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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Dec 14. 2023

새벽비

곽재구 시인 '새벽편지', 이소라 '신청곡' (Feat. SUGA )


12월, 새벽비

혼자 깨어난 새벽, 검은 창에 얼굴을 담고 여윈잠을 밀어낸다.

잠자던 고통들도 부스스 일어났다.

바늘로 찌르듯 아픈 겨울비 내리는 새벽, 몸 어딘가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는 듯했다.

겨울비를 타고 광활한 우주에서 제각기 빛나던 별들까지 주룩주룩 내렸다.

뚝뚝 떨어지던 별빛이 어둠 속 저만치 서성이며 빛나던 희망의 실루엣을 보여준다.

고통을 내몰고 희망만 담아,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새벽이었다.

겨울이 지나야 봄에 다다르듯이 먼동이 터올 즈음에 아침이 오듯이

가장 까만 새벽은 마르지 않는 새날에 대한 기대감을 쥐여주었다.



소장하고 있는 곽재구 시집(문학과 지성 시인선) <서울 세노야>에는 '새벽편지'가 담겨있지 않다.

위 '새벽편지'는 2021년 5월 15일, 예천군 비룡산 장안사에서 회룡대로 오를 때, 찍어 두었던 시들 중 하나다. 곽재구 시인의 '새벽편지'를 작은 목소리로 읊는다.

1990년 11월 초판 발행된 곽재구 시집

곽재구(1954년~) 시인은  '서울 세노야'에서 삶을 핍박하던 1980년대 정치적 현실을 서정적으로 노래했다. 억압받은 자들의 분노는 현실의 암담함을 뛰어넘는 희망을 담고 있다.  


오 년 만의 연락에도 / 시 쓰는 동무들 모이지 않아 /  깊게 술 마신 밤 / 어기어차 노 저어 상도동 산 1번지 / 강형철네 포구로 간다 / 휘몰이 밤물길 젓고 또 저어 /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마지막 물굽이 / 자주달개비꽃 빼어 닮은 형철이 각시는 술상 보러 새로 두시 밤물길 눈 비비벼 가는데 / 세노야 / 멸치잡이 그물 온밤 내 던져봐도 / 멸치꼬랑지만 한 금 빛 시 한 줄 서울의 / 가을바다에 걸리지 낳고 / 세노야 / 달은 떠서 산 넘어가는데 / 우리 갈 길 아득하고.


시를 서너 번 소리 내 읽고, 이소라의 '신청곡' (Feat. SUGA of BTS)을 스스로에게 청해 들었다.

이소라의 '신청곡' (Feat. SUGA of BTS)

https://www.youtube.com/watch?v=0LXtUE-H5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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