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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Nov 18. 2022

미루고 미루던 건강검진 받은 날

이젠 몸이 불편하지(아프지) 않은 날이 특별한 날인 것만 같아!


공단 건강검진

미루다 미루다 결국 오늘 실행에 옮겼다. 

연말로 갈수록 붐빈다는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기는 척했지만, 관심이 고맙기도 했다. 

문진표는 온라인으로 작성해서 올렸지만, 대변 제출 통은 직접 가서 받아왔다. 

위내시경으로 속을 헤집어 놓을 생각을 하면 기분이 썩 좋진 않다. 

어제저녁 9시부터 금식하고, 아침 일찍 방문했다. 

그런데 올해는 짝수 건강검진 연도였네.

내가 속한 홀수 검진 해는 작년이었다.  

작년엔 6월부터 내내 건강이 나빴고 9월엔 수술까지 한 상태여서 건강 검진을 패스했는데, 이를 생각지 않고 일찍 방문했다가 나만 건강검진 시작이 좀 늦어졌다. 

건강관리공단 전화 1577-1000은 9시부터 상담업무를 시작하니, 통화하고 연도 변경 추가 신청을 하고 나니, 8시부터 시작하려 했던 계획이 한 시간 정도 늦어졌다. 

아침 일찍 붐비던 샘 한방병원 부지 옆 건강검진센터 1층이 10시가 넘자 조금 한가로워진다. 

아침 7시부터 와서 줄 서지 못한다면, 차라리 10시경에 방문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건강검진센터에서 모든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맨 나중에 위내시경만 본관 2층에서 받는다. 


건강검진센터 검진항목

(순서는 분비는 파트에 따라 적절하게 조정된다. 대부분 구강검진을 마지막에 받지만, 나는 앞서 받았다.) 

소변검사 -> 구강검진 -> 신체계측(신장, 체중, 허리둘레) -> 시력 -> 혈압 -> 청력 -> 채혈(혈색소, 공복혈당, 간수치 및 간 검사(AST, ART, R-GTP)등)-> 흉부 방사선 검사 -> 유방암 검사 -> 담당 의사와 상담 -> 자궁경부암 검사 

여기까지만 받는다면 1시간 전후로 가능해 보인다. 

남자분들은 30~40분 정도면 마칠 수도 있을 듯. 사람이 많으면 대기시간에 따라 다르긴 해도. 


위 검진을 마치면, 본관 2층 내시경실로 가라고 안내를 받는다. 

나는 비수면 위내시경을 선택했다. 

위내시경 할 때, 처음 딱 한 번 수면 내시경을 경험했지만 그 후론 계속 비수면을 택한다. 

가족들은 나보고 힘들지 않으냐, 지독하다고 농담까지 하지만, 나는 내 의식이 살아있는 상태로 상황을 직접 스케치하며 경험하는 것을 선호한다. 

수면 내시경은 내 의식이 '여기, 지금'을 떠나 있는 것이 아닌가!

수술을 받을 때야 할 수 없지만, 위내시경쯤은 얼마든지 견딜만하다. 

더구나 검사가 끝나면 곧바로 내 발로 걸어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 시간 정도 대기하란 간호사의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 40분 정도 누워있으니, 친절하게도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위내시경 검사받을 차례가 되어가니, 어서 오라고. 

병원엘 도착하니, 11시 15분 경이다. 

간호사가 검사에 들어가기 전, 2가지 약을 먹으라고 권하다. 

1차 먹은 약은 장 내 가스 제거제인 가소콜 500ml이고, 위내시경 검사 시작 5분 전 먹은 약은 목 마취제다. 내 기억으로 이 두 가지 약은 2~3년 전 서울 다른 병원 건강검진에선 복용하지 않았다. 의학도 매년 세세한 부분까지 진화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장 내시경 검사 전 먹는 물약도 그 양이 팍 줄었다고 하고.

위내시경에  드는 시간은 10분 정도다. 기다리는 과정이 길긴 했지만

검사 결과는 1주일 후 우편으로 보낸다는데, 나는 이메일로 신청한 상태다. 


샘병원 일반검진 031-463-4370~2 / 463-4385 

종합검진 031-463-4331~3

 

병원을 나서서 따뜻한 가을 햇살을 맞으며 천천히 걸었다. 

올 해가 가기 전에 치아 스케일링도 해야 하는데 자꾸 밀고 있다. 

코로나 4차 접종도 해야 할지 말지 생각이 오락가락 중이고.

지하도 벽에서 LED 조명으로 쓰인 문장을 폰 카메라에 담으며, 소리 내어 읽어봤다. 



12시 넘어 집에 돌아오니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시계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하루는 쏜살같이 지나고, 11월도 곧 하순이다. 

온전한 글 한 편 남긴 것도 아니고, 내 눈과 손으로 아름다운 가을 풍경 몇 컷 제대로 스케치도 못했는데 뭐가 그리도 바빴는지.


'헤세의 꽃'이 되려 했던 또 한 번의 계절이 떠나려 준비 중이다. 

쓸쓸한 갈바람이 스친다. 

'꽃은 모두 열매가 되려 하고

아침은 모두 저녁이 되려 한다.

이 지상에 영원한 건 없다. 

변화와 세월의 흐름이 있을 뿐'

아직도 변화는 발전이 되고, '나이듬'(agedness)이 성숙으로 열매 맺게 되길 바람 하는 건 욕심일까!

이젠 아프지 않은 평범한 날이 발전이고 열매같이 귀하게 느껴진다. 



회사 건강검진

지난 월요일(14일), 손녀 꾸미가 할미 집에 왔다. 

다음 날, 꾸미는 엄마가 회사 건강검진 다녀온 4시간 동안 할미랑 맛있게 잘 먹고, 씩씩하게 놀면서 해맑은 모습을 보여줬다.

어느새 엄마랑 떨어져도 엄마를 찾거나, 의기소침해지지 않는 단단하게 여문 아기가 됐다.

세젤의 꾸미의 꽃은 딱 알맞은 26개월짜리 성장 열매를 맺으며 계속 자라고 있다. 

대견하고 기특하다. 

그런데 엄마가 돌아오자, 한동안 엄마 품에 꼭 안겨서 떠나질 못한다. 

역시 아기는 아기로구나!

어느새 다 컸다고 대견해했지만, 4시간 동안 엄마 향한 그리움조차 꾹 참고 있었던 아기 마음을 생각하니, 할미 마음까지 괜스레 짠했다. 


15일 저녁엔 외식! -  돈가스 잘 먹고, 다양한 표정 짓는 세젤예 꾸미


딸은 엄마가 됐고, 꾸미는 엄마 사랑으로 매일매일 성장하고 있다. 

모녀는 하룻밤 푹 쉬고 화요일 늦게 집으로 돌아갔다. 꾸미 모녀는 계속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함께 성장할 것이다.


딸이 꾸미랑 우리 집에서 하룻밤 묵으며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나에게도 건강 검진받길 권했다. 

계속 미루기만 하던 건강검진을 오늘 급하게 하고 온 작은 계기가 됐다.

회사 건강검진과 공단검진의 차이점에 관해서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지만, 눈에 띄는 한 가지가 있긴 했다. 딸은 병원에서 제공한 죽을 들고 와서 공복과 위내시경으로 시달린 위를 보호해 주었고, 나는 그냥 돌아와 집밥을 먹었다는 것. ㅋ 

나도 예전엔 회사 건강검진을 받았던 때가 있었지만, 그땐 병원식 죽이 제공되지 않을 때였다. 

작은 변화여도 좋아지고 발전하는 건 당연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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