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정들었던 숙소 Days Inn Nice Centre에서 서둘러 아침식사를 마친다.
우릴 태운 전세버스는 AM8시 출발.
오늘(3월 9일, 토)은 남프랑스 니스에서 다시 이탈리아로 들어간다.
첫 방문지는 라스페치아(La Spezia) 현, 친퀘테레(CINQUE TERRE) 마나롤라 해안마을이다.
흐린 날씨와 아랑곳없이 설레는 마음으로 차창을 바라본다.
이탈리아 제노바 근처 풍경
니스에서 라스페치아(La Spezia) 현까지 전세버스로 4시간 정도 걸린다.
버스는 어느새 이탈리아 제노바(Genova)를 지난다.
*제노바 모란디 교량(Ponte Morandi) 붕괴 사고 현장
모란디 참사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모란디 다리가 붕괴된 채 끊겨있다.
2018년 8월 14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제노바(Genova) 모란디 교량(Ponte Morandi) 붕괴 사고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바로 그 다리다. (↔ 구간)
사망 43명, 실종 5명(추정), 중경상자 16명을 냈고, 35대 넘는 차량이 다리 아래로 추락했다. 1994년 10월 21일 아침, 충격적이었던 우리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설레던 여행길, 차창 밖으로 바라본 '모란디' 다리는 무심한 풍경 속으로 그냥 사라져 간다.
이 사고로 세계적 패션 브랜드 회사 '베네통'이 큰 비난을 받았다.
교량 붕괴 사고에서 베네통을 언급하는 것이 뜬금없어 보이지만, 이 교량을 유지 보수한 업체 최대 주주가 베네통이었기 때문이다.
'모란디 참사'는 처음부터 마피아 '온 드랑 게타' 개입으로 부실공사로 지어졌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2년 후, 2020년 8월 3일(현지시각) '모란디' 다리는 '산조르지오' 다리로 재탄생했다.
라스페치아(La Spezia) 현 도착
버스는 정오쯤, 라스페치아 현에 도착했다.
좀 부실한 중식으로 점심 식사부터 마치고,
기차역 광장 쪽으로 걸어간다.
라스페치아는 내가 이번 여행을 시작하기 전엔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곳이다.
낮게 드리워진 구름 탓으로 밝은 이미지를 주워 담지 못하고 걷다 보니, 라스페치아 해군 군사기지(Base Navale Porta Ospedale)가 보인다.
군사기지가 들어선 곳이라니 더 묵직한 이미지를 그려 담으려다, 곧 벚꽃 군항제로 들뜨던 우리나라 진해 앞바다 풍경이 생각나서 혼자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그냥 날씨 탓이지 뭐!'
분수광장 근처에 있는 안내판, 내용은 번역해 보지 않았다. 바탕색이 눈을 어지럽힌다. 해군 군사기지 옆으로 종합병원(Ospedale Militare Di Medicina Legale)도 보인다.
좀 더 걸어가면, 라스페치아 분수광장에 닿는다.
라스페치아(La Spezia)는 이탈리아 북부 리구리아 주에 있는 군사도시로, 제노바 만에 딸린 라스페치아 연안 항구도시다.
이곳은 19세기 중반 제노바에 있던 해군기지가 옮겨오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해군 군사기지와 군사 관련 시설이 많고, 관련 공업이 발달했다.
'OTO 멜라라'는 레오나르도 브레시아와 라스페치아에 공장을 둔 방위 분야 이탈리아 핀메카니카 자회사였다.
Leonardo S.p.A.(과거 이름: Finmeccanica),
레오나르도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항공우주 및 방위사업체다. 전 세계 100개국 이상에 현지 사무소가 있고, 주식의 30%는 이탈리아 정부가 소유하고 있다.
내 삶은 빠르게 늙어가는 중이지만, 아직도 새로운 곳, 새로운 정보엔 늘 눈과 귀가 쏠린다. 개인적으로 방위사업엔 크게 관심도 없으면서.
라스페치아 분수광장 (The central fountain, La Spezia)
라스페치아 중앙 분수대
광장 한가운데 있는 대리석 분수가 구름 사이로 들고 나던 햇빛으로 눈부시다.
가이드가 기차표를 사러 간 사이, 우리는 광장을 둘러보며 자유 시간을 갖는다.
중앙 분수대에 앉아 분수대 주변을 돌아본다. 여행 중 누리는 이런 짧은 자유시간이 참 좋다.
약국에서 필요한 밴드도 구입하고, 광장 사이로 난 샛길들도 기웃거려 본다.
시간이 없으니 샛길로 들어서진 못한다.
건물들 사이로 지나가는 기차
중앙분수대에서 360도 회전하며 라스페치아 현 둘러보기, 애니메이션
라스페치아 기차역 (La Spezia Centrale railway station)
La Spezia 기차역
친퀘테레 트레인 노선표
밴딩 머신으로 탑승권 구입 - 사진 오른쪽 위 '소매치기 주의' 표시판도 인상 깊다.
친퀘테레 익스프레스 트레인은 새벽까지 자주 운행되고 요금도 저렴하다.
종일권은 성수기 기준 16유로/1일권, 29유로/2일권, 41유로/3일권이 있다. 정해진 기간 동안 횟수에 제한 없이 탑승할 수 있다.
구간권은 한 구간당 요금을 지불하는 티켓이다. 어른 4유로, 12세 이하 2유로, 4살 이하는 무료다.
하루 이동 구간이 4구간 이상일 경우 종일권을 구입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종일권은 친퀘테레 포인트라는 인포센터에서 판매한다.
구간권은 위 사진에서 보이는 왼쪽 구석에 티켓 펀칭기로 구멍을 뚫어 탑승 여부를 표시해 주어야 한다. 검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불심 검문에 걸리면 벌금을 물린다.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중
https://bit.ly/38XutZu (친퀘테레 열차 공식 홈페이지)
우린, 기차를 타고 '마나롤라'(Manarola)로 간다.
출발하려는 기차에 편히 앉아 차창 밖을 보니, '리오마조레'(Riomaggiore) ~ 제노바(Genova) 행 다음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우리는 남프랑스 니스에서 제노바를 거쳐 라스페치아 현까지 전세 버스로 달려와, 라스페치아 기차역에서 친퀘테레 마나롤라행 기차를 탔다. 이탈리아 여행자들은 밀라노나 제노바 여행 후, 다음 방문코스로 이곳이 딱이다.
친퀘테레 레일 내부
"칙칙폭폭 기차가 출발합니다!"
친퀘테레 리구리아 해 어촌마을 다섯 곳
친퀘테레 5개 작은 어촌마을은 10km 이르는 해안을 따라 분포되어 있다.
이중 몬테로소 알 마레가 비교적 번화하고 관광시설도 잘 갖추고 있다.
친퀘테레에서 1박 이상 머물 수 있다면, 몬테로소에 숙박을 정하고 관광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당일치기 오전 여행이었기에 마나롤라 한 곳만 돌아보고, 피사로 이동할 예정이다.
각 마을은 절벽 위 좁은 길로 연결되어 있어 차량 이동은 어렵다.
도보와 기차, 배가 친퀘테레 다섯 마을을 연결하지만, 외부에서 친퀘 테레로 통하는 길은 많지 않다.
걷거나 기차를 타는 방법이 최상이다.
걷기는 리오마조레와 마나롤라를 잇는 '사랑의 길'(VIA dell' AMORE)을 제외하면 각 구간 별로 1~2시간 소요된다. 사랑의 길은 약 30분 정도 걸리는 데, 우리가 방문했던 당시엔 수해로 이길도 폐쇄된 상태였다. 기차을 이용 하면 각 역간 이동거리는 5분 정도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깊고 푸른 리구리아 해
검푸른 리구리아 해 흰 파도가 차창을 두드린다.
그 울림이 가슴속으로 밀려들자, 미세한 감성 곡선이 흔들린다.
먼 곳으로 되돌아간 듯 알 수 없는 아련함이 솟아올라, 마음 한구석이 휑하다.
쉬지 않고 나를 부르는 하얀 파도 소리,
내게 올 때마다 다시 돌아갈 때도, 각기 다른 소리를 낸다. 그 다양한 리듬에 맞춰 오감이 함께 천천히 춤을 춘다.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그 리듬이 어느새 휑한 내 가슴까지 토닥여 준다.
친퀘테레 마을 중 가장 대중적인 마나롤라 역 도착
해안 절벽 마을, 마나롤라로 들어가는 터널 입구
기차로 5분 정도 달려 도착한 마나 롤라 역에서 나와, 터널로 들어가면 해안 절벽 마을에 이른다.
터널은 길지 않지만, 내부는 좀 우중충하고, 특별하지 않은 그냥 터널이다.
지나가는 통로 역할만 충실하게 한달까!
터널을 빠져나오면 마나롤라 마을이다.
터널 입구 옆으로 친퀘테레 5개 마을이 절벽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지도가 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친퀘 테레 마을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출발하면 더 좋다.
위 지도 왼쪽부터
몬테로소 알마레(Monterosso al Mare): 라 스페치아 현에 있는 마을로 특산물 레몬이 유명하다.
베르나차(Vernazza): 라 스페치아 현 마을 중 하나.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코르닐리아(Corniglia): 라 스페치아 현에 있는 마을. 친퀘테레 국립공원 일부이며, 다른 네 도시와 다르게 해안에 접해있지 않은 유일한 마을이다. 코르닐리아는 인구 250명으로, 친퀘테레에서 가장 작은 도시다.
100미터 높이의 절벽 위에 세워진 마을로, 삼면은 포도밭, 나머지 한 면은 해안절벽에 면해있다.
해안가 기차역에서 368개의 '라르 다리나'(Lardarina)라는 계단을 통해 마을로 오를 수 있다.
마나롤라(Manarola): 북부 리구리아주 라스페치아 현에 있는 마을. 친퀘테레 국립공원 일부. 해변을 따라 센티 에로 아주로(Sentiero Azzuro, 푸른 산책길)와 1338년 건축한 산 로렌초 성당이 있다.
리오마조레(Riomaggiore): 역시, 라스페치아 현 다섯 개 마을 중 하나. 마이오르 강이 흐른다.
피날레 광장과 제리코 언덕, 바티스타 성당이 있는 곳이다.
터널을 나서 , 왼쪽 절벽 위로 보이는 집들 / 마나롤라에 사는 예쁜 냥이
리구리아 해에 면한 급경사 바위벽에 지어진 집들이 독특한 경관을 연출하는 5개 마을과 아름다운 해안을 통틀어 친퀘테레(Cinque Terre)라고 부른다. 친퀘는 다섯, 테레는 마을이라는 뜻.
해안과 이들 마을을 묶어 이탈리아 정부가 '친퀘테레 국립공원'으로 보호하고 있다.
주주와 레드루는 지금 마나롤라 마을을 걷고 있다.
마나롤라 마을로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보이는 풍경
절벽마을은 왼쪽에 모여있다.
이곳 사람들은 수 세기 동안 절벽 위 바위 투성이 가파른 지형에 테라스를 구축했다. 현대적으로 개발이 되지 않은 것이 친퀘테레(Cinque Terre)의 특징이며 매력이다. 연중 내내 항상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마나롤라 마을, 리구리아 해안의 거센 해풍과 파도소리
절벽 꼭대기까지 올라가면서 중간중간 걸음을 멈추고, 무명 화가들 그림을 보는 것도 작은 즐거움이다.
절벽 위로 펄럭이는 이탈리아 국기도 우리를 환영한다.
절벽 제일 높은 곳에 있는 마나롤라 공중 화장실
보통 화장실(WC)은 좀 외진 곳 구석에 있기 마련인데, 이곳 마나롤라 공중 화장실은 가장 높은 곳, 가장 밝고, 가장 멋진 경관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멋진 풍경을 감상한다. 바다와 절벽 집들과 사람들을 구경하며 있다 보면, 시간도 금세 지나간다.
마나롤라(Manarola) 해안 절벽에서 '안토넬로 벤디티'(Antonello Venditti)의 환영인사를 받는다.
"파라다이스(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Benvenuti In Paradiso.)
이 곡은 벤디티의 90년대 초반 작품.
천국이라 한들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천상에서 내려다본다면, 지상 마나롤라 풍경 속에 그냥 빠져버릴 지도.
내 두 눈도 이 풍경에 빠져들어 헤어나질 못하니 다른 감각들은 마비되어버린 것만 같다.
친퀘테레 절벽 해안마을, 마나롤라(Manarola)에서 빼앗긴 내 마음은 하늘로 날아올랐다 바닷속으로 빠져들기를 계속 반복 중이다.
파도에 밀려와 해안절벽에 부딪혀 날아오르는 흰 물방울이 내 마음 같아!
리구리아 해안 파도는 마나롤라 해변에 하얗게 부딪혀 절벽 위로, 다시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리고 하늘 위에서 잠시 마주한 마나롤라 풍경에 취해 곧 다시 바다로 빠져든다.
수도 없이 반복하는 데도 우린 멈추질 못한다.
흰 파도도 하얗게 부서지는 내 마음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마나롤라 마을과 리구리아 해
전망대에서 바라본 마나롤라의 풍경은 날씨가 흐린 대로 운치 있는 깊은 멋과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남프랑스는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온화했다, 바람은 세게 불었지만.
이탈리아 북부는 약간 쌀쌀하고 날씨도 자주 흐리는 것 같다.
비슷한 위도 상에 있어도 남프랑스는 지중해 영향을 직접 받고, 이탈리아 북부는 알프스 산맥의 영향을 받는다니, 몇 시간 달려온 곳이지만, 각기 그 특징과 색깔이 특별해서 모두 아름답다.
전망대에서 내려가는 중!
언젠가(someday) 기회가 주어진다면, 일주일 아니 이틀 밤만이라도 이곳에 머물며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다 돌아가고 싶다. 파도처럼 부서져 날아가 버리는 약속이 될지 모르지만, '다시 오자'고 레드루와 약속한다. 내려오면서, 머물다 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자꾸 뒤를 돌아본다.
짙은 회색빛 구름, 휘몰아치는 바람까지 내 가슴속에 꾹꾹 눌러 담는다. 욕심꾸러기 마냥.
친퀘테레 특산품과 기념품점 둘러보며, 간식 즐기기
좁은 길 따라 이어진 알록달록 예쁜 마을, 마나롤라
친퀘테레 특산물인 레몬을 주제로 한 상품들
레몬은 친퀘테레 유명한 특산품이다.
레몬사탕, 레몬 초콜릿, 레몬 아이스크림, 레몬 비누에서 리몬첼로라 불리는 레몬 술까지 종류도 참 다양하다. 특히 리몬첼로는 당시 우리나라에서 구하기 힘든 품목이었다. 기억에 남을만한 선물이나 기념품으로 추천할 만하다.
새콤달콤한 레몬 사탕을 한 봉지 사서 입에 넣고 걸으면 기분도 상쾌해진다.
어촌마을이니, 해산물이 싱싱! - 해산물 튀김이야 싫어하는 여자들 없겠지!
해산물 튀김과 사탕도 알콩달콩 이야기를 나누며 먹다 보니, 사진 찍는 일은 뒤전!
그래도 센스쟁이 레드루가 겨우 몇 장 찍었다지만, 딸도 먹기 바빴던 건 나와 같더라. 취향은 다른데, 먹는 일엔 딱 母傳女傳(모전여전)!
달달한 사탕은 한 두 알씩 먹다 보니 귀국해서도 한동안 가방 속에 굴러다녔지만, 새콤한 레몬 향이 좋아 버리지 않고 다 먹었다. 평소 내 사탕들은 굴러다니다 버려지곤 했지만.
친퀘테레 몬테로소 알 마레에서는 열리는 레몬 축제
고지대 친퀘테레에는 계단식 포도밭이 넓게 분포되어 있다.
이곳에서 재배된 양질의 포도로 맛 좋은 와인이 생산된다. 이 와인도 친퀘테레 유명한 특산품이다.
친퀘테레는 아름다운 경치 포함, 해산물, 레몬, 와인 이렇게 1+3가지 키워드를 기억하면 된다.
레몬 고장답게 친퀘테레 가장 큰 마을인 몬테로소 알 마레에서는 매년 5월 3번째 주, 레몬 축제를 연다.
다시 마나롤라 마을 터널을 지난다.
들어설 때보다는 사람들이 분산되어서인지, 모두 여유롭게 걷는다.
우리는 곧, 마나롤라 역에서 기차에 몸을 싣고 다시 라스페치아 역을 향해 출발한다.
마나롤라에서 라스페치아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바라본 마을 풍경
주주와 레드루는 라스페치아 역 근처 주차장에서 대기 중이던 전세버스에 올라, 다음 행선지인 '피사의 사탑'으로 향한다. 라스페치아에서 피사(PISA) 시까지는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버스에서 마나롤라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리며, 잠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