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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남원역과 만인 공원 '향기원'

by Someday


옛 남원역사 터는 원래 남원성 북문과 만인의총이 있던 곳이다.

남원성 북문은 정유재란과 남원 전투에서 조선군이 최후의 항전을 한 곳으로 만인의총은 이때 항전하다 전사한 조선군과 남원 주민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무덤이다.

남원성 전투는 왜군의 승리로 끝났고, 비극적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았지만, 결사항전 의지를 불사르던 주민들과 군의 몸을 사리지 않던 투쟁으로 왜군도 상당한 피해를 보았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을 품고 있는 장소에 전라선 남원역이 있었다는 것 또한 뜻깊다.

전라선의 종착역은 목포역이다.

지금은 역사 내부와 철길 일대에 '향기원'이 들어서 도심정원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왜로부터 수모를 겪은 깊은 상처와 아픈 역사가 깊이 담긴 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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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묵'과 내가 입고 다니던 교복! / 폐철교 위로 만발한 금계국


금계국이 없었다면 더 황량하게 느껴졌을 옛 남원역


찾는 이 없는 한가로운 풍경이 마치 정지되어 있는 그림 같다.

이곳은 1931년 10월부터 2004년까지 실제 전라선 기차가 오갔던 역이다.

옛 남원역은 이용객이 많은 역이지만, 전라선의 굴곡 선형과 여객열차의 긴 배차간격으로 인해 이용객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결국 2004년 전라선 이설 및 복선화 공사가 시작되면서 남원역은 현재 신정동으로 이전했고, KTX가 정차함으로써 서울 남원 간 2시간대 공간이동이 가능한 곳으로 변했다.

이곳은 추억 속으로 사라진 곳이 아니다.

2027년까지 만인 공원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라니, 시민들이 간직하고 있는 옛 기억들이 아름다운 이야기로 재 탄생되어 다시 세상 속으로 달려 나올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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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남원읍 '산성'에서 출발, '남원'역에 잠시 멈춰간다. / 만인공원 조성 사업이 추진 중

기차가 떠난 자리 위로 노란 금계국 꽃이 만발하다.

지금은 꽃길도 쓸쓸해 보이는 녹슨 철길 위로 5월 하순의 봄볕이 따갑게 내린다.

기차는 오래전에 역을 떠났고,

지금은 사람들도 자주 찾지 않는 외딴 폐역이 되었지만,

옛 남원역을 찾아, 서울로 혹은 목포로 향하던 많은 사람들이 다시 찬란한 봄볕 따라 철길 위를 가득 채울 그날이 다시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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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기차도 멈추게 했지만 / 다시 떠나보내야 했던 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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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플랫폼 / 옛 남원역사 일부, 주차장으로 가는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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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과 역사로 통하는 문은 잠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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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의자와 빈그네을 지금은 우리가 채워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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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자 햇볕이 꽤 따갑다.

조금만 걸어도 금세 지친다.

우리는 옛 남원역에서 기차 대신 자동차를 타고 '만인의총'으로 향한다.


* 2004년에 구 남원역 통표로 운행하던 시절, 일본인이 찍은 동영상이 유튜브에 남아있어 연결해 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d_moHEnvj5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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