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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Sep 05. 2023

노을

노을은 어두움과 밝음을 가르는 귀한 빛이다.

아침 해 떠오르기 직전 노을이 곱다.

아침노을은 분홍빛처럼 부드럽고, 온아하다.

그래서인지, 빠르게 떠오르는 햇살에 미련 없이 쉽게 자리를 내준다.


09. 05 06:02 촬영  / 2023. 09. 02. 05:53 촬영


저녁노을은 아쉬움인지 미련인지 늘 이별을 늦추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타는 듯 벌겋게 물드는 석양은 쉽게 작별을 전하지 못했다.

점점 검붉게 물들다 결국 산마루를 부여잡고 잠시 버텨보기도 했지만,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아침노을이 손녀 꾸미의 모습 같다면, 저녁노을은 내 모습을 닮았으려나!

아직 미련이나 아쉬움은 없지만.

2015. 01. 23. 중랑천변, 노을 진 서쪽 하늘과 초승달

노을은 어두움과 밝음을 가르는 귀한 빛이다.

어두운 새벽을 가르며 아침을 불러오고, 눈부신 태양도 밀어내면 쉬어갈 수 있는 안식의 시간을 맞아들인다.

노을이 우리 눈에 머무는 시간은 짧다.

그래서일까?

우연히 만나면 그냥 외면하지 못하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잠시 바라보는 동안 머릿속엔 많은 생각들이 스친다.

아침노을은 가능성과 기대를 불러온다.

해야 할 사사로운 일들도 제법 다 바람직해 보인다.


먼 산이 석양에 물들어 가는 하늘과 맞닿아 있다.

저녁노을은 마냥 긴 것처럼 살아온 '삶의 길이'를 종종 의심하게 만든다.

'풀잎에 맺힌 이슬과 같은 인생'이라더니, 지나온 세월이 허무하고 덧없이 날아간 느낌이다.

붉게 이글거리는 한낮 태양을 수도 없이 보며 살아왔다.

멀리 건강하게 걸어왔으니, 지는 해를 애써 붙잡을 이유가 없는데.

저물어가는 석양을 바라보며 즐기면 된다.

석양으로 물들어가는 무리도 많다.

일찍 일어나면, 아침노을도 계속 만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05FtOb5Hz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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