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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Dec 17. 2023

눈 내리는 날

신경림 시인의 나목(裸木), 이무진 X 헤이즈의 '눈이 오잖아' 

저마다의 삶을 살아간다. 

혹독한 찬바람을 그대로 맞고 있는 나목의 고단한 처지가 남 같지 않다.

가진 것 없이 걸친 것도 변변치 못한 알몸은 고달픔에 지쳐 언제부터인가 부끄러울 것도 없었다.

꼿꼿한 자세로 하늘 향해 서 있는 나목은 차라리 당당해 보이는데,

밤마다 별빛으로 시린 몸 씻어내리는 나목을 몰래 훔쳐보는 내 시선은 애달다. 

거스러미 터진 살갗이 얼마나 아릴까? 

구지레한 삶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있는 뒤틀린 허리는 많이 불편하겠지? 

나목도 늙은이처럼 디스크 통증을 달고 살까?


나목 위로 어제 내린 함박눈이 위태롭게 걸려있다. 

가녀린 바람에도 쓱 벗겨져 날아가는 흰옷엔 미련도 없겠다만, 삭풍이 스칠 때마다 온몸 떨며 흐느껴 운다. 

홀로 더는 어쩌지 못하는 눈보라쯤 수십 년 견뎌온 나목이련만, 기둥과 줄기엔 자기만의 슬픔을 담고 있다.

여기 가까이서, 

저기 멀리서, 함께 우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겨울눈 내리는 날,

우리는 나목처럼 내면 깊이 자기만의 비애를 품고 더 여물어진다.


나목(裸木) - 신경림 


문학인 신경림 시인은 1936년 4월 청주에서 태어났다. 

1955년 등단 '낮달', '갈대', '석상' 등의 시를 발표했지만, 10여 년간 시를 쓰지 않았다. 1965년 겨울, 절친 동료 시인 김관식의 손에 이끌려 서울로 상경하면서 다시 시를 쓰기 시작했다. 한동안 생활 형편이 어려워 동네 학원에서 영어 강사 일을 하면서 끼니를 이어야 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원격지', '산읍 기행', '시제', '농무' 등의 시를 발표하였고 시학 해설서인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를 출간했다. 그의 시는 농민의 고달픔을 따뜻하고 잔잔한 감정으로 담고 있지만, 울분, 항의, 개혁의 의지 등은 절제되어 있다. 이는 신경림 시의 장점이자 한계로 지적되기도 한다.

1973년 만해문학상, 1981년 한국문학 작가 상 수상.



이무진 X 헤이즈 - 눈이 오잖아

https://www.youtube.com/watch?v=GUbEw6B4i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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