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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Nov 28. 2023

꾸미랑 포니벨라 방문, 내 눈엔 항상 '세젤귀' 꾸미

공룡에 빠져사는 꾸미와 그런 꾸미 모습에 빠져사는 할머니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토요일 (11월 4일) 아침,

전날부터 꾸미가 좋아할 만한 장소를 물색하던 우리는 꾸미랑 함께 포니벨라 카페를 찾았다.

포니벨라에 들어서자, 거위 두 마리가 먼저 눈에 띄었다.

오랫동안 움직이질 않고 한 곳에 앉아만 있어서 처음엔 인형인 줄 알았다.

한동안 들여다보니, 숨 쉬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침부터 왜 이리 기운이 없니?" 혼잣말로 물어보았다.  

말 사육장에는 어린 조랑말 2마리와 성장한 말 한 마리가 조용하게 서있었다.

일단 음료부터 주문하고, 말먹이를 받아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카페로 들어섰다.

넓지 않은 실내는 ㄷ자형으로 굽어져 있어 더 좁아 보였지만, 미로같이 느껴져 관심이 가긴 했다.  

꾸미는 인형들에는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지나쳤다. 요즘 아이들이 좋아할 인형보다 오히려 나의 옛 기억을 불러오는 '추억의 인형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나는 토이스토리 '우디'가 많이 반가웠지만,  꾸미는 크게 관심을 보이질 않았다.

할미와 꾸미의 엄청난 세대 차이, 아니 관심 차이를 뜻하는 것이겠지. 아, 우리 꾸미는 아직 디즈니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를 본 적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누구나 자기가 아는 것에 더 관심이 보이고, 더 흥미를 느끼니까. 꾸미도 좀 더 성장해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즐겨 볼 때가 되면, 할미처럼 우디를 좋아할지도 모른다.


세젤귀 꾸미가 관심을 보인 것들

*플라워혼

시클리드과에 속하는 여러 물고기를 교잡해서 탄생한 혼혈 물고기로, 여러 종이 존재하지만 현재 플라워혼으로 통하는 '화 루어 한(Hw a Luo Han)'은 1998년 금강혈앵무와 남미 시클리드인 '그리니 쉬 골드 타이거(Greenish Gold Tiger)'의 교잡종이 그 시초로 알려져 있다.

화려한 무늬와 머리 위에 돋아난 큰 혹이 특징으로 성체는 25~30cm까지 자라는 대형 시클리드다. 수명은 약 8~10년 정도.

우리나라에선 사람을 알아보고 잘 따르는 것처럼 보여 '워터 독, 물 강아지'라고도 부른다. 

- 나무위키


* 초식성 공룡들


육식성인지 초식성인지 엄마에게 일일이 확인을 하고 나서야 예뻐하고 안아주는 꾸미.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공룡은 싫다고 거부하지만, 풀을 먹는 공룡은 엄청 귀여워해 준다.


* 미니메추리 가족

인기척만 들리면 둥지 안으로 새끼들을 불러들이는 어미 메추리의 자식 사랑을 꾸미도 느낄 수 있었는지, 큰 관심을 보였다. 

미니메추리 가족 보금자리가 높은 곳(어른  눈높이)에 있어서 꾸미는 어른이 안아줘야만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새끼를 보호하려는 어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기에 가까이 가기도 조심스러웠다.  

https://www.youtube.com/watch?v=wz_MFQn5z84


꾸미는 실내장식품들은 그냥 바라보며 지나쳤지만, 밖에 살고 있는 거위, 말, 개(시바이누)에게도 큰 관심을 보였다. 움직이지 않는 인형들보단 움직이고 반응하는 동물들이 더 친구처럼 느껴진 것일까?


저 작은 손으로 주스병뚜껑을 열겠다니!

우리는 실내가 좁아 테라스로 나가서 차를 마셨다. 꾸미는 사과주스 병뚜껑도 자기가 열겠다고 낑낑거린다. 결국 더 큰언니가 되어야 가능하다는 걸 스스로 다시 깨우친다. 달달한 조각 케이크 맛에 빠져버린 행복한 꾸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미소를 짓게 된다.

꾸미는 플라스틱 말에 올라타더니, 금세 싫증을 냈다. 단조로운 놀이에는 별 관심이 없다.

어린이용 인형 말에도 시큰둥한 꾸미. 역시, 4살 언니 다운 꾸미다.

꾸미에겐 말도 친구니까, 그냥 말과 어울려 탄다.                                          

그나마 테라스에는 2천 원을 내면 탈 수 있는 3인용 회전목마가 있었다. 미국 민요 '오 수잔나' 한 곡이 끝날 때까지 탔다. 한 번에 한 명만 타는 건 아니겠지만 꾸미 다 타고 내릴 때쯤, 다른 아이가 와서 또 혼자서 탔다.

아이 아빠가 우리 꾸미도 함께 타면 좋겠다고 해서, 같이 태우려 했더니 주인장이 안 된단다.

2천 원을 또 내면 탈 수도 있겠지만, 텅 빈 회전목마에 한 어린이만 타고 돌아가니, 타고 있는 아이도 바라보는 어른들도 신이 나지 않았다. 우리 꾸미도 혼자 회전목마를 타면서 별로 흥겨워하지 않았고.

주인장도 나름 사정이야 있겠지만, 새로 타는 아이랑 금방 내린 꾸미가 함께 한 번 더 탄다고 해서 에너지가 더 드는 것도 아닐 텐데, 좀 야박하게 느껴졌다. 친절을 베풀려 했던 아이의 아빠도 우리와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이 어울리 회전목마를 타는 신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이니까.

이제 말먹이를 받으러 카페 카운터로 다시 갔다. 말먹이 한 바가지에 3천 원. 바가지 안에는 당근 몇 조각과 자른 볏짚이 들어 있었다.

포니벨라에 딱 들어섰을 때, 기운 없어 보이던 조랑말들이었다. 먹이를 들고 가니 태도가 돌변했다. 어찌나 들이대던지, 꾸미는 먹이가 든 바가지를 한 번 잡지도 못하고, 할아버지가 먹이는 걸 바라보기만 했다. 회색 조랑말이 갈색 조랑말에 자꾸 밀리는 걸 보고, 아비는 회색 조랑말에게 더 먹이를 갖다 댔으나, 그때마다 갈색 조랑말이 회색 말을 밀쳐냈곤 했다. 그 기세가 섬뜩할 정도였다.

특히, 성장한 흰색 말은 얼마나 세게 들이대던지, 아비가 들고 있던 손목이 휠 정도였다. 보고만 있던 꾸미도 자기가 먹이를 주고 싶다고 하면서도 뒷걸음질을 했다. 38개월짜리 아이가 '조랑말 먹이 주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먹이에 끌리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련만, 이 말들은 충분한 먹이를 먹지 못한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드림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카페, 조랑말 사육장

우리는 작년 10월, 경기 화성시 매송면 어사로에 있는 드림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카페(031-293-5679)를 다녀온 적이 있다. 수도권이지만 깊은 산골로 들어선 느낌이 들 정도 쾌적한 곳이었다.

유럽풍 전원주택 앞으로 쾌 넓은 조랑말 사육장이 있었다. 목가적인 느낌이 드는 편안한 곳이었는데, 카페에서 음료를 시키면 아이들에게 조랑말 먹이가 무료로 제공됐다.

주인장이 자른 당근을 종이컵에 담아, 긴 꼬치와 함께 내주었다. 당근을 꼬치에 껴서 아이들이 직접 먹일 수 있었다. 작년엔 우리 꾸미도 3살 아기였지만, 조랑말에게 직접 먹이를 먹였다.

꾸미보다 더 작은 아이들도 조랑말을 무서워하지 않고 당근을 먹였던 기억이 났다.


https://www.youtube.com/watch?v=PCwQWf5Hhno


포니벨라 입구에 놓여있던 목마를 타고 놀던 꾸미가가 마당으로 나온 거위 한 마리를 보고 좋아했다. 꾸미는 쫓아다니고, 거위는 슬금슬금 도망 다니는 척하고...

꾸미도 거위도 서로 놀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우리는 거위랑 바이바이하고 포니벨라를 떠나, 독립기념관에 들려 태극열차를 다.


점심식사는 한방 누룽지 삼계탕으로, 저녁은 집에서 주문 피자를 즐겼다. 꾸미가 피자를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 피곤해서 저녁밥을 차리지 못한 할미의 미안한 마음이 저절로 쓱 밀려났다.


피자를 엄청 즐기는 꾸미 / 구순한 한방 누룽지 맛도 좋아하는 꾸미.


내 눈엔 세젤귀 꾸미, 

요즘에 공룡스티커 북놀이에 흠뻑 빠져있다는 꾸미.

카톡으로 만나도 내겐 세젤귀인 꾸미 모습

할미는 꾸미를 매일 만나지 못해도 매시간 쑥쑥 성장해 가는 귀염둥이 모습에 흠뻑 빠져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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