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6일 아침이 밝았다. 날씨는 예보대로 흐린 상태다. 숙소에서 내려다보이는 거리 풍경은 그림처럼 멈춰 선 채 조용하다. 이따금 지나치는 차량도 쓰윽 바람처럼 스쳐간다.
식당 벽에 걸려있는 추상화 한 점에 눈길을 주며, 식사를 마친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잠시 호텔 근처 거리 풍경을 둘러보았다. 우리는 곧 메스트레 선착장으로 가기하기 위해 전세 버스에 오를 예정이다.
메스트레 선착장에서 베네치아 리알토 본섬까지 뱃길
메스트레 지역 선착장 리알토 섬(본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기차를 타거나 페리를 타고 들어간다. 이른 아침(8시경), 베네치아 구도심 관광을 위해 전세버스를 타고 메스트레 선착장에 도착. 구도심인 본섬으로 향하는 페리선에 몸을 싣는다. 배는 산 마르코 광장으로 가기 위해 설레는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 달리기 시작한다.
해무가 가득 내린 아드리아 해에 잔잔한 파도가 인다. 아침부터 잔뜩 흐려있는 베네치아, 해무 가득 내린 아드리아 해 풍경이 시야에 흐릿하게 들어온다. 관광하기에 딱 좋은 날은 아니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그리고 이런 날이 꼭 나쁜 것만도 아니다. 해무로 촉촉해진 온몸으로 신비로운 풍경이 그대로 스며드니, 같은 풍경이라도 뭔가 더 아련하게 감성을 자극한다.
베네치아 리알토 섬(본섬), 산 마르코 광장으로 향하는 뱃길
우리를 태운 여객선이 도착한 곳은 관광 중심지인 산 마르코 광장 남쪽이다. 이곳은 선착장이 길게 이어져 있다.
선착장에 늘어선 곤돌라들
산 조르지오 마조레 섬과 성당이 보이는 아드리아 해 베네치아만과 선착장
베네치아(Venezia)는 운하도시
베네치아는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베네토주 베네치아 광역시에 속하는 도시다. 과거 베네치아 공화국 수도였고, 영어로는 베니스(Venice)라고 한다. 베네치아라는 이름은 기원전 10세기까지 이곳에 살던 '베네티인'들에서 유래했다.
이곳은 옛 베네치아 공화국 수도로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유럽 해상무역과 금융 중심지였다. 13세기부터 17세기 비단, 향료, 밀을 거래하는 주요 창구로,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였다.
베네치아(베니스)는 그 지형만큼이나 독특한 문화와 풍토를 지니고 있다. 이곳은 세계적 관광지이며, 운하의 도시로 유명하다. 베네치아 원도심은 베네치아 석호 안쪽에 흩어져 있는 118개의 섬들이 약 400개 다리로 이어져 있다. 육지로부터 약 3.7 km 떨어져 있다.
베네치아는 석호, 구시가, 육지로 구분된다. 메스트레 지역을 제외하면, 모두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시 자체가 바다 사이에 끼어 있다고나 할까!
이 아름다운 도시도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해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고 하니, 안타깝다.
이탈리아 광장은 대부분 4면이 건물로 둘러싸여 있으나, 산 마르코 광장은 한쪽 면이 바다를 향해 열려 있다. 바다 면해엔 선착장(피아체타)이 있고, 이곳 구도심은 수로가 뚫려 있는 물의 도시다.
구도심엔 차량이 없으니 당연히 찻길도 없다. 이동수단은 걷기와 수상택시다.
바포레토(베네치아의 교통수단으로 수상 택시 나 수상 버스)도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파도로 인한 도시 균열을 막기 위해 좁은 운하에서는 7km/h, 넓은 곳에서는 11km/h로 속도 제한을 두고 있다.
베네치아 지도 지형과 주요 섬 이름
사진출처: Pixabay - 형형색색의 집들이 인상적인 부라노섬 베네치아에서 하루 이상 머물며 관광할 수 있다면, 무라노 섬과 부라노 섬까지 들리면 금상첨화다. 무라노 섬은 유리공예로 유명하다. 부라노 섬은 형형색색 아름다운 색깔의 집들로 특별한 조형미까지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부라노 섬의 알록달록 컬러풀한 집들과 운하가 어우러진 풍경은 유명 관광지 사진에서 많이 보곤 했다. 들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바삐 움직이는 우리 패키지여행 상품에는 빠져 있다.
리도섬과 메스트레는 비교적 조용하고 관광객도 적다. 이곳엔 저렴한 숙박비로 쉴 수 있는 호텔들이 많다.
리도섬은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는 곳으로 이곳 해변도 유명하다.
선착장에서 산 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 가는 길
선착장에서 산마르코 광장까지 가는 길을 멀지 않다. 중간중간 작은 운하들이 있어 다리를 건너기도 한다.
그 사이로 곤돌라 탄 사람들도 보인다. 운하 위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고풍스러운 집들도 그리 낯설지 않다.
베네치아는 땅이 귀한 곳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도 거의 붙어있다. 길도 좁고 미로처럼 복잡하다.
현지인들도 헷갈릴 정도라니, 여행자들은 발길 닿는 대로보다는 목적지를 정하고 관광하는 것이 낫다. 책과 영상에서 사진이나 그림으로 보았던 그대로의 이국적인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비로소 우리가 베네치아에 와 있다는 사실을 진하게 실감하게 된다.
피아체타(바다에 면해 선착장이 있는 부분)를 걷다 보면, 역사와 운치가 제대로 느껴진다. 운하 도시가 변화해온 자취를 따라 제법 여유롭게 걷는 시간이다. 선착장을 따라 호텔과 카페, 수로, 동상 등이 들어서 있다.
탄식의 다리 탄식의 다리는 두칼레 궁전(드제 궁)과 감옥 사이 작은 운하를 두고 동쪽으로 난 다리이다. 두칼레 궁전 위층과 연결되어 있는 탄식의 다리는 감옥과 이어지는 통로다. 베네치아에서는 리알토 다리만큼이나 유명하다. '10인 평의회'에서 형을 받은 죄인은 누구나 이 다리를 지나 감옥으로 연행됐다.
카사노바도 감옥으로 향하며, 탄식했던 그 다리다. 죄인들은 누구나 이 다리를 건너가면서 바깥세상을 바라보며 탄식했고, 그래서 '탄식의 다리'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 카사노바(1725년 ~ 1798년)는 이탈리아 문학자. 일찍 성직자가 되었으나 추문으로 투옥, 후에 법률을 배우고 유럽 각 나라 궁정에 출입하며 기괴한 생애를 보냈다. 파리에서는 마리 앙투아네트 총애를 받았으며, 만년에는 보헤미아에서 옛 벗 발트슈타인 사서(司書)로 일했다. 프랑스어로 쓰인 '회상록 Mémoires, 12권'은 초인간적 엽색 생활기로 유명하다.
빅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동상 빅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동상을 지나쳐 간다.
베네치아의 중심, 산 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
베네치아는 서로마가 멸망하고 난 후에 발달한 도시다. 이탈리아 다른 도시들과 달리 고대 로마 유적은 찾아볼 수 없다. 동떨어진 지리적 여건으로 교황이나 황제의 영향력도 미치지 못했던 곳이다.
베네치아는 독립적인 공화국 형태를 오랫동안 유지했고, 정치나 종교보다는 상업이 발달한 무역도시로 유명해졌다.
왼쪽부터 종탑, 산 마르고 대성당, 두칼레 궁 탄식의 다리를 지나 두칼레 궁을 오른쪽에 두고 들어서면, 산 마르코 성당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태로 광장을 지키고 있다. 산 마르코 광장은 베네치아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다.
두칼레 궁(Palazzo Ducale)
두칼레 궁 앞에 선 주주와 레드루 9세기에 건설된 두칼레 궁은 베네치아 총독의 공식적인 주거지이자, 최고 사법부였다. 이 궁에는 1,100년 동안 베네치아를 다스렸던 120명의 총독이 거주했다. 창건된 이후 15세기에 현재 모습으로 완성됐다. 고딕 양식의 건물로, 베네치아에서 가장 뛰어난 조형미를 자랑한다.
산 마르코 광장의 원주
광장 입구, 날개 있는 사자 상과 수호성인 성 조지상은 베네치아의 상징
수호성인 성 조지상 / 날개 달린 사자상 - 폰 카메라로 잡히지 않는 원거리 사진은 레드루 DSLR로 찍음 광장에는 멀리 콘스탄티노플에서부터 옮겨온 흰 대리석으로 만든 2개의 원주가 우뚝 서있다. 원주 위에는 베네치아의 상징물과 수호신인 날개 달린 사자와 성 조지상( 성 테오도르상)이 올려다 보인다.
산 마르코 광장인데, 왜 수호성인이 성 마르코가 아닌 성 조지상일까?
옛날 성 조지가 베네치아 수호성인이었을 때, 숙적인 제네바와 전쟁을 벌이면서 베네치아는 수호성인을 성 마르코로 바꾸었다고 한다. 당시 제네바의 수호성인도 성 조지였기 때문에 두 세력의 치열한 전투 장에서 같은 수호성인의 이름을 외치며 돌격했을 불편한 어색한 상황이 그려진다.
이곳 산 마르코 광장 입구에 서있는 성 조지상은 수호성인이 바뀌기 이전에 세워졌던 것이다. 성 조지의 잘못도 아니고, 당시 세력들끼리 전쟁이었으니 옛 수호성인 조각상까지 내려칠 이유는 없다는 것이 정답이다. 베네치아 수호성인은 성 마르코가 맞다.
산 마르코 대성당 (Basilica di San Marco)
화려한 비잔틴 양식의 산 마르코 대성당
산 마르코 성당은 베네치아의 상징이다. 828년 베네치아 수호성인 마르코 유체를 모시기 위해 창건했다. 967년 화재로 유실되었고, 1063년부터 10년에 걸친 복원 공사로 현재 모습을 갖게 됐다. 성당 내부, 보석과 금박으로 장식된 '황금의 제단'도 유명하다. 내외부를 아름답게 장식한 모자이크 벽화는 미술사적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성 마르코 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과 비잔틴 양식이 혼합된 사원이다. 밖의 둘레는 330m이고, 5개의 두오모를 갖고 있다. 17~18세기 제작된 천장 모자이크 화에는 사원 창건 유래가 표현되어있다.
십자군 전쟁 시, 콘스탄티노플에서 약탈해 옮겨놓았다는 기마상 4마리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산 마르코 광장을 보고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감탄했다. 베네치아 공화국은 나폴레옹에 의해 멸망했다.
산 마르코 광장은 베네치아를 찾는 이들이 반드시 들리는 명소다.
사진 출처: 나무위키 - 산 마르코 대성당 내부 전경
산 마르코 광장 여기저기, 이모저모
산 마르코 광장은 베네치가 카니발이 열리는 곳이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도 일주일 전에 열렸던 축제의 흔적들이 광장 바닥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오늘처럼 흐린 날씨에는 3월 초에도 제법 쌀쌀하다. 2월 평균 기온은 최저 0.7℃, 최고 8.2℃라는데, 매년 2월 말이면 이런 성대한 축제를 연다.
회랑 광장 주위로 흰 대리석 열주가 줄지어 있는 회랑 또한 장관이다.
회랑 안으로는 관광상품 파는 상점과 카페 등이 들어서 있다.
기념품을 사지 않아도 좋다. 아이쇼핑 즐기면서 천천히 편하게 걷는다. 그냥 둘러보기만 해도 시간이 어찌나 빠르게 지나가던지.
마르차나 도서관도 이 회랑 건물 안에 있다.
자유시간이 끝나갈 무렵, 회랑을 서성이다 도서관 입구가 보여 들어가려 했으나, 현지인에게 제지당했다. 도서관 직원은 우리가 들어서려는 문이, 관계자들만 출입하는 곳이라고 설명해 준다.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려면, 긴 회랑 끝에서 돌아가란다. 그곳에 일반인 출입문이 있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아쉽게도 우리에겐 그럴 시간이 없다.
산 마르코 종탑 (Campanile di San Marco)
베네치아에서 가장 높은 종탑, 위로 전망대도 있다. 광장 주위 두칼레 궁전 쪽을 제외하고, 회랑에는 카페 거리가 쭉 들어서 있다. 특히, 1720년에 개업한 '카페 플로리안'은 유명한 곳이다. 바이런, 괴테, 바그너 등이 단골로 찾았던 역사적 의미가 더해져 광장에서 또 하나 명물이 되었다.
'이왕, 이곳까지 왔으니 플로리안에서 커피 한잔 마셔야지.' 그러나 아무리 유명한 카페라지만, 우리는 너무 붐비는 곳보다는 좀 더 여유로운 장소를 찾았다. 바로 '카페 라베나'다.
아래 '카페 플로리안' 사진은 우리가 '카페 라베나'에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지나칠 때 찍은 것이다. 30분~40분 전엔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플로리안 앞은 북새통이었다.
카페 플로리안
카페 라베나 카페 라베나는 산 마르코 광장 카페 플로리안 맞은편에 있다. 주주와 레드루는 부드러운 이탈리아 라테를 마시며, 오래간만에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즐겼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카페 라베나에서 즐긴 여유로움과 곤돌라, 수상 택시 체험은 다음 장에서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