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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Oct 21. 2023

곡교천 은행나무 길엔 아직 초록빛 가득!

안산 곡교천 변 코스모스 군락지엔 우주의 질서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가슴이 탁 트이는 곳이다. 

곡교천이 흐르고, 코스모스가 우주 질서를 지키며 무리를 지어 피어 있는 곳. 

아산 은행나무 길 위론 바람에 날려 떨어진 은행들로 가득한데, 은행나무는 아직도 짙은 초록색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었다. 

2016년 9월에 마주했던 그 모습 그대로인 것만 같았다. 

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잎을 기대하고 갔지만, 오히려 더 짙은 초록색으로 젊음을 유지하고 있으니, 거목은 쉽게 늙지도 않는가 보다.

이도 자연의 순리이거니 11월에 다시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0월 말에도 노란 은행잎을 볼 수 없다니, 아쉽긴 했다.

우리 집에서 자동차로 30분 이내의 거리에 이런 풍경을 두고 있다니,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몇 달 전만 해도 한 번 찾으려면 일부러 여행길에 올라야 했을 곳인데.

가까이 품었던 곳이 멀어지는 것도 꼭 섭섭한 일이 아니다. 

더 가까운 곳에서 또 다른 정겨운 풍경을 벗으로 삼고 살아가면 되니까. 


탁 트인 곡교천 가을 풍경


은행나무와 은행나무길 테크 길과 수국꽃들


곡교천 변을 수놓은 코스모스 군락에 마음을 빼앗기다 보니, 노란 은행잎 생각은 슬그머니 사그라든다. 

국화과 한해살이풀인 코스모스는 질서와 조화를 지니고 있는 우주와 세계를 나타내는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분홍, 자주, 흰색 조화로운 꽃의 자태가 갈바람에 흔들리며 하늘거리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기막힌 우주의 질서와 조화를 맞게 된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대단지 군락을 이룬 모습이 퍽이나 조화롭다. 

함께 모여서 피면 더 아름다운 꽃이다.  

가을이면 길가 지천에 널려있어도 이렇듯 고귀해 보이는 건 이웃과 조화를 이루며 어울려 사는 모습 때문이 아닐까?

한 송이송이 모두 사랑스럽다. 

이웃과 속살거리며 얼굴을 비벼대는 모습도 정겹다. 

서로 어깨를 부딪히기도 하고,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거나 아래위로 휘기도 하지만, 서로 지지하고 격려하고 힘을 북돋아 주는 모습이 남달리 다정스럽다. 

곡교천 변 코스모스 군락지


나는 코로나에 걸려 진하게 아프고 나서인지,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자니, 살짝 현기증이 돌았다. 

평생 코스모스같이 하늘거리는 몸으로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어느새 나이 들어 잔병치레는 자주 하고 회복은 점점 더디다. 

내겐 좀 서러운 질서이고 많이 아쉬운 조화이긴 하다. 

그렇지만, 코스모스 꽃들과 우주의 조화를 마주하니, 강한 삶의 의지가 다시 꿈틀거렸다. 

무심하게 흐르는 곡교천 위로 가을 햇살이 가득 내리고 있었다. 

가을과 코스모스가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조금의 부족함도 어긋남도 없었다.

가을은 이렇게 참 예뻤구나. 



곡교천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든 풍경도 다시 만나러 오리라 재차 약속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중해 마을을 한 바퀴 드라이브하며 돌아 나왔다. 


아산 탕정 지중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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