 온화한 지리산 품에 안겨 자연인처럼 여유롭게 살고 싶다면 산내를 선택해도 후회하진 않을 듯하다.

이 부부의 산내마을 정착은 귀촌을 꿈꾸는 50 플러스 세대에게 귀한 사례가 될 것이다.



내려오면서 들린 친구네 집

친구네 집 정원


친구 집 한쪽에 마련된 세 집이 모이는 친목의 공간


지리산 품에 안긴 집과 정원


친구 집에서 키우는 아프간하운드 두 마리가 우리를 반긴다



지리산 양지바른 언덕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여유롭고, 넉넉하고, 행복해 보인다.

오늘 오후엔 우리도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너그럽고, 넉넉한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