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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속촌에서 가을 낭만과 전통의 멋을 즐기며

하늬바람과 가을 햇살 사이로 할아버지랑 꾸미가 나란히 걸어가는 흙길

by Someday

우리는 민속촌 나들이를 미리 계획하고 출발한 것이 아니다.

꾸미 모녀를 데리고, 놀이삼아 가벼운 마음으로 찾은 곳이다.

우리 가족은 민속촌 근처 숯불 소고기 전문점 '양심소' 보라점(031-693-8110)에서 소갈빗살 한 판(69,000원)과 된장찌개, 공깃밥으로 푸짐한 점심 식사를 즐겼다.

양심소 내부가 넓고 깔끔해서 편하고 안락했다.

꾸미를 위해 구운 김도 따로 제공됐고, 서빙도 친절했다.

소갈빗살도 부드럽고 감칠맛이 좋았다.

주차장은 매장 앞뒤와 건물 지하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쪽으로 오면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맛있게 먹고 여유롭게 나서니, 오후 2시가 되어 간다.



민속촌 주차장엔 대형 전세 버스가 줄지어 서서 중고등학생들이 단체로 타고 내리느라 바삐 움직인다.

우리도 입장을 서두르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세젤예 꾸미는 할아버지가 챙겨 온 유모차에 앉아 지나치는 많은 사람들을 호기심 가득 찬 눈으로 쳐다본다.

그런데, 입장료가 생각보다 비쌌다. 오래전(15~20년 전쯤) 기억으론 딱히 비싸다는 생각 없이 즐겼던 곳인데... 주차요금도 입장료와 별도로 대형 3,000원 / 소형 2,000원을 받는다.

입장료는 성인, 청소년 32,000원 / 아동 26,000원 / 경로, 장애인 22,000원

야간 이용권은 금 토 일 공유일 운영. 성인, 청소년 25,000원 / 아동 22,000원 / 경로, 장애인 20,000원이다. 웬만한 3~4인 가족은 입장료만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예전에 내가 돌아보았던 민속 마을 쪽 말고, 오른쪽으로 새롭게 놀이 마을 어트랙션이 제법 커다란 규모로 자리 잡고 있다. 입장권에 놀이기구 이용료가 포함되어 있다.

손녀 꾸미는 아직 26개월이다 보니, 이용할 수 있는 놀이 기구도 한정되어 있다. 민속 마을부터 돌아보고 나오다 들리려니 꾸미가 피곤한지 유모차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어, 놀이 마을에서는 아무것도 이용하지 못했다.

36개월까지 무료입장이지만, 요금 선택제로 즐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서자마자 상가 마을 앞마당에서 민속 퍼레이드 '얼씨구절씨구' 공연이 시작된다. 잠시 흥에 겨워 즐겼으나, 주위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다 보니, 꾸미가 어리둥절 놀라는 것 같아 곧 자리를 이동했다. 우리 가족은 주로 민속 마을을 돌아봤다.


얼씨구 절씨구 공연 시작 장면 / 마을의 풍요를 기원하는 서낭당


https://www.youtube.com/watch?v=ZBuLAri55io


우리나라 전통 지붕의 종류

억새, 기와, 굴피, 볏짚, 너와, 돌기와 등 재료에 따라 다양한 전통 지붕들이 있다.



연자방아와 황소 누렁이

연자매를 쓰는 방아로 둥글고 넓적한 돌판 위에 그보다 작고 둥근돌을 세로로 세워서 이를 말이나 소 따위로 하여금 끌어 돌리게 하여 곡식을 찧는다.


누렁이 앞에서 연자방아에 더 관심을 보이는 꾸미


효자문

부모에게 효행을 다한 인물을 기리기 위해 세운 건물.

문(門)이라고 부르지만 출입을 위한 것이 아니다.

부모에게 효행을 다한 인물의 행적을 기록하는 비석(碑石)을 세우고, 현판을 단 누각(樓閣) 형식의 건물로 효자각(孝子閣)이라고도 한다.

민속촌에 있는 이 문은 효자 이덕규(1850~1900)의 효행을 기념한 문으로 1904년에 세워졌다.


효자문 / 장승들이 모여 있는 언덕, 장승은 잡귀를 쫓던 마을 수호신
효자각 내부 / 효자각 / 효자문 안에 있는 석상들


남부 지방 민가

남부 지방 민가는 안채와 바깥채가 일자(一 형)으로 나란히 배치된 호남 지방 특유의 형식이다.

이 집은 호남 지방 중농가에 속하며 안채는 방과 마루 공간이 많아 개방적이다.

바깥채에는 광이 많고, 머슴 방이 달려있다.



마루를 밟고 서보는 꾸미 / 남의 집 조심스레 들여다보는 꾸미


바깥채 광 / 절구질 하는 꾸미
가을 빛 밟는 꾸미랑 엄마랑 할아버지 / 그 곁으론 활짝 핀 노란 코스모스 무리도 가득


북부지방 민가

이 가옥은 북부지방의 가옥을 복원한 것이다.

일곱 채의 집이 특이한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안채와 문간채, 사랑채, 광채의 4동을 기본으로 튼 ㅁ자형(ㄷ자형)으로 배치했다.

나지막한 돌담 안에 복원된 집이 여러 채 있다.

북부지방 기후와 환경이 반영된 듯, 난방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지붕 높이는 낮고, 기둥과 기둥 사이가 비교적 좁아 방들이 작은 편이다.



다른 쪽에 있는 민가는 방 뒤로도 커다란 문이 있어 시야가 탁 트인다.

이런 구조는 여름엔 시원해도 겨울엔 추울 것 같다.

뒤쪽 문으로 남부지방 대가가 보인다. 기와지붕의 양반집이다.


베틀이 신기한 듯 바라보는 꾸미 / 중상류층 평민이 사는 집


평민들의 부지런한 모습이 살림살이에서 느껴진다.

깔끔하게 정리된 농기구들도 종류가 많을 걸 보니,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집으로 보인다.

디딜방아도 있어서 할아버지는 꾸미에게 사용법을 설명해 준다.


디딜방아

발로 밟아서 곡식을 찧거나 빻는 농기구. 디딜방아는 절구에서 나왔다.

한쪽이 가위다리처럼 벌어져서 두 사람 또는 그 이상의 사람이 마주 서서 찧는 양다리 방아와 한쪽이 벌어지지 않고 곧아서 한 사람이 찧는 외다리 방아의 두 가지가 있다.



북부 민가 집에 있는 양다리 디딜방아에서 꾸미랑 할아버지는 방아를 발로 열심히 밟는다.

할아버지가 꾸미를 디딜방아에 올라 태우자, 꾸미는 연신 행복한 웃음을 날리고.


돌담 아래 핀 과꽃, 꽃보다 더 예쁜 아기 꾸미 / 노랗게 물들어 가는 나무 아래 한들 한들 피어있는 코스모스


투명하게 훤히 비치는 색색의 긴 네모 천들이 걸려있는 흙길을 걸어서 남부대가 양반집으로 향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갈바람의 형상을 자유롭게 상상하며 걷는 길이다.

스쳐가는 하늬바람이 꾸미의 손길이 마냥 보드랍다.

따사롭게 내리는 가을 햇살도 아직은 차갑지 않다.



잠시 생각을 비우고, 바람결을 품는다.

가을 햇살 받으며 흙길을 타박타박 걷는다.

하늬바람과 가을 햇살 사이로 할아버지랑 꾸미가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이 정겹다.

나 혼자 뒤처져 걷으며 멋스러운 풍치를 즐긴다.

한국 민속촌에서 가을 낭만과 전통의 멋을 이렇게 즐기는구나!


https://www.youtube.com/shorts/NgcXY1HkwXc


남부 지방 대가

호남 지방의 가옥 형태를 옮겨온 양반집이다.

가옥 전체에 마루와 툇마루, 누마루가 고루 배치된 남부 지방 양반가옥의 특징이 잘 반영되어 있다.

ㄷ자형의 안채와 ㄱ자형의 사랑채, 일자형(一 형) 광채, 문간채를 튼 ㅁ자형(ㄷ자형)으로 배치된 규모가 큰집이다.

아기자기한 공간 구성으로 여유 있는 문화생활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남부대가 집 마당에 있는 포토존에서 꾸미와 나

그리고 담장 곁에 피어있는 코스모스까지 우리는 모두 함께 활짝 웃는다.


남부 지방 중농가

전형적인 남부 지방의 농가 양식이지만 유래 있는 시골 선비 집이다.

안채와 사랑채가 모두 일자형이며 평행으로 배치되어 있다. 사랑채에는 4칸 규모의 큰 대청과 두 개의 큰 방을 갖추고 있는 남부 지방의 가옥 특징을 잘 반영했다. 안채에는 찬 칸을 별도로 두었으며, 조상의 신위를 모신 감실도 있다.


남부 지방 중농가 / 가까이 있는 한약방


효열문

19세기 중엽 황 부인의 효행과 열 행의 뛰어난 행실을 추앙하고 찬양하기 위해 세운 정문이다.

정문은 나라의 조정에서 내려지며 후세인들에게 오래 그 행실을 기리게 하며 또 본받을 수 있게 하는 교훈적 기념물이다.



정자에 앉아 잠시 쉬어가기

우리는 모두 꾸미, 사랑해!

꾸미는 유모차보단 할아버지 어깨를 더 좋아하는 아기



완향루

향기를 즐기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닌 곳으로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려던 선조들의 풍류를 엿볼 수 있는 누각(루)이다.

방방형 형태의 단층 누각 구조로서 화려한 단청으로 장식되어 있다.

주변 자연환경과 어울리도록 정원을 만들어 아름다운 사계절 변화를 즐길 수 있는 별서 정원으로 지었다.

특히, 완향루의 앞쪽에 있는 방지원도 구조의 연못은 대자연의 일부를 정원으로 불러들여 풍월을 즐기고자 한 우리나라 전통 연못의 형태를 잘 보여준다.



관아

공청이라고도 하는 지방행정을 담당하는 외관직 정무를 집행하는 기관이다.

지방행정의 단위 부서인 주, 군, 현에는 각기 관찰사, 부사, 현감, 현령 등 지방장관과 함께 공청이 있었다.

이곳 관아는 정문과 외 행랑, 중문과 내 행랑, 정청인 동헌과 내당 그리고 내당 행랑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후면엔 옥사가 부설돼 있다.



공연장

오후 4시에 시작하는 풍물 한가락 공연을 준비로 바쁜 직원들의 모습도 보인다.


4시 공연이 시작되기 전,

우리는 민속마을 44호 옆 정자에서 '낙엽에 예술을 더하다' 체험도 했다.

먼저, 민속촌 뜨락에서 낙엽을 줍는다.

정자로 올라가 편히 앉는다.

주어진 고슴도치 그림 위에 낙엽을 붙이고, 즉석 코팅을 한다.




할아버지는 낙엽을 만들어 내고, 꾸미 맘은 낙엽을 붙이고, 세젤예 꾸미는 이 모든 작업을 총지휘!

할머니는 가족 전문 사진사니까 우리는 예술가족!


'낙엽에 예술을 더하다'


풍물 한가락 공연 시작

꾸미는 우리 춤사위 '풍물 한가락'에 취해, 그대로 잠이 들었다는...




꾸미를 유모차에 태우고 가능한 조용한 길을 찾는다. 가을 햇살도 벌써 기운다.

가을빛 가득 내리던 논에는 허수아비들만 남아있고, 장터로 향하던 사람들의 발길도 이미 뚝 그쳤다. 한가로운 논길로 찬 기운이 감돈다.

이곳에서 장터가 멀지 않지만, 우리는 돌아나가는 길로 들어선다.




흥부 집 앞, 자곡천 위로 지상으로 내려온 달이 보인다.


자곡천 건너편으로 보이는 민속마을은 오늘은 그냥 바라만 보고 지나친다.

해넘이가 지나면, 은은한 달빛이 자곡천 가득 찬란하게 빛나겠지!

어둠을 걷어내며 하얗게 빛날 민속마을 달빛 거리를 상상해 보면서 우리는 발길을 재촉한다.



온 가족이 세젤예 꾸미 단잠이 편히 이어지도록 신경을 쓰며,

지는 가을 햇살이 차갑게 내리는 민속마을길 걷는다.

오른쪽으로 중부지방 민가가 보여 나만 혼자 잠시 들여다본다.



중부지방 민가

안채는 남부 지방 일반형인 일자형의 작은 집이고, 아래 윗방에 툇마루가 붙어있는 단순한 구조의 집이다.

사랑채에는 두 개의 큰 방과 외양간, 헛간이 있다.

안팎 모두 중부지방 농가의 특이한 구성을 보인다.



평석교 - 민속마을과 놀이마을을 이어주는 다리

다리 위에서 바라본 '지상의 달'이 어둠이 내리길 기다리고 있다.


천변 가까이 피어있는 주황색 개양귀비 꽃 / 평석교
지상의 달 / 평석교에서 바라본 자곡천 공원교


놀이마을

평석교를 건너 놀이마을로 들어섰다.

세젤예 꾸미가 꿈길에 들었으니, 우리는 놀이마을을 그냥 쓱 돌아 나올 수밖에!


놀이마을 회전목마 - 우리 꾸미가 탈 수 있는 몇 안 되는 어트랙션들 중 하나!
놀이마을 순환열차 / 놀이마을 풍경 일부


공원교에서 바라본 평석교 / 놀이마을과 민속마을을 이어주는 공원교
공원교를 건너 / 민속마을로 다시 나섰다


민속촌 입구 가까이 있는 카페에 들러 따뜻한 밤 라테를 한 잔씩 마시며, 나들이 일정을 마무리한다.

다 둘러보지 못한 곳들은 다음을 기약한다.

세젤예 꾸미가 더 자라면, 다시 데리고 와서 놀이마을을 완전히 정복하고 가야지.

꾸미는 계속 새근새근 잘 자고 있다.

꾸미는 잠으로 피로를 풀고, 우리는 차 한 잔으로 피곤함을 덜어낸다.


밤 라테 (9,000원/ 1잔) / 카페 외관


꾸미는 자기 집에 도착하자 배시시 일어나 미소를 짓는다.

푹 자고 일어난 꾸미 모습은 쌩쌩하다.

꾸미가 일어나 할아버지와 눈을 맞추자, 할아버지까지 꾸미처럼 생생하다. 금세 피곤하다더니!


저녁식사는 꾸미네 집에서 배달음식으로 맛있게 먹고, 묵과 나는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사위는 아직 퇴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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