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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Dec 03. 2023

흑백 그림이 담긴 2024년 달력

설맞이도 이골 나게 해온 터이니, 특히 아쉽거나 각별히 남다를 것도 없다

2023년이 저물어간다.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이 깃털처럼 가뿐하다.

켜켜이 쌓인 세상사 묵직한 문제들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는데,

귀염둥이 손녀 얼굴이 담긴 12월 달력은 스치는 바람결에도 가볍게 들썩인다.


아들이 2024년 달력을 가져왔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아들 친구가 직접 그린 흑백 그림이 담긴 달력이다.

매달 한 장씩 작품을 전시하듯이 걸어두거나 기대 두고 감상할 수 있는 12개 작품이 낱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상이 담긴 흑백 그림은 묵직하기보단 담담하고 따습다.

특별한 달력을 받아 들고 보니, 아들 고교 시절이 생각난다.

만화창작을 전공한 아들과 애니메이션, 영상 연출, 게임 제작을 공부하던 아들 친구들을 보면서 지브리 애니메이션과 가까워진 나. 당시 아이들은 끼와 열정이 넘쳤고, 오히려 학부모들이 걱정할 정도로 자유와 자율을 최대한 허용했던 학교다. 피어싱과 염색, 애완동물 키우기가 가능했던 당시 대한민국 유일의 기숙학교가 아니었을까?

일본이란 나라가 무의식 속에서 항상 불편했던 세대인 나는 지금도 크게 변하진 않았지만, 애니메이션과 그 음악에 한해서는 관대하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자연과 환경을 중시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감동을 주기도 하고.      

    


2024년은 월요일로 시작하는 윤년이자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의 해’이다.

육십 간지의 41번째, 푸른색 '갑’과 용을 의미하는 ‘진’이 만나 ‘청룡(靑龍)’을 의미한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육십 간지의 40번째로 계(癸)는 흑색, 묘(卯)는 토끼를 의미하는 '검은 토끼의 해'였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설맞이도 이골 나게 해온 터이니, 특별히 아쉽거나 각별히 남다를 것도 없다.

28일 후면, 검은 토끼 잘 보내주고, 푸른 용을 반갑게 맞아들여야 한다. 그동안 보내고 맞아들인 수많은 송구영신처럼.  



1월, 차디찬 강바람이 쌩쌩 소리까지 지르며 달린다.

드센 강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2월, 짧아서 아쉬운 한 달

겨울바람이 잦아드는 3월, 움츠러든 목을 쭉 빼고 강변길을 달리면, 봄이 저만치서 서성인다.     

     


아름드리 벚나무는 매년 4월 만개했던 벚꽃을 추억한다.

계절의 여왕 5월은 늘 눈부시도록 찬란하고,

6월엔 사람들도 각기 제자리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다.      

    


짙은 녹음 사이로 7월의 무더위가 느껴진다.

빵빵한 에어컨이 돌아가는 자동차 안에서 8월 무더위도 밀어내다 보면,

9월이 손짓하고, 입추가 찾아든다.    

      


열심히 달려온 사람들은 조금쯤 여유로움을 즐겨도 될 것만 같은 축제의 계절 10월

11월, 한강변 억새 무리 사이로 갈바람이 지나간다.

무거운 회색 구름이 가던 길을 멈추고, 흰 눈을 뿌리며 여유를 부리는 12월, 사람들 마음은 까닭 없이 바빠지는 한 해의 마지막 달.

2024년도 2023년처럼 무탈하게 잘 보내겠지!      

    



소고기와 닭고기 카레, 세 가지 맛의 란

낮에도 온화한 느낌이 들진 않는 일요일,

특별한 달력도 받았고, 아들이 인도 식당 '인디야마할'에 들려 사 온 카레와 란도 따뜻했다.

세 가지 맛의 란과 두 가지 맛 카레로 점심 식사를 했다. 란을 손으로 찢어 따뜻한 정통 카레에 찍어 먹는 자체가 편했고, 맛도 괜찮았다. 예전엔 손으로 먹는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이조차 불편하지 않게 되었을까? 직접 방문해서 먹었다면 더 맛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언젠가 함께 찾아가 즐기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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