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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Sep 08. 2022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다.

오늘 새벽녘엔 흰 이슬이 내렸을까?


흙먼지 날리는 국민학교 운동장을 달린다.

여름 햇볕이 수직으로 내리고

갈바람이 수평으로 불어오는 9월 어느 날,

옛날 옛날에 처서와 추분 사이 그날, 8살 아이가 6년 동안 힘껏 내달렸던 그 운동장이다.

- 요즘, 우리 집에서 내려다보이는 우레 깔린 초등학교 운동장이 아니다.

자유롭고 건강한 말라깽이 아이를 따라간다.

아이는 갈바람 타고 햇살 내리는 하늘을 향해 날아가듯 내달리는데, 나는 오른쪽 손으로 허리를 지탱하며 절며 걷는다.


오늘은 백로, 새벽녘에 흰 이슬이 내렸을까?

세상이 훤하게 밝아 온 후에야 두 눈을 뜨고, 살며시 허리를 펴며 일어나 뒤늦게 궁금했다.




허리 통증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화요일(6일), 2달 만에 다시 만난 '본 병원' 담당 의사는, "많이 아파요!"라는 내게 더 강한 처방을 내리지 않는다.

야속한 처방전을 받아 들고, 도수치료와 물리치료를 각 30분씩 하고 병원을 나섰다.

이날은 도수치료 후에도 오히려 온몸이 더 뻐근하고 허리가 아프더라!


대부분 다리가 저리거나 아프지 않으면 아직 허리가 견딜만한 상황으로 판단한다.

아직 두 다리는 괜찮다.

평소 허리에 무리 가지 않는 자세를 습관화하고, 통증이 오면 약과 물리치료, 도수치료(환자 선택을 꼭 묻는다)만 해 준다. 내가 그동안 경험한 정형외과 치료는 '많이 아프다'라고 하면, 허리 주위에 근육 이완 주사 6~7대 정도와 물리치료, 소염진통제 처방이었다.

근육 이완 주사처럼 금방 효과가 나타나진 않지만, 자꾸 주사를 맞는 것보단 서서히 회복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 동의하지만 오늘따라 빈약한 처방전을 들여다보자니, 섭섭하고 무정하게 느껴진다.


이런 상황이 1년에 2~3회였다면, 이번엔 7월 그리고 9월에 곧 이어지니 디스크 통증 간격이 너무 빠르다.

택배 상자를 무심코 들자, 오른쪽 허리가 삐끗하는 느낌이 들더니 통증이 시작됐다.

'잘 관리하며 살라.'지만, 쉽진 않다.

의자에 앉는 시간을 줄이고 있다.

누워서 찜질을 하거나, 짧은 시간 이어서 걷기를 한다.

한낮 뜨끈뜨끈한 햇살이 조금씩 길어진다.

정오가 훅 지난다.

어느새 태양은 서쪽으로 향하며 긴 그림자를 그린다.

절름거리던 나는 더 깡마른 키다리 모습으로 쭉쭉 길어진다.

이러다 하늘까지 닿으려나?

8살 아이처럼 갈바람 타고 햇살 내리는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다,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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