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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Aug 20. 2023

무더위 밀어낼 여름비가 조금 더 내렸으면 좋겠다.

가족이 함께 오손도손 한 끼 식사 나누는 것만으로도 즐겁던 토요일 밤

어제는 다시 한여름으로 돌아간 듯 뜨거웠다.

아들이 왔으니, 좋아하는 '삼겹살+목살구이'로 간소한 환영파티를 했다. 

천안역 서부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효자동솥뚜껑'돼지고기 전문점이 있다. 

7월 말경에 첫 방문 하고 두 번째다. 

그때도 어제저녁처럼 세 식구가 함께였다.

삼겹살과 목살 600g이 나오면 나름 푸짐하다

돼지기름에 구워지는 김치와 콩나물 맛도 일품이다. 

아들과 나는 감칠맛 나는 고기 맛에 취하는데, '묵'은 역시 소주 맛에 취해 좋아라 하니 애주가답다.

함께 모여 오손도손 식사 한 끼 나누는 것으로도 즐겁다. 


7월말경 평일 저녁, 붐비지 않아 좋았다.
뜨거운 토요일밤, '효자촌솥뚜껑'집은 사람들로 붐볐다. - 역시, 서빙도 지난번이 더 좋았다.


늦은 밤, 활짝 열어둔 모든 창으로 스며드는 미적찌근한 바람에 몸을 의지한 채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6시경 빗방울이 떨어진다.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곧 그쳐버려 아쉽긴 했지만.

오늘 아침, 축축함이 숨결에 닿는다.    


여름비

오고 가고 모였다 흩어지는 여름비          

어떤 날 더 리드미컬하게 파고들던 너의 목소리   

온 세상 적시며 수직으로 울렸지.    

무더위쯤 남겨둔 채 떠나려는 너는 

살랑대는 바람일랑 외면한 채 수평으로 흐르듯 안긴다.          

나는 너를 품고,     

지난여름 아팠던 이야길랑 모두 씻어 담는다.     

여름의 흔적은 아직 불같이 뜨겁지만     

네가 퍼붓고 나면, 스산한 느낌이 들었다.     

여름 불도 쬐다 나면 섭섭하다니,     

지워지지 않는 사연은 추억으로 남는다.          

너는 아주 천천히 가을을 불러온다.     

가고 오는 이치     

피었다 지고,     

모였다 흩어지길 되풀이하는 그 사이     

우리는 헤어짐과 만남에 익숙해진다.     

계절은 가고     

시간은 멈출 줄 모르니 아쉬움이 남는다.          

빗줄기 떠난 자리 위로 낮게 드리운 잿빛 구름도 오래 머물진 못했다.     

덩치 큰 구름이 질리도록 커다란 얼굴로 무심히 내려다보았지만,     

무슨 그리 바쁜 일이 있는지 이내 가버렸다.     

금세 또 다른 얼굴이 찾아들었고.     

너희도 가고 오고, 모였다 흩어지길 반복하는구나.          

소낙비는 수직으로 내리고     

회색 구름은 수평으로 흐르던 그날     

여름 내내 아팠던 우리들의 이야기는 얼기설기 짜였다.     

비는 그 엉성한 틈 사이로 주룩주룩 내렸다.     

노래가 되어 흘렀고     

우리는 그 노래를 흥얼거렸다.     

남겨진 아픔이 있다면 가을이 오기 전에 모두 씻어 내야지.   



벌써, 잿빛하늘이 훤히 밝았다. 

오늘, 여름비가 조금 더 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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