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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Nov 10. 2023

삼한시대 수리시설 의림지, 지금은 시민들의 휴식처

제천 용두산 물줄기를 막아 가뭄과 침수로부터 농경지 보호

제천 의림지를 그냥 지나치자니 섭섭했다.   

의림지는 너무 추웠던 2018년 2월, 제방 위에서 잠시 덜덜 떨다 곧 돌아 나왔던 기억만 어슴푸레 남아있던 곳이다.


배론성지에서 의림지로 향하는 가을 풍경


의림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수리시설 중 하나로, 삼한시대부터 있었다고 하니 유구한 역사를 지닌 곳이다.

신라 진흥왕 때 악성 우륵 선생이 개울물을 막아 둑을 쌓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로부터 700년 후,  이곳으로 부임한 현감 박의림에 의해 더 견고하게 새로 쌓았다고 한다. 조선 세조 때, 체찰사 정인지가 당시 1,500명의 병력을 동원하여 대대적으로 공사를 시행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그 규모가 만수면적 13만 ㎡, 최대 수심 13.5m에 이른다. 1976년 12월 충청북도 기념물로 지정, 2006년 12월 명승으로 변경됐다. 

제방 위로 소나무와 버드나무숲이 조성되어 있어 주위 경관이 퍽 아름답다. 

수백 년 묵은 노송, 버드나무, 전나무, 은행나무, 벚나무 등이 함께 어울려 조화를 이룬 곳이다. 


의림지에 도착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의림지 북쪽 놀이공원이 있는 의림지로 쪽으로 들어선다.  

우리는 좀 더 한적해 보이는 제천 의림지 동쪽 재림 쪽부터 걷기 시작했다. 


의림지 인공 섬 

의림대로 쪽제방(의림지 동쪽)에서 바라본 의림지 풍경, 호수 위로 인공섬이 보인다. 제천 현감 홍중우가 의림지를 보축할 때, 이를 기념하기 위해 김봉지가 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의림지 인공섬 


섬 주변에 순채가 많이 나서 '순주'라고도 불린다.  

* 순채: 순나물이라고 불리는 순채 나물은 연꽃잎과 비슷한 모양으로, 연못 등에서 자생한다.


의림지 동쪽에서 바라본 풍경 - 오리 보트를 즐기는 사람들


우륵정

고향을 그리워하던 우륵이 의림지의 석양 노을을 바라보면서 가야금을 탔던 곳 



하늘에 회색 구름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 

눈부신 파란 하늘과 빛나는 햇살이 아쉽긴 했지만, 호수 위로 드리워진 가을빛은 오히려 차분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의림지 동쪽 제방 위에서 바라본 풍경


우륵정에서 영호정까지 풍경 스케치


영호정 근처부터는 의림지를 둘러보는 사람들로 제법 북적였다.

갈바람이 호수 위를 건너 부드럽게 불어왔고, 구름 사이로 들고나던 가을 햇살도 제법 훈훈했다.

산책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편하고 즐거워 보였다.   



영호정

의림지 남쪽 제방 위에 있는 영호정은 1807년 조선 순조 7년 이집경이 세웠다. 

6.25 전쟁으로 파괴되었으나. 1954년 이집경의 후손인 이범우가 고쳐지었다. 

이범우는 3.1 운동 때 제천의 만세시위운동을 주도한 분이기도 하다. 



호수를 품고 하늘을 향해 비스듬히 서 있는 노송 / 제방 위 산책길 노송들



의림지는 자연 입지환경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구조적 우수성뿐만 아니라 관개면적이 담수면적의 13배에 이르는 관개효율성이 뛰어난 저수지다. 

현재, 의림지는 저수지 기능 외에도 제림(堤林)과 함께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로 자연 친화적인 기능을 다 하고 있다. 예부터 문인들의 격조 높은 풍류 장소로 여겨지는 정자와 누각은 지금도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휴식공간이 되어주고 있다.



경호루

의림지 서쪽에 있는 2층 누각


1948년 제천 군수 김득연, 서장 김경술이 앞장서 건축했으며, 지붕이 팔작집으로 곱게 단청되어 있다. 

영호정과 더불어 의림지의 대표적인 휴식처로 손꼽히며, 아름드리 노송 사이에 서있는 정자 누각이 한 폭 그림처럼 아름답다.



의림지 연리목 - 경호루 곁으로 연리목이 눈길을 끈다. 


연리목: 뿌리가 서로 다른 나무의 줄기가 이어져 한 나무로 자라는 현상. 연리지는 가지가 연결된 것이고 연리목은 나무줄기가 연결된 현상으로 모두 희귀한 모습이지만, 서로 접붙이기가 가능한 나무끼리 연리가 가능하다. 연리목(連理木)은 남녀의 지극한 사랑에 비유되어 사랑나무로 불리기도 한다. -두산백과 두피디아


경호루를 지나치면서 산책길 앞을 바라보면 아래와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사람도 흰뺨검둥오리 가족도 가을 풍경 속에 그대로 담긴다. 

의림지의 편안함과 안락함이 우리를 감싸 안는다.  



의림지에 살고 있는 흰뺨검둥오리 가족의 일상



후선각과 용추폭포(용 터지기) 

색 바랜 후선각과 용추폭포 안내문 / 수경분수와 의림지로 이어진 길


고대에 축조된 의림지는 용두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를 막아 가뭄과 침수로부터 농경지를 보호해 왔다. 

산간지역인 제천에서 제천 평야의 대부분에 물을 공급하던 의림지의 가치는 그 역사성뿐 아니라 의림지를 중심으로 살아온 제천 사람들과의 밀접한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K1NnkCm1Yc

제천 의림지 용추폭포와 수경분수 쇼



용추폭포와 분수 쇼



물의 요정 방울이 - 의림지를 대표하는 캐릭터



박달 도령과 금봉 선녀 - 제천시 캐릭터 


천등산 박달재는 대중가요 '울고 넘는 박달재'로 유명한 고갯길이다. 

박달 도령과 금봉 낭자의 애달픈 이야기는 지금도 회자되는 러브스토리다. 

제천 박달재에는 살아서 끝내 다시 만나지 못한 박달과 금봉의 애틋한 인연이 아직도 구천을 떠돌고 있는 것만 같았다.


2018년 2월(구정 전),  박달재 고개에서 만났던 박달과 금봉

조선조 중엽 경상도 젊은 선비 박달은 과거 보러 한양으로 가던 중 이곳 평동리에 도착했다.
해가 저물어 한 농가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는데, 이 집에 금봉이라는 딸이 있었다. 
사립문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박달은 
과거 급제 후에 함께 살기를 약속하고, 박달재 고갯길을 돌아 한양으로 떠난다.
한양에 도착한 박달은 자나 깨나 금봉 생각으로 공부조차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고, 금봉을 만나고 싶은 시만을 지었다.
난간을 스치는 봄바람은 /  이슬을 맺는데 /  구름을 보면 고운 옷이 보이고 /  꽃을 보면 아름다운 얼굴이 된다. / 만약 천등산 꼭대기서 보지 못하면 /  달 밝은 밤 평동으로 만나러 간다.
박달은 결국 과거에 낙방하고, 금봉 볼 면목이 없어 평동리로 돌아오지도 못했다.
박달이 떠나간 고갯길을 박달만 생각하며 오르내리던 금봉은 끝내 상사병으로 숨을 거두게 된다.
금봉의 장례를 치르고 난 사흘 후, 박달은 결국 평동으로 돌아왔으나, 
고개 아래서 금봉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목 놓아 울었다.



의림지를 한 바퀴 돌아 나오면, 대략 1시간 정도 걸린다. 

중간에 쉬지 않고 편한 걸음걸이로 산책하기 딱 좋은 거리다. 


2018년 2월, 한파로 꽁꽁 얼어있던 의림지 풍경 

한겨울엔 몹시 추운 곳이다. 

5년 반 전에 찾았던 의림지의 한겨울 풍경은 삭막해 보이기도 했지만, 계절마다 특별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곳임엔 틀림없다. 

봄과 여름에도 다시 다녀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림지를 끝으로 제천에서의 짧은 여정, 긴 여운을 접었다.


2013년 가을, 의림지 북쪽에서 바라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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