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흥부대박길에서 뜻밖에 만난 12명의 보부상 이야기

흥부전은 형제간 우애를 다루며, 물질만능주의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by Someday

10박 11일간의 '남원에서 살아보기 마지막 날인 5월 28일(토).

선돌촌 숙소 냉장고에 남아있던 음식물을 꺼내 놓고 간단한 아침식사를 한다.

남아있던 유정란과 상추 등은 냉장고에 남겨두고, 남원 명물인 '뽕잎 김부각'만 가방 속에 담는다.



남원에서 들린 마지막 장소는 흥부마을이다.

흥부가 태어난 마을과 흥부가 살던 마을은 다르다.

흥부전 제비노정기에 흥부 집은 전라도와 경상도 접경 지역 남원-함양 간이라고 적혀 있다.

바로 남원시 인월면 성산리다.

아영면 성리는 흥부가 정착하고 부자가 된 마을로 알려져 있다.

인간문화재 강도근 옹의 제비노정기에도 "연재를 넘어 비전(현재 인월면 성산리)을 지나 팔랑재 밑에 당도하여 흥부 집을 찾아 빙빙 돌더니…."라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가 도착한 이곳은 '흥부대박길' 종점인 흥부 우애관이 있는 아영면 성리다.

흥부가 평안한 삶을 누리며 살던 마을이나, 지금은 오가는 차량도 뜸한 한적한 곳이다.

우리 부부는 자동차로 편하게 고진감래 대로를 따라 도착했지만, 흥부전의 한 장면 장면을 떠올려 보니, 길고 고단한 길이었을 것이다.


도착한 마을 초입이 흥부골 상성 마을이다.

깔끔하게 지어진 현대식 건물인 흥부 우애관과 홍보관도 보였지만, 우리가 도착한 날은 모든 문이 굳게 잠겨져 있다.

'아직 코로나 여파가 남아있어서일까?

원래 사람들이 잘 찾질 않는 곳일까?

아직도 외진 마을인지...'

암튼, 5월에 찾았던 남원에서 특히 아쉬웠던 점은 광한루원 정도를 제외하고는 우리가 들렸던 대부분의 유적지와 관광지에는 사람들이 없어 썰렁했다는 점이다. 우리야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어 좋기도 했지만, 많이 아쉽다.

7월과 8월엔 아무래도 좀 더 많은 이들이 찾겠지만, 아름다운 지리산 풍광뿐 아니라, 곳곳에 숨은 보석처럼 반짝거리던 아름다운 남원과 지리산 자락을 모두 둘러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흥부전은 판소리 다섯 마당의 하나인 흥부전에서 비롯된 연대 미상 고전소설이다.

형제간의 우애를 다루기도 했지만, 조선 후기 물질만능주의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모든 계층이 서로 돕고 더불어 살아야 행복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세상에 전하고 있는 계몽소설이기도 하다.


흥부에게 은혜를 입은 제비는 흥부 집으로 박 씨를 물어다 준다. 박 씨를 심어 박이 열리고 그 박 속에서 금은보화가 쏟아졌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아는 전래 동화다.

그러나 금은보화가 저절로 쏟아졌다는 이야기가 흥부전의 다가 아니었다.

박 씨를 정성껏 심고 가꾸어 부자가 되었다는 소설 근원지 기록으로 남아있는 내용에는 흥부 자식 12명이 팔도 보부상이었다고 전해진다.

흥부 자식들은 흥부마을 성리에 박을 심고 열심히 가꾸어, 바닷가 마을 사람들과 소금으로 바꿔 팔아 보부상으로 부자가 되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고 한다. 흥부 가족의 스토리텔링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내용이어서 무척 흥미롭다.

세상에 노력하지 않은 부자는 없다.

물론 놀부처럼 부모님 유산으로 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이도 끝없는 욕심으로 채우기만 하고, 마음을 비우지 않는다면 행복하다 할 수 없다.

기회가 왔을 때, 열심히 제 할 일을 다하며 바르고 성실하게 살아가면, 큰 부자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만족하며 살아가는 부귀영화가 따르는 것이 맞다.

흥부 자녀들도 부모님을 닮아 부지런히 농사짓고, 보부상으로 열심히 일했으니 그냥 얻은 부가 아니다.




'흥부 대박 길'은 흥부가 태어난 곳에서 출발, 고난의 길 - 희망의 길 - 고진감래 길 - 흥부 우애관으로 이어진다.

전래 동화로도 전해 오는 이야기 길 따라 이어진 흥미진진한 도보여행의 끝은 흥부 우애관에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고난의 길'은 인월면 성산리부터 인월면 자래리까지 4.65㎞가 이어진다.

'희망의 길'은 인월면 자래리부터 아영면 갈계리까지 3.25㎞까지 조성됐다.

마지막 구간인 '고진감래 길'은 아영면 갈계리부터 아영면 성리까지 6.10㎞를 조성했고, 그 끝이 바로 흥부 우애관이다.

흥부대박길 각 구간마다 안내판과 이정표, 흥부전 조형물 등이 설치되어 있다.

스토리가 있는 여행길, 흥부 가족과 함께 걷는 '흥부 대박길'에서 모두 대박 나시길.....



우리는 과정을 생략하고 흥부 우애관에 닿았지만,

우애관 건물 외관과 흥부전 이야기가 담긴 흥부 가족 조형물만 바라보다 그냥 떠난다.

남원에서 마지막을 장식한 방문지에서 이대로 발길을 돌리자니, 조금 허망하고 섭섭하다.

이제, '남원에서 살아보기'를 마치고 집으로 향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