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스러운 돌계단을 밟고 내려가 고즈넉한 조선시대 옛 정취를 느낀다.
전북 순천 낙안읍성은 소박한 초가마을, 정겨운 돌담길, 온전하게 지켜온 600년 성곽의 정취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곳이다. 사적지로서 중요 지정문화재인 성곽, 민속가옥, 객사, 충민공 임경업 군수 비각 등의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다.
낙안읍성(사적 302호)은 충남 서산 해미읍성(사적 116호), 전북 고창읍성(사적 145호)과 함께 대표적인 조선시대 읍성으로 현재까지 원형이 잘 남아있다.
낙안읍성 민속마을은 전시용 민속촌이 아니다.
297동의 초가가 옹기종기 모여 있고, 88여 세대 175명의 주민이 직접 생활하며 살아가는 곳이다.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며 일상을 영위하는 곳이니, 더 관심이 간다.
새로 엮어 이은 누런 초가지붕, 반짝거리는 장독대만 봐도 게딱지 같은 집은 없다.
작은 초가집도 이곳에서는 초라해 보이질 않는다.
낙안읍성 민속마을은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 마을처럼 전통적인 촌락 형태를 온전하게 지니고 있다.
와이파이도 터지는 첨단 생활권이며, 각 가정마다 생활필수품인 가전제품도 비치하고 있다.
간혹 어떤 집 앞에는 자가용이 주차되어 있기도 했다.
물론 마을 전체가 문화재이니 보일러 등 기계 설치에는 제한이 따른다.
연간 12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한다는 유서 깊은 이곳엔 지금(3월 11일) 새봄이 스며들고 있었다.
낙안읍성 입구 밖 오른쪽, 각기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장승들이 방문객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아는 체한다.
왼쪽에는 고인돌 군이 있다.
고인돌 들 사이로 홍매화 한 그루가 고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어 잠시 눈길이 머문다.
낙안읍성 안내도(우리가 돌아본 성곽 코스)
낙안읍성을 돌아보는 4가지 관광코스가 있지만,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이, 각자 관심 가는 코스를 선택해서 취향대로 더하거나 빼면 좋다.
우리는 성곽을 따라 돌기로 하고, 동문에서 출발 동문에 도착하는 우리만의 코스를 따라 걸었다.
서문을 지나면 실제 성곽 위를 걷는 사람들이 뜸하니, 더 호젓하게 성곽을 걸을 수 있어 좋다. 봄나들이라면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 더 어울릴 수도 있지만, 우리는 조용하게 산책 즐길 수 있는 곳이 더 좋더라.
우리는 동문으로 들어서서 왼쪽 성곽을 따라 오른쪽으로 한 바퀴를 쭉 돌아 나왔다.
중간에 마음이 끌리는 곳에 닿으면, 고풍스러운 돌계단을 밟고 내려가 고즈넉한 조선시대의 옛 정취를 가까이서 느끼는 것도 좋다.
남문 돌계단으로 내려가 옥사를 돌아보니, 예나 지금이나 죄지은 사람들은 항상 있다.
지은 죄에 합당한 벌을 받는 건 옳은 처사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옳고 그름을 따져 판단하는 사람들이 그 중책을 얼마나 바르게 행사해 왔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
옥사에 갇힌 이 들 중 가난하고 힘없는 억울한 서민이 섞여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여전히 든다.
문명은 오랜 세월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여전히 정답이 없어 보이는 곳도 있다.
남문을 지나면 '전망 좋은 곳'이 바라다 보인다.
마을 쪽을 내려다보면 아기자기한 도예방도 있고, 성 주변으론 동백과 매화꽃이 만발하니, 그 아름다움이 눈 부셨다.
전망 좋은 곳으로 오르기 전, 잠시 마을로 내려가 국악체험 초가집과 뒤쪽 대장금 세트장을 돌아보았으나, 개인적으로 특별히 관심 갖고 더 둘러볼 것은 없었다.
마을에서 '전망 좋은 곳'을 올려다보니, 좁은 성곽 위를 오가는 사람들이 멋진 인생 사진을 남기기 위해 멈춰 있거나 순서를 기다리며 모여있기도 하다.
우리도 조심스레 다시 성곽으로 올라서니, 낙안읍성이 한눈에 쫙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참 좋다.
누구든 이곳에 올라서면 감탄을 자아내게 되니, 왜 '전망 좋은 곳'이라 불리는지 알겠다.
이어진 '반길등' 숲을 끼고 돌아서 걸어가면 서문이 보인다.
서문에서는 성곽이 끊어졌다가 이어진다.
읍성 마을을 들고나는 자동차들은 이곳 서문을 주출입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문 쪽 마을 근처도 그냥 지나치면 섭섭하지!'
마을로 내려서니 서문 안쪽 입구에 정승들이 서있다.
다양한 얼굴 표정에 끌려서 하나하나 눈을 맞추면,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듯하다.
잠시 마을 주위를 서성이다 서문에서 다시 이어진 성위로 올라 쭉 걷는다.
곧 낙민관 자료전시관, 내아, 동헌(별감)의 깔끔한 기와지붕 뒤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도 둘러보려면 다시 마을로 내려가야 하니, 돌계단을 찾는다. 동헌(별감) 뒤쪽에서 돌계단이 보인다.
동헌 왼쪽으로 '내아'로 통하는 문이 있다.
내아는 군수의 관사다.
낙민관과 관아 등을 돌아보며 걷다 보니, 살짝 더위가 느껴진다.
봄이 가까이서 우리를 품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살며시 불어오는 봄바람을 느끼며, 빈 의자에 앉아 쉬어간다.
빈 의자에 앉아서 주변을 돌아보니, 주 무대와 놀이마당이 보인다.
주 무대는 텅 비어 있지만, 놀이마당에서는 방문객들이 항아리에 화살을 던져 넣는 투호, 굴렁쇠 놀이 등을 즐기며 간다.
객사 뒤쪽으로 성곽 오르는 돌계단이 보인다.
우리는 다시 성으로 올라가 동문 쪽을 향해 걷는다.
살랑거리는 미풍이 머릿결을 스쳐간다.
봄기운이 살포시 세상 속으로 스며드는 날, 이렇게 조선시대 성곽 위를 걷고 있는 것이 우리 부부에겐 '봄 선물'이다.
성곽을 돌아서니 탁 트인 시야에 동문이 우뚝 서 있다.
이렇게 낙안읍성 성곽 위를 한 바퀴 다 돌았다.
동문 성곽 위에서 다시 읍성 내 풍경을 천천히 쭉 돌아보며 두 눈 속에 가득 담아둔다.
동문 아래 오른쪽 마을에는 오태석 명창 생가와 낙안읍성 지원사무소가 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지원사무소를 돌아보고 동문 밖을 나섰다.
다음 행선지는 조계산에 있는 선암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