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와 균형이 깨진 사회, 남편은 코로나에 걸렸다.
그럼 나는? -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잘 견뎌냈으면 좋겠다.
딱 노부부 둘이 살고 있는데, 한 사람이 코로나에 걸렸다.
이번 주, 일찍 지방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 '묵'이 바로 그 사람이다.
평일엔 늘 지방 출장 중이고, 주말에나 함께 사는 사이다.
이번 주엔 수요일 저녁에 집에 도착했다.
지난주 광복절날 근무를 해서 이번 주엔 여유가 생겼단다.
묵은 삼겹살처럼 저며진 족발을 사들고 와서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즐거운 식사를 마쳤다.
TV와 불을 켜둔 채 선잠에 취해 비몽사몽 헤매는 모습이 우습기도 했고 안쓰럽기도 했다.
다음날 아침인 바로 어제(목), 묵은 일어나자마자 감기 기운이 있다며 목소리까지 변해있었다.
우리는 금요일에 손녀 꾸미를 데리러 산본에 다녀오기로 했기에 묵은 서둘러 병원에 다녀왔다.
의사는, 요즘 감기는 코로나와 증상이 거의 같으니, 감기약을 처방해 주겠지만 코로나 진단키트를 꼭 해보란다.
묵은 하루 종일 진단키트는 꺼내 보지도 않은 채, 밥 먹고 감기약 먹고 낮잠 자기를 거듭 반복했다.
어둠이 깃들기 시작해도 별 차도를 보이지 않아,
나는 드디어 진단키트를 해보라고 잔소리를 날렸다.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흐릿한 두 줄이 보였다.
묵이 스스로 찍은 사진인데, 두 줄이 영 선명하게 보이질 않는다.
부랴부랴 딸에게 전화를 해서, 금요일에 데리러 가지 못하게 된 사연을 알렸다.
꾸미 맘은, 아빠 건강 관리 잘하시고, 엄마도 마음으로 코로나 걸릴 각오를 미리 하고 계시란다.
묵과 나는 코로나도 엄청 신경 쓰였지만, 꾸미를 만날 수 없는 것이 더 속상했다.
세젤예 꾸미가 얼마나 섭섭해할까?
그래서 영상통화도 하질 못했다.
만날 수 없어서 슬퍼하는 꾸미 얼굴을 보고 싶진 않았다.
할미라도 혼자 전철 타고 쓱 다녀오고 싶었지만,
나도 혹시 코로나 잠복기일 수도 있으니 다 헛된 생각이었다.
할아버지는 빨리 완쾌하시고, 할머니는 코로나 걸리지 않고 그냥 잘 넘겼으면 딱 좋겠다.
그렇게 코로나가 유행하던 21년 22년도 잘 넘겼는데, 뒤늦게 이게 뭐람.
현 정부가 코로나를 바라보는 안일한 태도와 사회적으로 느슨해진 분위기 탓도 있다.
"손 털고 싶어 하는 정부"… 코로나19 현장 대응 혼란 커져, 라던 작년 12월 기사 제목이 다시 떠올랐다.
어디 코로나 상황뿐인가.
이래저래 조화와 균형이 깨진 세상이 됐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울분을 터트리며 한탄하는 국민들에게 '정부와 과학을 믿으라'는 말,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묻지 마 살인으로 공포에 떠는 시민들,
특히 여성을 향한 물리적, 심리적, 성적 폭력이 난무하는 페미사이드,
카르텔만 여기저기서 날뛰는 세상에서 무역수지는 15개월 연속 적자 행진이란다.
제각기 살아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세상이니, 몸이라도 아프지 말아야 견뎌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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