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전, 이 보면대를 찾기 위해 창고에 쌓아둔 15개가 넘는 상자들을 모두 열어보는 열성을 보였지만 끝내 찾질 못했다. 이사 다니면서 버렸거나 분실한 것 같아서 씁쓸했다. 결국, 악기점으로 달려가 1만 1천 원짜리 저렴한 보면대를 새로 구입했다.
지난 4월 9일, 우쿨렐레 야외수업 때 사용하기 위한 보면대 찾기는 이렇게 끝났지만, 지금 30대인 아들이 고교 시절 빚어 두었던 '희로애락'이 담긴 4개의 얼굴을 찾아내서 기뻤다. 잔잔한 미소가 번지던 기쁨 희(喜)가 담긴 얼굴이 세로로 깨져 있었지만, 나름 정성껏 접착제로 붙였다.
장식장 한쪽을 쭉 밀어내고 이 4개의 얼굴을 올려놓고 보니, 우리 가족이 빚어온 세월의 무상함도 오히려 무지개 빛깔처럼 찬란하게 빛나 보였다. 흐르는 강물처럼, 흔들리는 바람같이 참 열심히 달려왔구나!
희로애락(喜怒哀樂)
일상이 이성적이며, 느긋하고, 여유로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항상 그렇진 않다.
노년기 특징인 혼돈, 무기력, 외로움이 들고나기도 한다.
감정 폭은 높낮이가 완만해졌지만, 균형이 깨지는 날에도 삶의 희열을 느끼며 살려고...
어느새 사회 활동 감소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편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행동반경이 좁아졌어도 젊은 날처럼 불안하거나 초조하진 않다.
원래 성향 탓도 있겠지만 왕성하던 활동이 줄어들다 보니, 오히려 균형 있게 무뎌진다.
남녀노소 모두 희로애락을 느끼는 감정은 오랫동안 섬세하게 살아 움직인다.
노년기에도 치매만 걸리지 않는다면, 이성과 감성을 스스로 잘 절제하며 살 수 있을 덴데...
각인각색(各人各色) - 출처: 픽사베이 일러스트, 변형
각자 삶의 방식이 있다.
그 방식이 그 사람 생각이나 바람과 꼭 같을 순 없어서,
누구나 인생은 아쉬움이란 긴 그림자를 밟고 종종 흔들리며 지나쳐 간다.
정수지 작가 '일상의 방'에 담긴 '일상의 행복' - 2020년 4월 뚝섬미술관에서 담아 온 사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