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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Nov 28. 2022

손녀의 성장을 지켜보며 다시 느끼게 되는 것

때가 되면 다 알아서 하고, 무슨 일이든 그 시기가 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잔비가 오락가락 내린다.

일주일 만에 할미를 찾아온 손녀 꾸미랑 시끌시끌하게 하루를 즐기며 보내다 보니 내리빗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한낮엔 가을비도 소강상태를 보이고, 꾸미도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니 셋이서 놀이터로 향했다.

놀이터에서도 꾸미에게 놀이기구를 태우며 열심히 놀다 보니, 다시 빗방울이 슬쩍슬쩍 흩뿌리듯 내렸다 멈췄다를 반복한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니, 창밖으로 어둠이 가득하다.

저녁 7시경 딸과 꾸미가 돌아가고 나자 셋이 함께 즐겁고 행복했던 만큼의 묵직한 피로가 스멀스멀 찾아든다. 겨우 양치질만 하고, 사랑스러운 세젤예 꾸미 모습을 떠올리며 허리에 뜨끈한 찜질  팩을 하며 누웠다.

꾸미는 일주일 만에 만나도 뭔가 더 성장한 느낌을 준다.

짧은 단어와 단어를 붙여서 말하기도 하고, 제대로 발음되지 않는 말들도 주저리주저리 쉬지 말하면서 자기의 의사를 전달하려 한다. 그 모습이 할미와 엄마의 감탄을 계속 이끌어 낸다.

토실토실하던 젖살들도 키를 키우는 데로 더 많이 소모됐는지, 또래보다 쑥쑥 자라고 있다.

꾸미의 성장을 지켜보며 다시 느끼게 되는 것,

'무슨 일이든 다 때가 있다' '때가 되면 다 알아서 하게 된다'는 순리가 척척 들어맞는다.

꾸미의 성장단계도 어느새 내가 늙어가는 과정도 자연의 순리일 뿐이다.

찜질만 하고 곧 일어날 생각이었으나 깜잠이 들어 버렸다.

잠결에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리드미컬하게 울리는 빗소리가 귓가에서 어지럽게 맴돈다.

9시가 넘어 부스스 일어나 앉으니, 계속 어지럽다.

땅콩 몇 알 입안에 털어 넣으며 20여 분간 집안을 왔다 갔다 서성이다 보니, 어지러움이 조금 가신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살아가면서 극복해야 할 일들은 줄어들고 현상 유지 쪽으로 지탱된다.

대부분 건강 문제 외 특별한 악조건이나 어떤 긴박한 상황을 이겨 내야 할 일도 별로 생기질 않는다.

따라서 마음도 느긋해지고 편해지기 마련이다.

최근 내 상태다.

물론 혼자 극락이나 천상에 속해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냥 일상이 큰 변화 없이 평이한 시간 사이를 지나간다는 뜻일 뿐이다.

어지러운 정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반복되는 경제, 상식으론 이해 불가능한 참사, 점점 극으로 치닫는 지구 환경 변화, 참혹한 살인강도와 어리석은 다툼 등도 매일 뉴스로 보고 듣는다.

다시 확산된다는 코로나 바이러스, 계속 새로 등장하는 변이 바이러스까지 어수선한 시국이 남의 일이라 할 순 없지만 이런 상황도 변하면서 지나갈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시대에 맞는 인생관과 철학을 스스로 깨우쳐 지니고 살아갈 것이다.

발전과 성장은 지속되리라는 생각이 이런 믿음을 받쳐주고 있다.


출장 간 '묵'이 전화를 걸어왔다.

'가나' 전이니까 축구를 꼭 보고 자란다.

"알겠어요"라고 대답하고 계속 자판을 두드리다 보니, 내심 자꾸 신경이 쓰인다.

곧 거실로 나가, 대한민국과 가나 전을 응원해야겠다.

'묵'과 떨어져 있어도 같은 마음으로 함께 응원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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