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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Mar 15. 2024

꾸미의 새 출발 - 유치원생 되고, 이사하고

할미도 크게 기지개 켜고, 새로 우쿨렐레 수업시작

손녀 꾸미는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 날' 새내기 유치원생이 됐다.

제법 의젓한 '언니' 포스가 느껴졌다.  

코로나 확산 시국이었던 2020년 8월 말, 이 세상에 태어난 세젤예 꾸미가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성장한 것을 바라보는 것은 커다란 기쁨이다. 꾸미가 내딛는 한 단계 단계 발돋움은 정상적인 대부분의 아이들의 성장과정이겠으나, 내겐 기적이며 행운이다. 


2021년 1월, 4월 아기 꾸미 / 2024년 3월 5일 쑥 성장한 꾸미


꾸미의 새 출발

꾸미네 가족이 지난주 새집으로 이사했다.

친구들과 관계를 새로 만들어가야 하는 어려움도 잘 극복하고 있다니 내심 안심이 된다. 

벌써 꾸미도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아이가 됐구나!

허긴 친하게 지내던 또래 친구들도 다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단다. 

꾸미도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었겠지만 모두 각자 뿔뿔이 흩어져 다른 유치원에 입학한 상태라니, 5살 인생의 이별과 만남도 찡한 아쉬움으로 남았겠지. 산본에서의 행복했던 기억들이 성장하는 꾸미에게 커다란 자양분이 되리란 걸 믿는다. 

경칩 날,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팔딱 뛰어오르듯, 유치원 새내기가 된 우리 꾸미는 개구리 보다 더 높이 팔짝 뛰어올랐다. 계절은 오고 가고, 사람도 만나고 헤어지길 반복한다. 

이사 전과 이사한 후 꾸미 모습 애니메이션

암튼, 세젤귀 꾸미가 새집과 새로운 유치원에 잘 적응하고 있다니, 다행이다.

지난주엔 아침마다 엄마와 헤어지기 싫다며, 유치원 차량에 올라타면서 엉엉 울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나까지 온종일 우울하기도 했었는데...

어느새 우리 꾸미는 유치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었고, 새 집에서도 놀이터를 이리저리 누비며 쑥쑥 성장하고 있었다. 오히려 꾸미보다 꾸미 엄빠가 더 피곤해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우리는 지난주 새집 방문도 다음 주로 쓱 미루어 둔 채다. 새집이다 보니 하자 보수 공사도 있고, 추가로 설치해야 할 소소할 것들도 적지 않겠지.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사진과 영상통화로만 보고 싶은 꾸미 얼굴을 마주하려니,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것 같다. 


"꾸미야, 할미도 기지개를 켜며 봄을 맞았단다." 

지난 2월 성정 평생학습관 우쿨렐레 반에 새내기로 등록하고, 이번주 2회 차 수업을 마쳤다. 

15명 중 새로 등록한 새내기는 단 4명이고 그중 한 명이 나다. 물론 새내기 중 2명은 기본을 마친 상태라니 찐 새내기는 2명인 셈이다. 내겐 당장 우쿨렐레 교재, 튜너 구입부터 필요했다. 

아무것도 모르면 용감해지려나! 

암튼 입학 첫날부터 강사님의 조언을 듣고, 대흥로 악기랜드로 달려가 앤드 핀(내 우쿨렐레에는 스트랩 거는 구멍이 없었음) 구멍을 뚫고 스트랩까지 달았다. 

악기 가방도 교재까지 넣을 수 있는 것으로 새로 장만했다. 


악기랜드 / 우쿨렐레와 새로 구이한 가방 / 성정 평생학습관 우쿨렐레 수업 중


앤드 핀 구멍 2개 뚫고 악기 가방까지 구입하니, 주인장이 스트랩을 그냥 서비스로 달아주었다. 무엇보다 식물성 기름 천으로 우쿨렐레를 깨끗이 구석구석 닦아준 것이 고마웠다. 

오랫동안 방치해 둔 꼬질꼬질했던 악기가 비로소 제 본모습대로 반짝반짝 광이 났다. 

이 우쿨렐레는 아들이 2010년 5월, 코이카 군 대체 복무를 시작하고 1년 후, 휴가 때 귀국하면서 베트남에서 사 온 악기이니 적지 않은 연륜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성정 평생학습관 강사도 악기랜드 주인장도 나무의 질이 베니어판으로 만들어진 악기보다 좋아 보인다고들 하시니, 오랜 된 이 악기의 역사를 잠시 되돌아보게 됐다.

시작은 용감했으니 됐고, 이제 얼마나 오랫동안 이 악기를 손에서 놓지 않고 즐길 수 있는가가 중요하겠지.

선배들과 비교하지 않고, 마음을 비우고 그냥 즐길 생각이다. 

그러니 스스로 꼴찌(새내기 초보)에게 더 힘찬 박수를 보낸다. 


봄이다. 

곧 씨앗은 싹을 틔우고, 꽃도 피겠지. 

마음속에 푸른 나무, 울창한 숲을 품고 살다 보면, 어느새 울긋불긋 단풍으로 한껏 치장하는 황금빛 계절을 맞곤 했다. 그리곤 곧 불어오는 삭풍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을 밟고 서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고 보니 매해 엄동설한에야 비로소 자연의 이치를 깊이 깨닫곤 했던 것 같다.

긴 겨울은 이미 작별을 알렸다. 사색에 몰두하며 지냈던 겨울을 미련 없이 보내는 3월이다.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생각과 자연의 이치가 균형을 잡아야 삶이 여유로워진다. 

오고 가는 것들에 대한 이치를 다시 품게 된다. 

우리는 모두 평생 늙어 가는 법을 연습하며 나이를 먹어 간다. - 조앤 린(Joanne Lynn) 

평범한 하루하루가 쌓인 인생, '덧없다'하지도 말 것이다.

이생의 세상살이를 얼마나 수없이 반복하며 살았던가 다시 묻다 보니, 좀 더 겸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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