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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Nov 11. 2022

김현식을 만나면, 김광석 모습이 함께 떠오른다.

JTBC 12화 히든싱어, 김현식 - 치유와 위안이 되는 노래


몇 달 전, TV를 대형으로 바꿨는데 화면 색상은 예전만 못하다.

차일피일 미루던 업그레이드된 셋톱박스 설치를 오늘 오전에야 했다.

엊그제 요청했던 SK 기사가 셋톱박스를 바꿔 주고 나니, 화면이 확실히 더 선명해졌다.

이렇게 오전(낮)에 TV를 켜 본 지도 얼마 만인가!

선명 화질 모니터링할 겸 여기저기 채널을 돌려봤다.


그러다 지난 11월 4일 JTBC '히든싱어' 12화 원조 가수로 출연한 '김현식 32주기 특집' 재방을 보게 됐다.

나는 가객 김현식의 노래를 들으면, 노래하는 시인 김광석의 모습이 함께 떠오른다.

김현식(1958. 02. 18~ 1990. 11. 01)과 김광석(1964. 01. 22~1996. 01. 06 )은 32세와 31세 나이로 요절한 천재 뮤지션이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자기만의 음악성이 강하다.



김광석

사진출처: 나무 위키

김광석은 가수이자 싱어송라이터이며, 조용히 행동한 사회운동가이기도 했다.

지금도 그의 노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면, 내 살아온 세월이 반 이상 뚝 잘려 나간 듯 젊은 날로 회귀한 착각에 빠진다.

<일어나>를 흥얼거리면, 처졌던 몸과 마음이 잠시나마 위안을 받기도 한다.

우리는 평생 이 사람의 노래를 들으며 위로를 받아 오고 있지만,

살아생전 김광석은 뮤지션 활동 외 일상에서는 위로받지 못한 외로운 영혼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의 노래를 좋아하는 만큼, 마음 구석이 늘 미안함으로 그늘지곤 한다.


.....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 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서른 즈음에>


https://www.youtube.com/watch?v=TdipH7Z3HKQ


..... 끝이 없는 날들 속에 나와 너는 지쳐가고

또 다른 행동으로 또 다른 말들로

스스로를 안심시키지

인정함이 많을수록 새로움은 점점 더 멀어지고

그저 왔다 갔다 시계 추와 같이

매일매일 흔들리겠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일어나>



김현식

어린 시절 김현식체력이 좋았다. 한때 아이스하키 선수가 되고 싶었다고 하나, 아버지 사업 실패로 포기한다.

싸움도 잘하고 주먹도 매서워 거칠어 보이기도 했지만, 본성은 섬세했다고 전해진다.

김현식은 고교 자퇴(검정고시 합격), 대마초 가수로 낙인찍히기도 했고, 나중엔 지나친 음주와 흡연으로 건강을 잃는다.

천재적인 음악성에 비해 이렇듯 불우한 모습으로 기억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그의 이혼 사유는 주벽과 지나친 자유분방함이었다고 하나, 이혼 후에도 아내와 가깝게 지냈다.

간경화로 사망하기 1년 전에는 한 집에 살았다고 한다.

어린 아들에겐 엄하고 무섭고 고집 센 아빠의 모습으로 남아있기도 하고.



그의 음악은 장르가 다양하고, 음색이 풍부하다.

1981년 12월 30일 KBS 가요대상 - <봄여름 가을 겨울>

1984년 2집 <사랑했어요> 발매 - <바람인가> <빗속에서> <골목길> <환상> 등 수록

1986년 12월 3집 <비처럼 음악처럼> 발매 - <가리워진 길> <빗 속의 연가> 등 수록

1988년 2월 63 빌딩에서 재기 콘서트 개최 / 9월 4집 발매

1989년에 첫 베스트 앨범 발표

1989년 9월 28일 발매된 영화 '비 오는 날 수채화' OST 권인하, 강인원과 함께 참여.

1990년 5집 앨범 발표 -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

1991년 재발매 앨범에서 <봄여름 가을 겨울> 재녹음

1991년 사후 6집 앨범 발매 - <내 사랑 내 곁에> <사랑했어요> 등이 담겨있고, 판매량 200만 장 기록을 세움.

고인 김현식은 <내 사랑 내 곁에>로 같은 해 제6회 골든디스크 대상 받기도 했다. 당시 8살이던 그의 아들과 어머니가 대신 수상했다.


..... 저 여린 가지 사이로

혼자인 날 느낄 때

이렇게 아픈 그대

기억이 날까

내 사랑 그대

내 곁에 있어줘

이 세상 하나뿐인

오직 그대만이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내 사랑 내 곁에>


https://www.youtube.com/watch?v=OkKfoPk2XmE


김현식은 같은 병실에 입원한 환자에게 직접 15곡 정도를 불러준 적도 있다고 한다.

그 환자가 노래들을 휴대용 카세트에 녹음해 두었다가 김현식이 작고한 7년 뒤인 1997년 동아기획에 전달, 2002년 정식 앨범으로 나오기도 했다. 그의 곡 중 <사랑했어요>는 트로트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나 발라드에 더 가깝다.


..... 사랑했어요 그땐 몰랐지만

이 마음 다 바쳐서 당신을 사랑했어요

이젠 알아요 사랑이 무언지

마음이 아프다는 걸

돌아서 눈 감으면 잊을까

정든 님 떠나가면 어이해

발길에 부딪히는 사랑의 추억

두 눈에 맺혀지는 눈물이여..... <사랑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pMVESA4Xu3E


오늘 오전 12회 '히든싱어' 재방 TV 화면 위로 흐르던 김현식 모습이 담긴 여러 장 사진이 아련한 엣 그리움을 불러왔다.

그가 어린 아들과 함께 있는 모습은 행복하고 편해 보인다.

혼자 있는 모습에선 예나 지금이나 고독이 흐른다.

사진 속 김현식의 옅은 미소 사이로 묻어나는 쓸쓸함은 이 가을 탓이려나!


많은 사람이 변함없이 김광석, 김현식 두 사람의 노래를 사랑하고 아낀다.

우리는 두 사람과 짧은 만남 뒤 영원한 이별로 헤어진 것일까?

아니, 예술이 길다는 말은 두 사람의 음악성으로 다시 증명됐다.

우리는 지금도 <서른 즈음에> <일어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등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위로를 받는다. 김현식의 <봄여름 가을 겨울> <내 사랑 내 곁에> <사랑했어요>를 함께 읊조리며 슬픔을 달래고, 아픔을 삭인다.

지금 내가 아끼는 트롯돌 김희재를 향한 마음이나 그 당시 김현식, 김광석 두 사람에게로 향했던 마음이나 다르지 않다.

당시 두 사람에게로 향했던 마음은 친구이자 동지 같은 우정과 관심이었다면, 막내아들 뻘 되는 희재에게는 내리사랑쯤이라고 해 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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