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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Nov 07. 2023

아산 은행나무길 - 어제 내린 비와 낙엽

11월이 되니 마음이 바빠진 걸까?

아니, 

어제 내린 비로 곱던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걸 보니 숨겨둔 마음이 조급해진 것 같았다. 

갈바람은 노란 은행잎에게 자유롭게 날아라 했으나, 비상의 순간은 짧았다. 

곧,

아름드리 은행나무 위로, 지상에 누운 낙엽 위로 차가운 가을비가 내렸다. 


때가 되면 오가는 이치를 안다는 것과 

가슴 울리는 가을비를 바라보는 것, 쌓여가는 낙엽을 밟는 감성은 다르다. 

내심은 가을처럼 깊어가고, 

낙엽은 삶의 미련만큼이나 켜켜이 얹어진다.



어제 내린 비로 급해진 내 마음이 닿은 곳은 아산 곡교천 은행나무 길이었다. 

가장 샛노란 옷으로 차려입은 모습에 눈 맞춤할 수 있길 바랐으니까.

오늘 오후, 

더 늦기 전에 은행나무 길에 들렸다. 

노란색이 살짝 아쉽긴 했다. 

샛노란 색에는 못 미쳤지만, 가을 풍경 담긴 화려한 산책길이었다. 


 

천변 코스모스는 다음 해를 기약하며 이미 이별을 고하고 있었고, 제방 위 은행나무는 제철 만난 화려한 빛깔을 가득 품고 있었다. 

꽃이 피고 지는 시기, 노랗게 물드는 시기는 각기 다르다. 

코스모스, 은행나무, 나, 

우리는 때가 되면 오가는 이치를 잘 알고 있다. 

서둘 필요도 조바심할 이유도 없다. 


은행나무길 - 제방 위 은행나무들


곡교천 변 코스모스 군락 / 천변에서 올려다 본 은행나무길



느티전망대에서 바라본 은행나무길 / 느티전망대


https://www.youtube.com/shorts/cw34AmvCgy8



오늘, 낙엽은 갈바람에도 구르지 않았다. 

어제 내린 가을비 촉촉함을 품고 저희끼리 도란도란 겹겹이 쌓였다.  


https://brunch.co.kr/@6fe5671e95844e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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