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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Oct 29. 2023

레이크호텔 아침호수에 가득 내린 물안개

자드락호수길 아침 산책 스케치

청풍호수에 내린 물안개

물안개 가득 내린 호수 위 풍경이 신비롭다.

"밤새 안녕!" 호수와 나무와 바람과 새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묵직해 보였지만 더없이 가벼운 물안개가 부드럽게 우리를 휘감아 돌며, "좋은 아침!"이라고 속삭였다.

두 귀가 살그머니 간지러웠다.

기분이 좋았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덱 위에 홀로 서있던 빨간 우체통을 지나치려니, 그 속에서 시가 울려 나왔다.

호수와 맞닿은 하늘이 촉촉하다.

메말랐던 가을 산도 안개를 품었다.

피어오르던 물안개가

낡은 붓을 꺼내 들고,

가면에 짓눌렸던 모호한 내 표정을 정성껏 지우고 간다.

내 얼굴 위로  

아렴풋한 그리움이 흐른다.

신비롭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한 기억 한 자락이 풍경 속에 담긴다.

눈길 따라 흐르다

추억 속에 머물다

호수 한 곳에 가만히 담긴다.


시는 한가로운 바람이 실어 나르던 새들의 아침 합창과 오묘한 화음을 만들어냈다.

바삭거리던 발걸음이 그 리듬을 탔다.

내 몸은 날아오르듯 가벼워졌다.


낙엽을 밟으며 걸었다.

발걸음마다 물안개가 가득 차 오르는가 싶어 손을 내밀면 무심하게 멀어져 갔고,

그렇게 사라지는가 싶어 돌아서면, 다시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를 끌고 밀었다.

아, 그러니 날아오를 것만 같았구나!



나는 날아가듯 가벼워진 발걸음을 옮겼지만, 앞서가던 '묵'이 별안간 돌아서서 맨손체조를 했다.

온몸이 찌뿌둥하다며 투덜대는 모습이 4살짜리 손녀 미와 딱 닮아있었다.

사색에 잠겼던 나는 그냥 활짝 웃어 버렸다.



물안개 가득 내린 청풍 호수 풍경


맞은편, 안개에 휩싸인 '힐 하우스'쪽 풍경


자드락 호수길 산책

오늘 아침엔 레이크 호텔을 벗어나 청풍호 유입 구로 이어지는 자드락 호수 길을 걸었다.

호수길 끝은 그냥 532번 국도와 이어져 있었다.

그래도 새들의 합창을 들으며 오간 시간이 소중했다.




호수가 이어지는 아래까지 내려가 보았지만, 풍경은 멀리서 보는 편이 더 멋있었다.


우리가 내려섰던 호수 물 유입구가 보이는 곳


다시 레이크 호텔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좁은 자드락 산책길에서 가끔 사람들과 지나치기도 했다.



한 노부부의 모습은 지금까지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동영상을 찍고 있었는데 커브길에서 노부부가 나타났다.

얼른 폰 카메라를 치우자, 오리려 촬영을 방해해서 미안하다며 인자한 미소를 보냈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였지만, 두 분의 상냥한 성품이 편하게 전해져서 돌아오는 산책길 더 행복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D62cmZbUzs


레이크 한식, 사골 우거짓국으로 아침식사

7시에 시작한 산책은 8시가 훌쩍 넘어 레이크 호텔로 돌아오면서 끝났다.

우리는 3층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룸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아침식사도 레이크 한식으로 즐겼다.  


물안개 내린 청풍 호수를 마주한 풍경이 보이는 창가 / 사골 우거짓국(1만 3천 원/ 1인분)                                


우리는 9시 30분, 레이크 호텔을 나섰다.

계획에 없던 '배론성지'를 향해 출발했다.

딱 지금이 단풍 명소인 배론성지를 방문하기에 적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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