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는 거의 가성비 갑인 흥덕식당에서 백반으로 즐기다.
오후 5시경, 순천 '호텔 디바인'에 입실, 소박한 여장을 푼다.
하얀 침대 위로 몸을 뉘자 피로가 살짝 몰려온다.
그대로 잠들고 싶다는 유혹을 뒤로하고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운다.
곧 숙소 창밖으로 보이던 동천 산책로를 걷는다.
호텔 디바인(전남 순천시 역전길 47 / 061-743-3347)
'디바인'은 깨끗하고 소박한 숙소다.
가족이나 연인이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가성비 괜찮은 곳이다.
정문을 나서서 왼쪽으로 걸어가면 곧바로 동천 산책길이 이어진다.
디바인 건물 맞은편으론 '순천 양조장'과 '브루 윅스'가 있고, 2차선 도로 건너편으론 복합문화 공간인 '청춘 창고'도 있다.
어둠이 깃들기 시작하니, 이곳이 바로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핫플레이스.
멀지 않은 곳으로 '아랫장' 시장도 있다.
키 작은 개나리 나무는 노란 꽃을 피우며 봄맞이를 즐기고, 하얀 목련 꽃은 작은 그늘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2023년에도 누군가는 목련 꽃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고, 긴 사연의 편질 쓰겠지!
키 큰 벚나무는 아직 개화하지 못한 채 새봄이 좀 더 가까이 오길 인내하며 기다리고 있다.
모든 꽃은 때가 되면 핀다.
열매를 맺기 위해 피는 세상 꽃들은 다 예쁘다.
누가 먼저 개화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짧은 만남 뒤로 곧 이별의 순간이 이어지지만 그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스스로 뚝뚝 떨어져 뒹굴며 안녕을 고하기도 하고, 바람결에 자신을 그대로 맡긴 채 신명 난 춤을 추며 멀어져 가기도 한다. 동천 둑길 봄바람도 중랑천 둑길로 흐르던 그 바람과 다르지 않고.
순천 양조장과 브루 윅스
순천 양조장(전남 순천시 역전길 57 / 0507-1351-2545)은 수제 맥주로 유명한 곳이다.
취하기 위해 마시는 맥주가 아니고 음미하며 즐기기 위해 마시는 맥주다.
'묵'이 선택한 맥주는 '순천 특별시'(7천5백 원/1잔)다.
'순천 특별시'는 나그네에게 패션후르츠, 망고 같은 열대과일의 풍미를 전해주는 쌉쌀하고 살짝 거친 느낌을 주는 맥주다.
안주는 '오징어 피데기'(2만 원/ 한 접시)로 정했다.
'오징어 피데기'는 반건조 오징어 버터구이, 바삭하게 구운 황태포, 김부각 등이 담겨있어 아직 저녁식사 전 가벼운 간식거리로 괜찮을 듯해서 골랐다.
나는 최근 건강을 위해 술과 커피를 모두 끊은 상태여서 카페 '브루윅스'(순천시 역전길 61 / 0507-1334-2545)로 건너가 따뜻한 캐머마일(4천8백 원/1잔) 한 잔을 날라왔다.
순천 양조장과 브루윅스는 한 울타리 안에 있다.
브루윅스에서 주문한 것은 순천 양조장으로 가져져 와 즐길 수 있지만, 순천 양조장에서 주문한 것은 브루윅스로 가져가 즐길 수 없다.
나는 거친 맛의 수제빵 한 조각을 씹고 싶었지만,
금요일 17시 40분경, 브루 윅스 매장 진열대는 텅 비어 가는 상태였다.
빵과 케이크는 대부분 '준비된 수량 판매 완료'였다. 티라미수만 6개 정도 남아 있는데, 달달한 티라미수는 썩 좋아하질 않아서...
순천 흥덕 식당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안심식당
저녁식사는 흥덕식당(순천시 역전광장 3길 21 흥덕 식당 / 061-744-9208)에서 백반 정식을 먹었다.
흥덕 식당은 거의 가성비 갑이다. (브레이크 타임 있음. 15:00~16:00)
백반(9천 원 /1인) 한 상에 올라오는 반찬만 13가지.
반찬이 모두 정갈하고 맛도 괜찮다.
남도 인심이 묻어나는 정겨운 한 상을 받고 보니, 식욕이 확 당긴다.
잘 먹고, 잘 즐겼으니 이제 잘 자면 된다.
느긋한 몸과 마음을 챙기며 흥덕 식당을 나서니, 길가 어둠 속에서 노란 수선화가 예쁜 미소를 보낸다.
순간, '지금 행복해!'라는 목소리가 절로 배어 나온다.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더 글로리' 2부를 세 편이나 보고 잠이 들었다.
토요일 아침엔 당연히 피곤함이 다 가시질 않았고.
호텔 디바인 조식 서비스는 간단한 콘티넨털식으로 7시부터 9시까지(월요일엔 제공하지 않음) 운영한다.
단, 맛과 영양을 크게 기대하진 않기로. ^^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다음 행선지로 출발할 수 있으니, 시간을 좀 더 느긋하게 보낼 수 있어 좋다.
우리는 '디바인'에서 '낙안읍성'을 향해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