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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하는 남원 여행 첫날, 지리산 자락 산내에 묵다

by Someday

지리산 길섶에서 내려온 24일 13시경,

고운향 숙소에서 남편 '묵'을 만나, 5월 12일 미리 예약해 둔 산내면 '선돌촌'으로 향했다. '길섶'이나 '함파우 소리체험관'이 더 낫더라!

이곳은 초등생, 유치원생들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 성수기 때는 가족단위로 찾는 곳이라고 들었다.

방학 중엔 장기 체류자들이 묵는 곳이다.

근처 실상사도 있고, 나름 음식점과 농협 등이 있는 작은 마을을 형성하고 있어 생활하기 편하다는 말을 듣고 덥석 예약했다.

그러나 비수기여서였을까?

개인적으로 우리 부부에게 이곳은 생각만큼 안락한 곳이 아니었다.

이불 시트가 한 채만 준비되어 있었고, 한 채는 다음 날 받아, 우리가 직접 껴서 사용했다. 이곳 규칙인지 그것은 모르겠다.


선돌촌 / 우리가 묵은 방 출입문


화장실에 있는 것이라곤 딱 청소용 락스와 솔 뿐이어서 살짝 놀라기도 했다.

샤워기도 반 이상이 깨진 상태였는데, 그 흔한 두루마리 화장지조차 없어서 불편했다.

여행길에 늘 샴푸 린스를 지니고 다녔지만, 화장실에 손 씻을 비누 한 장 없는 곳은 이곳이 처음이었다.

우리 부부가 사무장으로부터 받은 것은 타월 몇 장과 열쇠, 쓰레기봉투 2장(남아서 1장은 퇴소 시 반납)과 분리수거 흰 비닐봉지다.

분리수거와 청소는 각자 잘 알아서 하라는 의미이니 나쁠 건 없다.

'묵'은 장거리 출장을 많이 다니는 사람인데, 모텔도 휴지 없는 곳은 없다며 살짝 짜증 섞인 목소리를 냈다.

이번 '남원에서 살아보기' 여정에서 함파우 소리체험관, 매월당(선돌촌처럼 싱크대 비치된 상태), 백두대간 트리하우스, 고운향(싱크대 비치), 길섶 숙소를 들렸던 나도 비슷한 생각이 들긴 했다.

사무장이 함께 방까지 들어와 안내해 주고 나가면서 '청소해 두었다'라고 말하니, 더 이상 휴지나 비누에 대해 물어보고 싶진 않았다.

주로 장기 단체 투숙책이 찾는 곳이라니 그런가 싶었다.


공공 교통시설 이용시간표 / 보일러 켜고 끄는 것에 관한 안내 사항은 없고...


장거리 운전으로 지쳐 있던 '묵'이 농협 하나로 마트부터 다녀와야겠다고 다시 나서니, 경쾌한 마음으로 들어섰던 나까지 기분이 다운됐다.

밤에는 보일러를 약하게 1~2시간쯤 돌리고 싶었지만, 따로 안내받은 바가 없어서 온기 있는 구들방을 간절히 그리워하며 그냥 참고 잠자리에 들었다.


참고로 이곳 '선돌촌'에선 비수기인 5월 하순경, 5만 원/ 1박으로 4박 5일간 머물렀다.

50+세대라면, 1박 머물렀던 함파우 소리체험관 비수기 요금(5만 원 /1박)에 더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함파우 소리체험관의 따뜻한 구들이 너무 좋았고, 안락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들린 숙소는 모두 따뜻했다, 더워서 땀을 흘리며 잤을 만큼.


뒤늦게 차라리 이곳에서 멀지 않은 '길섶'에서 묵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격은 10만 원 /1박이었지만, 푸짐한 2인 저녁식사와 화장실 기본 용품 정도는 제공되는 곳이니 우리 같은 50+세대 부부에게는 길섶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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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돌촌 마당에는 학부형들 작품과 너무 잘 그린 아이들 작품도 함께 전시되어 있어서 들고 날 때마다 동심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초등생과 유치원생 가족들은 체험학습 관련 프로그램 진행 여부를 먼저 문의해 보고 단체로 참여해 보는 것도 좋겠다. 이 부분은 직접 경험한 바가 없으니...

참여했던 아이들이 만족스러워했다는 이야기는 첫날 사무장으로부터 들은 바 있다.



부부 여행지에서까지 끼니를 만들어 먹고 싶진 않았다. 묵도 나도.

막상 마을에서는 매식할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점심으로 먹은 '원조 추어탕' 집 음식 맛은 개인적으로 비추. 원조 추어탕(9천 원 / 1인)

남원도 다 맛있는 건 아니었다.


다른 분들 입맛은 또 다를 수도 있겠지만, 기본 밑반찬에서 비릿한 인공 조미료 맛이 느껴져 마을에서 맛집을 순회하겠다는 생각을 바꾸면서 사진도 찍질 않았다.

물론 다른 곳은 맛집일 수도 있지만, 첫끼에 관심이 사라졌다.

개인적으로 비위가 약해서, 속이 살짝 울렁거렸지만, 허리 굽은 노인분이 혼자 주방일도 보고, 나르기도 하시니 기꺼이 좋은 마음으로 먹었다.

늙어지면 입맛이 퇴색하고, 그러다 보면 음식 맛을 보아도 그 맛을 잘 못 느낀다는 걸 충분히 인지하던 터라, 식당을 운영하기도 쉽지 않으실 거란 생각이 들었다.

손님이 많을 때도 혼자 운영하시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질문을 드리진 않았다.

오히려 차려다 주는 음식을 편히 앉아서 받아야 하실 어르신으로 보이는데 아직까지 일을 하고 계시니,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선돌촌 우리 숙소에서 바라본 풍경

오늘은 산내면 선돌촌 근처만 오갔다.

'묵'도 장거리 운전으로 피곤하다 하니, 실상사 쪽으로 나갔다 여원치 쪽으로 드라이브만 하고 돌아왔다.

실상사는 내일 아침에 제대로 들릴 생각이다.

근처로는 람천(남천)도 흐르고 숙소 통창으로는 지리산 능선이 바라보이는 풍경이 아름답다.

테라스 쪽으로 밭과 마을 휴게소(한옥 기와집)가 있다. 휴게소 옆에 있는 화장실(작은 농막 같이 생긴 집)이 정면으로 보이지만, 크게 신경 쓸 일은 못된다.


4박 5일간 매일 이른 아침이면, 부지런한 농부 한 분이 가뭄에 힘들어하는 농작물에 물을 주고 가시는 모습도 정겹다. 대놓고 바라보면 살짝 불편하실 것 같았지만, 다 자기 일 열심히 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니 언제 어디서나 모두 아름답다.



첫날 저녁식사는 낮에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사 온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지리산 '길섶'에서 가져온 곤달비가 있어 차려 먹으려 했던 식사였지만, 이렇게 차려 먹고 닦고는 안 할 생각으로 맛집 있는 마을을 찾았는데, 생각과 좀 달랐다.

야무지게 계획하고 시작하는 여행도 인생처럼 예측한 대로만 흐르진 않더라.

숙소며, 추어탕 맛으로 기분도 살짝 다운된 상태다.

내일은 이런저런 생각 싹 비워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즐기기로 다짐하며 일찍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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