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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Nov 03. 2023

아름다운 기도의 땅, 배론성지에서 가을 풍경을 담는다.

'마음을 비우는 연못' 다리 위에서 7가지 성찰의 문구를 읊조린다.

금월봉에서 배론성지로 향했다.

자동차로 30여 분을 달려가면 배론성지에 닿는다.

‘배론’은 이곳 지형이 배 밑바닥과 같은 모양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제천시 봉양읍에 있는 가톨릭 성지로 이맘때면, 특히 단풍 명소로도 유명하다. 1800년대부터 박해를 피해 숨어 들어온 교우들이 모여 형성된 교우촌으로 재단법인 천주교 원주교구에서 관리. 2001년 3월 2일 충청북도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배론에는 황사영 백서 토굴, 성 요셉 신학당, 최양업 토마스 신부 묘가 있어, 많은 신자들이 즐겨 찾는다.  





'마음을 비우는 연못' 다리

다리 위에는, 항상 갈대처럼 흔들리는 우리 마음을 다스려 볼 수 있는 7가지 성찰의 문구가 조각되어 있다.

화려하게 물든 가을 풍경을 잠시 접어두고 조용히 읊조려 보는 것도 좋은 시간이 된다.

오만, 질투, 분노, 음욕, 인색함, 탐욕, 게으름을 극복하는 단계엔 못 미치는 삶을 살고 있지만, 이들을 떨쳐버리며 살아가기로 스스로 약속할 수는 있었다. 지금 보다 더 겸허, 관용, 인내, 정결, 자선, 밝은 생활, 부지런함으로 나 자신을 채워가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겸극오, 겸허함으로 오만을 극복한다.

인극투, 관용으로 질투를 극복한다.

인극노, 인내심으로 분노를 극복한다.

정극음, 정결함으로 음욕을 극복한다.

사극린, 자선으로 인색함을 극복한다.

담극도, 밝은 생활로 탐욕을 극복한다.

근극태, 부지런함으로 게으름을 극복한다.



나는 가족의 테두리를 벗어난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지 못한다.

무념무상을 지속하지도 못하는 소인배이니, 잔걱정도 자주 찾아들곤 한다.

선한 이웃을 좋아하고 어느 정도 예의를 갖춘 관계만 선호한다.


공정하고 어진 신을 존경하지만, 전지전능한 신의 존재를 품지 못하고 살아간다.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최고라 믿고 살지만, 최근 단 하루도 진짜 마음 편하게 살고 있던 날이 있었던가?    

매일 아침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전쟁에 관련된 비인도적인 기사가 뉴스의 첫 장을 연다.

이슬람교와 기독교는 동일한 절대자를 숭배한다.

모두 그리스도의 업적과 성경의 쓰인 역사를 존중한다.

천국과 지옥으로 나누어지는 사후 세계관을 믿는 것도 다르지 않다고 들었다.

그런 그들이 11월 첫날에도 '이스라엘 가자 지구 난민촌에 대규모 공습... 하마스 "400명 사상"'이란 기사를 전 세계로 날렸다.

전지전능한 그분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신 걸까?



잠시 생각이 곁 길로 빠졌다.

'마음을 비우는 연못'을 건너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가을 풍경에 스르르 빠져들고 마는 평범한 군중 속 한 사람일 뿐인걸!

황사영관 근처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 / 석상
단풍나무 아래서 가을 소풍을 즐기고 있는 어린이집 친구들                                          




무명 순교자의 묘 - 왠지 숙연해지는 장소

무명 순교자의 묘


순교자 황사영 알렉시오 현양탑 / 한옥으로 지어진 누각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배론성지의 가을 풍경


최양업 토마스 신부 조각 공원


진복문 앞 근처에서 다시 다리를 건너가면, 최양업 토마스 신부 조각 공원이 있다.

조각 공원이지만 딱히 조각상들은 보이지 않았다. 납골묘를 지키는 천사 조각상과 최양업 신부상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길목을 지키고 있는 그리스도 판화 / 납골묘와 천사상
최양업 신부 조각 공원에서 내려다보이는 한옥 누각과 낙엽 담긴 풍경
최양업 신부 조각상


최양업 토마스 신부 기념 성당


이 성당은 배론의 지형을 본 따 배 모양으로 지어졌다.

구원의 방주를 상징한다.


성당  왼쪽으로 보이는 그리스도 상


로사리오 길(묵주의 기도 길)

로사리오 길은 성모의 품속 같고, 미로는 우주의 중심인 하느님, 마음의 중심인 그리스도, 신자들의 참모습을 상징한다.


인생 미로


로사리오 길에서 만난 십자가 위 그리스도 상




로사리오 길 광장, 성모자상


예수를 잉태한 성모상 판화 / 로사리오 길 광장 뒤쪽으로 보이는 성모자상


은총의 성모 마리아 기도학교



배론 성지를 둘러보고 나서니, 12시 20분이었다.

배론 성지 출입구에 크지 않은 '제천 로컬 푸트 협동조합'상점이 있어 들어갔다.

울타리 콩(560g)과 시래기(100g)를 한 봉씩 샀는데, 품질이 좋았다. 울타리 콩은 단 맛이 살짝 빠진 밤 맛이었고, 시래기는 김장용 무청 시래기가 아닌 갓 솎아낸 여린 시래기여서 질감이 부드러웠다.



아직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주차장에서 간단하게 빵과 커피, 우유로 점심 식사를 대신했다.

생일날 '묵'으로부터  받았던 '천안을 대표하는 베이커리, 뚜쥬루'빵을 집에서 가져오길 잘했다.

유명하기만 한 P사의 빵보다 맛도 양도 재료도 더 알차고 좋았다.

단풍으로 물든 가을 풍경을 마주하고 먹으니 더 맛있었나!


http://www.baeron.or.kr/shrine/greeting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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