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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Sep 17. 2022

경의 중앙선에서 유튜브로 듣는 '초혼'과 '회룡포

KBS 불후의 명곡에서 만난 앳된 청년 김희재 트로트 가수

평생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거나 표현하며 산 적이 많지 않다. 

숨길 생각보단, 밖으로부터 진정한 위로를 받긴 힘들다는 것이 인생 경험에서 우러나, 고정관념으로 꽉 박혀 버렸다. 

가끔 글로 끄적거린다거나, 상황에 맞는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오래된 책, 그림(명화), 찍어 두었던 사진 등을 펼쳐 들며 혼자 삭히곤 한다. 

맛있는 걸 먹고, 푹 자는 것도 좋다. 


어제(20. 06. 17)는 LA갈비를 재서 임신 중인 딸네 집을 다녀왔다. 

10시 20분경, 경의 중앙선을 타고 용산역에서 환승, 신길까지 가는 동안 유튜브로 김희재의 '초혼'과 '회룡포'를 여러 번 감상했다. 

예쁜 딸 얼굴 볼 생각으로도 기분이 좋은데, 평소 하지 않던 음악 감상까지 하며 달리니 마음이 편했다.

경의선 열차조차 한가롭던 오전, 무심하게 지나치는 창밖 풍경까지 감상하며 가니 더 좋았다. 



수십 년간 TV 시청 시간은 주말과 메인 뉴스 정도였다. 

10여 년 전부턴 데스크톱 앞에 앉아 혼자 쏟아내고 싶은 이야기를 끄적거리며 살아왔다.

이문세 '옛사랑', 이무하 '그리움', 김광석 '서른 즈음에' 등을 변함없이 좋아해서 조그만 목소리로 읊조리듯 따라 부르곤 한다.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 프로가 세상을 후끈 달구고 있다는 것도 경연이 모두 끝난, 겨우 한 달 반쯤 전인 2020년 5월경에야 알게 됐다.

각종 매체에서 임영웅이 가장 핫한 트로트 가수로 등장, 자연스레 그의 노래를 접하게 됐다. 

그즈음, KBS 불후의 명곡에서 김희재 가수의 '초혼'을 듣고 진한 감성에 빠져들었다. 

노래하는 청년의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우연한 계기로 듣게 된 딱 한 곡의 절절함에 매료되어 혼자 조용한 팬이 됐다. 

'살아서는 갖지 못하는 

그런 이름 하나 때문에 

그리운 맘 눈물 속에 

난 띄워 보낼 뿐이죠 


스치듯 보낼 사람이 

어쩌다 내게 들어와 

장미의 가시로 남아서 

날 아프게 지켜보네요..... '


그리고 내가 스스로 찾아간 유튜브에서 만난 '회룡포'

'내 것이 아닌 것을 

멀리 찾아서 

휘돌아 감은 그 세월이 

얼마이더냐 

물설고 낯설은 

어느 하늘 아래 

빈 배로 나 서있구나.' 


그동안 관심 밖이었던 트로트 가락과 가사가 가슴에 절절하게 와닿는다. 

내면에 숨겨져 있던 한(恨)의 원형이 드러난 것일까?

50+세대 한가운데 서게 된 탓일까? 

일제강점기 정형화된 리듬에 일본 엔카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가요라는 배경이 오랫동안 그냥 트로트를 싫어한 이유가 될까?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하나지만, '뽕짝'이라 불리며 은근히 천대받아오던 기억도 한 몫했다. 

사람의 취향이나 마음도 변하긴 하지만, 내 취향은 오랫동안 변치 않았다. 

그러다 20년 5월 어느 날, 구성진 가락과 꺾기 창법의 애상적인 분위기가 싫지 않은 나를 발견했다.

그러고 보니 기억 속에 남겨진 내 어머니보다 더 늙어버린 나의 모습이 맞은편 거울 속에 덩그러니 담겨있구나!


평북 정주에서 월남하신 울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고복수 '타향살이' 가사도 다시 읊어보게 됐다. 

'타향살이 몇 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 

고향 떠난 십여 년에 청춘만 늙어 


부평 같은 내 신세가 혼자도 기막혀서 

창문 열고 바라보니 하늘은 저쪽.....'


이미자 '아씨'노래를 중얼중얼 읊조리셨던 울 엄니 모습도 선명하게 떠오르다. 

20대 어머니 모습도 곱기만 했을 덴데, 내 기억 속엔 아련한 빈 공간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옛날에 이 길은 꽃가마 타고

말 탄 님 따라서 시집가던 길

여기던가 저기던가

복사꽃 곱게 피어있던 길

한 세상 다하여 돌아가는 길

저무는 하늘가엔 노을이 섧구나.'


경의중앙선 8번 칸, '독서 바람 열차'


https://www.youtube.com/watch?v=9c-lBCgBA1g


P.S. '어나더 클래스의 최고의 뮤지션 킹 희재' 김희재 , 초혼 500만 뷰 돌파 

https://www.topstar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4744152


https://www.youtube.com/watch?v=RMQNJGAqUh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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