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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향일암, 계단길로 올라 평지길로 내려와...

향일암 남해 풍경 속으로 눈길이라도 풍덩 빠지고 싶어!

by Someday


사진출처: 여수관광문화 홈피

남해 일출이 얼마나 장관을 이루었으면, 해를 향한 암자 '향일암'이라 불렀을까!

향일암은 바위 모양이 거북 등처럼 되어 있어 영구암이라 부르기도 한다.

향일암 일출제(12월 31일에서 1월 1일까지)가 열리면, 일출을 보기 위해 찾는 많은 이들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하는 곳이다.

향일암은 여수시 돌산읍 율림리 금오산에 있다.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40호.

멀지 않은 곳에 방죽포 등 해수욕장도 여러 곳 있고, 돌산공원, 무술목 전적지, 고니 도래지, 흥국사 등도 있어 함께 둘러보면 금상첨화다.



우리는 5월 한낮에 도착, 일출 대신 짙푸른 금오산 녹음과 향일암 특별한 동굴 문들을 둘러보며,

남해를 굽어보는 것으로도 만족했다.

석가탄신일을 5일 앞둔 날이어서 형형색색 연등을 감상하며 계단 오르는 재미도 쏠쏠했다.

가파른 계단 길, 잠시 멈춰 서서 지나쳐 온 풍경을 뒤돌아보는 것도 멋지다.


향일암 일주문

마을에서 향일암 오르는 산길은 제법 가파르다.

매표소를 지나 좀 더 오르면, 두 갈래 길을 만난다.

계단길과 평지길 중 선택해서 오르면 된다.

평지길은 이름 그대로 좀 편한 길이니, 사색하며 편히 걷고 싶은 분들은 이 길을 따라가면 좋다.

계단길은 계속 가파른 계단 길을 따라 오르지만, 아름다운 풍경에 취할 수 있는 멋진 곳이다.

계단 양편으로 아름드리 우거진 수목들이 이어져 있어, 계단길이 마치 극락으로 오르는 곳인 양 느껴진다.

우리는 계단길로 올라, 평지길로 내려왔다.

다른 분들께도 이 코스를 추천하고 싶다.


일주문 계단 아래서부터 등용문까지, 애니메이션
향일암 오르는 길, 바라본 남해

향일암은 전국 4대 관음 기도처 중 한 곳이다.

644년 백제 의자왕 4년 신라 원효대사가 창건하여 원통암이라 불렀다.

고려 광종 9년(958) 윤필거사가 금오암으로, 조선 숙종 41년 (1715년)에 인묵 대사가 향일암이라 개칭했다.

원통보전, 삼성각, 관음전, 용왕전, 종각, 해수관음상 등을 복원 신축하여 사찰의 면모를 갖추었다.

2009년 12월 20일 화재로 소실된 대웅전(원통보전), 종무소(영구암), 종각을 2012년 5월 6일 복원, 낙성식을 가졌다.



해탈문 앞에서 바라본 남해는 운무가 드리워져 있다.

바다와 섬과 하늘이 그저 하나로 보인다.

그 속에 우리까지 욱여넣고 싶다.

자연인 사람으로 담기고 싶은 데, 가까이 난간엔 무거워 보일 정도로 많은 금색 나뭇잎들이 촘촘히 매달려 있다.

금색 나뭇잎에 담긴 중생의 바람이 이렇듯 많으니, 저마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사는가 보다.

애달픈 시선을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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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일암에는 7개 바위틈이 있다.

그곳을 모두 통과하면 소원 한 가지는 반드시 이뤄진다고 한다.

사람들은 간절한 소원을 이루기 위해 대웅전과 용왕전 사이 약수터 옆 바위와 관음전 뒤편 큰 바위에 동전을 붙이기도 하고, 조그만 거북 모양 조각 등과 머리에 동전을 올려놓기도 한다.


향일암에서 마주한 오션뷰


여수 향일암 원통보전. 본래 대웅전이었다.

대웅전은 사찰 중심이 되는 전각이다.

도덕과 법력으로 세상 밝히는 영웅을 모신 전각이라는 뜻.

석가탄신일을 경축하기 위해 미리 작정하고 늘어선 연등이 곱고 화려하다.




향일암 주위 풍경 / 종각


관음전은 대웅전 우측에 있는 전각이다.

관세음보살 좌우로 해상용 왕과 남순동자가 있는 곳으로 용왕전이라고도 한다.

용왕은 농사 풍작, 바다의 풍어, 천재지변으로부터 중생들을 지켜주는 선신이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건강과 안녕을 축원한다.

선한 기원일랑 모두 다 이루어지길...



바위틈, 바위 동굴을 지나야 관음전에 아른다.


관음전에서 바라보는 남해


지나다니는 선박과 관음신앙을 상징하는 난간의 거북 형상들이 항해의 안녕을 기원해 주는 곳, 관음전




삼성각은 향일암 대웅전 좌측에 있는 전각으로 산신, 칠성, 독성을 함께 봉안한 곳이다.

산신은 금오산을 주관한다.

불법과 사찰을 수호하고 자손 크게 잘 뻗어나가도록 부귀를 축원한다.

칠성은 인생 길흉화복 수명과 인연 속에서 중생 운명을 축원해 준다.




평지길로 내려오면서 바라보는 남해 풍경, 눈길만이라도 풍덩 빠지고 싶어!

우리는 아직 쌩쌩하다.

내려오는 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산들산들 금오산 바람도 적당히 불어와 기분도 상쾌하다.

따로 빈 소원은 없지만, 건강한 두 다리로 이렇게 산 좋고 물 좋은 내 강산 찾아다니며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바람은 있다.


특별한 신앙생활을 하지 않고 있으니, 소원을 빌기도 뭣하다.

부족함 한가득하지만, 조금씩 덜어 내며 살아가면 족하다.

가진 것도 많지 않지만, 딱히 빌어서 얻고 싶은 것도 없다.

건강도 부귀영화도 인과응보일 뿐이니, 오늘 내 모습은 내가 살아온 평범한 작은 역사이기도 하다.

내 마음과 생각은 불교 쪽에 가깝다.

돌아가신 우리 엄니께서 엄청 절에 열심히 다니기도 하셨고, 내 어린 시절엔 엄마 손잡고 절엘 자주 따라다니기도 했기에.

울 엄마가 극락에서 내려다보시면, '너는 몸만 따라다녔냐?' 물으실 것만 같다.


꼭 몸만 따라다닌 것도 아니다.

세상 고통과 번뇌를 벗어나 해탈하면 나도 너도 부처가 된다는 불교의 이상에 끌리기 때문이다.

신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마음속을 비우고 '인간 해탈'을 이루는 사람이 부처란다.

항상 마음 한편 든든한 건, 수양하는 분들처럼 내 마음도 조금씩 맑아지고 너그러워진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늙어간다는 진리를 마음 편히 받아들이는 태도야말로 '작은 사람 부처'로 살아가는 길이 아닐까?

종교에조차 얽매이고 싶지 않다.


..... 자비와 고요와 동정과 해탈과 기쁨을

적당한 때에 따라 익히고

모든 세상을 저버림 없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은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모든 것은 멈추지 않고 변한다. (시간, 세월, 생로병사)

그냥 일상을 인간으로서 가능한 만큼 바르게 살면 된다.


평지길로 내려가는 중, 애니메이션


냥이 애니메이션

냥이 한 마리가 봄볕 아래서 나름 사색에 잠겨있다.

냥이 뒤로 불교와 가톨릭의 화합이 전해지는 봉축 메시지가 눈에 들어온다.

'넌 참 좋은 곳에 턱 앉아 있구나!'


향일암 일출 광장 (주차장 옥상이기도 하다)

향일암에서 '느리게 걷기'는 그대로 힐링의 시간이 됐다.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바위틈 사이로 통하는 동굴문들은 짧은 곳도 있고, 제법 동굴을 연상시키는 긴 곳도 있다.

자연을 그대로 이용한 통로들이기에 그 틈을 들고나는 사람도 함께 자연의 일부분이란 사실을 절로 깨닫게 된다.

잘 사는 것이야말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이다.

깨고 부수고 자르고 밀어버리는 세상살이에서 그동안 지쳤던 몸과 마음이 온전하게 힐링됐다고 느끼고 돌아가니, 이보다 더 좋은 곳도 없다.

마음이 큰 부자가 됐어도, 때가 지나니 배가 고프다.

배 고프면 먹고, 다시 걸어 다니며 소화시키니 이렇게 잘 돌아가는 소화기관을 지닌 것도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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