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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 계곡물, 솔바람길 미풍, 어둠을 밝히는 범종소리

이 모든 소중한 것들은 우리 곁에 사소하게 머물다 가지만

by Someday


이른 아침(10월 1일)부터 수도권엔 가득 내린 미세먼지가 시야를 흐리게 하고 있었다. 도로 위로 밀리는 자동차들의 긴 행렬이 답답함을 더 해 준 날. 오후엔 공주 마곡사에 도착했다.

사찰 먼 입구부터 마곡천 계곡 물소리가 우리 부부를 반겨준다.

미세먼지조차 태화산 솔바람에 모두 날려갔는지 숲의 신선함만 느껴진다.

졸졸 줄줄 찰랑대며 흐르는 계곡물

소리 없이 솔바람 길을 돌아가는 미풍

잔뜩 내린 구름 사이로 살짝 들고나는 파란 하늘, 부드러운 햇살

테크 위로 통통 퉁퉁 울리는 우리 부부의 여유로운 발자국 소리까지 어우러진 이 오묘한 조화로움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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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사진, 마곡천 극락교


테크 산책을 즐기고 싶은 분들은 사찰과 제법 떨어진 대로 곁 주차장을 이용, 걸어서 올라가면 딱 좋다. 숲길 드라이브를 즐기고 싶다면, 대형 주차장에서 오른쪽 사찰 입구로 그대로 자동차를 몰고 들어오면 된다.

데크 길이 끝나는 곳, 사찰 가까이 제법 커다란 마곡사 주차장이 있다.

우리는 늦은 오후였지만 천천히 걸었다.

걸어야 들리는 계곡 물소리, 마주할 수 있는 부드러운 솔바람을 그대로 느끼고 싶었다.

이곳은 미세먼지조차 머물지 못하고 지나치는 청정한 곳이다.


마곡사는 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태화산 동쪽 산허리에 인자하게 앉아있다.

봄볕 생기 움트는 마곡사의 태화산은 나무와 봄꽃들의 아름다움이 빼어난 곳으로 ‘春마곡’이란 별칭을 지니고 있다.

마곡사는 640년(백제 무왕 41년)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이 곳은 자장 율사가 창건할 당시만 하더라도 30여 칸에 이르는 대사찰이었으나 현재는 대웅보전(보물 제801호), 대광보전(보물 제802호), 영산전(보물 제800호), 사천왕문, 해탈문 등의 전각들이 가람을 이루고 있다.


마곡사 남쪽 권역(남원)은 영산전이 있는 수행 공간이다. 영산전은 홍성루 뒤쪽에 있다.

수선사, 영산전, 홍성루, 매화당, 명부전이 있고, 해탈문과 국사당이 이곳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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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루, 매화당 쪽으로 오르는 길 / 홍성루


마곡사 해탈문

이 문을 지나면 속세를 벗어나 부처 세계인 법계(法界)로 들어가게 되며, ‘해탈하겠다’는 원력을 갖게 된다.

해탈문은 추녀 아래 처마의 하중을 받치고 장식도 겸해 나무 쪽을 짜 맞춘 도구를 여러 개 배치한 겹처마 팔작지붕 집이며, 정면의 중앙 칸을 개방하여 통로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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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오른쪽, 금강역사상과 보현 보살상 / 입구 왼쪽, 문수 보살상과 금강역사상


마곡사 천왕문

천왕문은 마곡사 두 번째 문으로 태화산 남쪽 기슭에 있다.

법신장 나투신, 천왕문은 조선 후기에 건립했다고 추정된다.

천왕문은 겹처마 맞배지붕으로 박공지붕 집으로,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 장인 사천왕 상을 조성 안치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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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을 지키는 광목천왕, 동쪽 지국천왕 / 북쪽을 지키는 지국천왕, 남쪽 증장천왕


사천왕은 천상계의 가장 낮은 곳인 사천왕천의 동서남북 네 지역을 관할하는 신적 존재다.

부처가 계신다는 수미산 중턱 사방을 지키면서 인간들이 불도를 따라 사는지 살피어 올바르게 인도하는 분들이라는데, 이곳 마곡사 사천왕 얼굴 표정은 엄하고 무섭다기보단 살짝 익살스럽고, 인간적이다.



명부전 오르는 계단

업장을 소멸하는 곳, 마곡사 명부전

마곡사의 명부전은 1939년 건립된 건축물로 중앙 불단에 지장보살이 있다.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모든 중생들까지 다 구제할 것을 서원하신 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좌우 ‘ㄷ’ 자형의 불단을 만들어 저승의 심판관인 시왕을 모신 곳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명부전은 죽음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면서 그동안의 업장을 참회하고 소멸하는 기도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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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부전 오른쪽 뒤로 보이는 산신각 / 산신각 오르는 길


20221001_181244_HDR.jpg?type=w966 이제 수행공간을 뒤로하고 극락교를 건너 마곡사 경내로 들어선다.


마곡사 극락교

마곡천 위 극락교 건너 오른쪽으로 범종각이 있고, 뒤로 심검당이 보인다.


마곡천 중에서도 이곳은 호수처럼 물결이 잔잔하다.




나라의 기근 막는 오층 석탑

대광보전 앞에 있는 이 오층 석탑은 일명 다보탑, 금탑으로 불린다.

탑의 2층 네 면에는 ‘사방불’이 양각되어 있고, 상륜부에는 청동 풍마 등이 조성되어 있다.

원나라 영향을 받은 라마식 보탑과 유사하다.

사방불이란 동서남북의 방위 개념으로 모든 방향을 포괄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마곡사 대광보전

대광보전은 마곡사의 중심 법당으로 1788년에 중창됐다. 대웅보전과 함께 마곡사의 본전이다.

대광보전 내부에는 비로자나 부처 상이 건물 서쪽에서 동쪽을 바라보도록 봉안되어 있다.

비로자나 부처는 진리 자체를 상징하며, 온몸으로 광명의 빛을 세상에 두루 비침으로써 중생들을 지혜의 길로 이끌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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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광보전 내 비로자나 불상 / 세월의 풍파가 느껴지는 대광보전의 빛바랜 처마와 기둥


대광보전 뒤쪽에서 올려다보이는 대웅보전


앉은뱅이 업장 소멸한 대광보전 - 대광보전에는 ‘삿자리를 짠 앉은뱅이’ 전설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법당 안에 삿자리가 깔려 있었다고 한다.

그는 부처님의 자비를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세세생생 회향하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날은 그가 부처님께 공양 올릴 삿자리를 짜기 시작하면서 앉은뱅이로서의 삶을 거두고 걸을 수 있게만 된다면, 그 자비 광명을 얻게 만 된다면 이생을 넘어 세세생생 보시하는 삶을 살겠노라고 맹세하고 부처님께 의지하며 생활한지도 어느덧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는 이미 자신이 너무도 주제넘은 소원을 품었던 터라 더없이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100일 동안의 기도 끝에 깨달은 것은 첫째도 참회요, 둘째도 참회였다. 그러한 나날이 계속될수록 그는 걷게 되는 것을 염원하기보다는 길가에 무심히 핀 들꽃이 소중하고 그것이 살아있음을,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며 그 무엇에 건 감사하게 되었다. 들꽃과 함께 호흡하고 나를 느끼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는 부처님께 감사했다. 그렇게 100일이 채워졌고 마침내 삿자리도 완성됐다. 그는 부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성치 않은 다리를 끌고 부처님께 기어가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지극한 마음으로 절을 올리고 법당을 나왔다.

그런데 이것이 어찌 된 일인가? 그가 걸어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그 파란 하늘과 푸른 숲, 무심히 흐르는 마곡천을 바라보며 부처 님의 자비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 같은 부처님의 자비를 하늘과 바람과 나무와 숲, 그리고 모든 살아있는 이들에게 회향하고, 나누는 삶, 자비의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 마곡사 홈피 '대광보전' 중에서 -


대광보전에서 대웅보전으로 올라가는 돌계단


마곡사 대웅보전

마곡사 대웅보전은 1785년~1788년에 걸쳐 개보수한 건축물이다.


2층으로 된 대웅보전은 통층으로 전각의 내부에는 싸리나무 기둥이 네 개가 있다.

이곳에도 흥미로운 설화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사람은 죽어 저승으로 가서 염라대왕을 만난다.

염라대왕은 망자를 앞에 세워두고, ‘그대는 마곡사 싸리나무 기둥을 몇 번이나 돌았느냐?’라고 묻는단다.

많이 돌수록 극락 길이 가깝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예 돌지 않았다고 하면 그냥 지옥으로 떨어진다니, 이 전설을 듣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웅보전 주위를 일없이 서너 번씩 돌기도 한다.

또 이 생에서 아들이 없는 사람은 마곡사 대웅보전의 싸리나무 기둥을 안고 돌면 아들을 낳는다고 전해 오기도 한다.

옛날부터 이런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오다 보니, 지금도 이곳 네 개의 싸리나무 기둥은 반질반질 윤이 날 만큼 중생들의 손때가 묻어있다.


오른쪽부터 약사여래 부처상, 석가모니 부처상, 아미타 부처상


대웅보전에는 석가모니 부처를 중심으로 양옆에 약사여래 부처와 아미타 부처가 모셔져 있다.

이 세분 부처는 공간적으로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三世)를 대표하는 삼세불이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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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보전 앞쪽 처마 / 왼쪽에서 바라본 대웅보전


대웅보전 앞에서 내려다보이는 대광보전(사진 왼쪽)과 앞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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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천으로 내려가는 중 / 옆쪽으로 응진전이 보인다.


태화산 자락에 어둠이 깃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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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천 돌다리를 건너와서 바라본 풍경들


다리를 건너면 성보 박물관과 템플스테이 건물이 있다.

우리는 건물을 뒤로하고 마곡천을 따라 걷는다.

산사의 어둠은 깃들자마자 곧 깊고 무겁게 내린다.

오후 6시가 넘은 시간, 템플스테이 건물에서 젊은 여성 2명이 내려와 우리를 앞질러 걸어간다.

금세 극락교를 건너 마곡사로 사라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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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타불에 귀의 한다는 글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 마곡천 건너 편 마곡사 경내에도 어둠이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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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곡사에서 우리 부부와 함께 한 소중한 것들과 작별을 고한다.

어둠 속에 더 빛나는 구절초에게도 "안녕!"을 전하며 사찰 입구를 향해 내려간다.

내려가는 도중 산사의 어둠을 소리로 밝히는 범종의 울림을 계속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또 다른 기쁨이다.

눈으론 담을 수 없던 산사의 심오한 어둠을 뚫고, 웅장하면서도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에 온전하게 힐링된다.

다 헤아려보진 못했지만, 33번 울렸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걸었다.


https://www.youtube.com/shorts/KFGd1x1ZjPY


http://www.magoksa.or.kr/?asdf=home



불이 훤하게 밝혀진 '육남매고기집'에서 어탕 칼국수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 마곡사를 입구를 벗어났다.

짧은 나들이 길이었지만 온몸으로 한가득 힐링을 누리고 돌아가니, 만족스럽다.

긴 여운으로 새로운 한 주가 건강하게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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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남매고기집' 입구 / 식당 앞에서 바라본 마곡사 입구 밤 풍경
어탕 칼국수 19,000원 / 2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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