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스의 마지막 밤, 숙소에서 해변까지 걸어서 누린 자유
니스 마지막 밤(그래야 2번째 밤이지만), 길지 않은 지중해 3월 햇살이 머물다 떠난 자리로 급히 어둠이 내린다. 주주와 레드루는 숙소인 Days Inn Nice Centre를 나섰다.
호텔 매니저가 알려준 주소를 폰 구글 지도에 입력하고, 어렵지 않게 도착한 곳은 레스토랑 르프로그다.
르프로그는 프롬나드 데 장글래(영국인의 산책로) 해변과 마주한 이면 도로에 있는 '에스카르고'(식용 달팽이 요리)와 '그르니이'(식용 개구리 뒷다리 튀김 요리) 전문식당. 에스카르고'(달팽이 요리)와 '그르니 이'(개구리 뒷다리 튀김)를 먹어 주겠어!
숙소 Day Inn(4-6 rue Miron 06000 Nice)에서, 특별한 저녁식사를 위해 레스토랑 르프로그를 향해 출발한다. Day Inn은 지방관청(CPAM des Alpes Maritimes)과 같은 블록 가까이 있다.
마세나 광장에 있는 앙드레 마세나(André Masséna,1758년 5월 ~ 1817년 4월) 장군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장군과 함께 이탈리아 원정에서 여러 전투를 이끈 군인이다.
밤에 지나치는 마세나 광장과 마세나 동상은 또 다른 느낌이 든다.
낮과 달리 차분하고 운치가 있다.
Boulangerie Jeannot (영업시간 07:00~21:00)와 Le Frog(영업시간 12:00~14:30 / 19:00~23:00)는 같은 이면도로에 나란히 붙어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가게 앞에 메뉴판을 내걸어 둔다. 고객을 위한 배려로 보인다. 우리도 '르프로그'에 들어서기 전, 미리 메뉴를 살펴보니 좋았다.
달팽이 요리는 프랑스 대표 음식이다.
우리도 남프랑스 니스까지 왔으니 이 요리를 꼭 먹어보기로 했지만, 개구리 뒷다리 요리는 그다지 끌리진 않는다.
안으로 들어서니, 외국인들로 가득하다.
아, 우리도 외국인이지! 니스가 유명한 휴양지다 보니, 현지인보단 관광객들인 것 같다.
주주와 레드루만 동양인이고 모두 서양인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작은 칠판엔 '오늘의 메뉴'가 쓰여있고,
'르프로그'이름이자 상징인 청개구리가 무념무상의 자세로 명상에 잠겨있다.
메뉴란 왼쪽 위에 있는 르프로그 대표 코스 메뉴(31유로/1인) 2인분을 주문했다.
에스카르고(식용 달팽이 요리)는 애피타이저이고, 그르니이(식용 개구리 뒷다리 튀김 요리)가 메인이다.
미소를 머금은 채 주문받는 웨이터는 상냥하고 친절하다. 이탈리아에서 만났던 이들보다 더 친절한 듯. '아차, 그곳에서는 단체식만 먹었지.'
프랑스인이 거만하고 불친절하단 말은 낭설 인지도 모르겠다.
식전 빵과 붉은 포도주(우리가 레드와인으로 선택)가 먼저 나온다.
편하게 손으로 빵을 뜯어먹는다. 적당히 바삭하면서도 미각을 감싸안는 부드러운 식감이 좋다.
레드와인 향과 맛을 음미하면서 깊어가는 '니스'의 밤을 즐긴다.
와인의 부드러운 향과 달달한 맛이 우리 기분을 업 시켜 준다.
에스카르고(에스까르고, 식용 달팽이 요리)
달팽이용 포크와 집게가 놓인다. 달팽이를 잡고, 포크로 가운데 있는 달팽이 살을 잡아 빼서 먹으면 된다.
처음엔 말처럼 그렇게 쉽게 요 쫄깃한 달팽이 살이 쏙 나와주질 않아 애를 먹는다. 동글동글한 달팽이를 집게로 집기도 쉽지 않다.
달팽이 살의 쫄깃함과 버터의 고소함이 심심하면서도 짭조름한 소스와 잘 어우러진다. 식감은 골뱅이와 비슷하다.
처음 한 두 개는 집게와 포크로 낑낑대며 빼내 들고 좋아했지만, 나중엔 집게 대신 그냥 손을 사용한다.
딸은 어린 시절 젓가락으로 콩집기 연습하던 기분이었단다.
프랑스식 전채요리(앙트레, Entrée)인 에스카르고( Escargot)는 찜, 조림, 스튜, 튀김 등 다양하다.
제일 유명한 건 우리가 먹은 부르고뉴 식으로 버터와 다진 마늘, 파슬리, 후추를 넣어 만든다.
이 조리법은 19세기 '앙토냉 카렘'이라는 셰프가 만들었고, 그 후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은 음식이 됐다.
프랑스에서는 식용 달팽이를 포도밭에서 길러내 식탁 위에 올린다.
와인의 나라, 프랑스는 와인 생산을 위한 포도밭이 전국 곳곳에 퍼져 있다.
식용 달팽이, 에스카르고는 포도나무 잎을 좋아하니, 프랑스는 달팽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다.
포도로는 포도주를 담그고, 포도나무 잎을 좋아하는 식용 달팽이는 포도밭이 있는 곳에서 쉽게 양식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전처리 과정을 거친 식용 달팽이가 이렇게 식탁에 다소곳이 올라와, 우리 호기심과 식욕을 자극시킨다.
달팽이 식감은 한국에서 먹은 골뱅이나 소라의 쫄깃함과 비슷하다. 우리는 초고추장과 버무려 먹는다. 나라마다 특별한 소소와 어우러지니, 감칠맛이라고 해도 각기 다른 맛이다.
에스카르고는 파슬리가 들어간 초록색 소스가 어울려 맛있다면, 우리가 즐겨먹는 골뱅이는 새콤달콤 빨간 고추장 소스가 환상적으로 어울린다.
전혀 다른 소스지만, 쫄깃한 식감 때문에 달팽이 맛이 골뱅이 맛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달팽이가 좀 더 부드럽다. 암튼 의외로 우리 입맛에도 딱이다.
프랑스인들은 달팽이 자체 맛을 음미하기보단, 요 마늘 버터 초록 소스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우리가 초고추장 맛을 좋아하는 것처럼.
니스까지 와서 에스카르고(에스까르고)를 못 먹고 간다면 많이 아쉬울 뻔했다.
그르니이(식용 개구리 뒷다리 튀김)
중세 가난한 프랑스 농부들은 집단으로 서식하며 느리게 움직이는 개구리를 잡아 요리로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개구리는 잡기도 쉬웠지만 서민들에겐 맛과 영양도 뛰어난 식재료였다.
프랑스인에겐 오랜 역사를 가진 음식이지만 우리에겐 '개구리 뒷다리'를 연상시키는 불편함이 있다.
그르니이가 테이블에 오르기 전엔 '과연, 우리가 개구리를 잘 먹을 수 있을까?' 살짝 걱정도 했지만, 괜한 기우에 불과했다.
뭐, 딱 보기에도 상상처럼 이상하거나 역겹지 않다. 오히려 푸짐하고 먹음직스러워 놀란다.
개구리 다리 살을 포크로 쿡 찍어서 살며시 맛 보니, 오히려 우리나라 치킨 튀김보다 더 부드럽고 담백한 육질에 놀라게 된다. 딸과 이중창으로 "먹을만해! 오~ 맛있네!"를 되풀이했다.
우리가 식사를 하면서도 연신 실내와 음식 사진을 찍어대니, 웨이터가 명함을 갖다 주면서 불어로 뭐라 뭐라 물어보는데, 난 그냥 끄덕이며 웃는다.
레드루는 'Go upload, bon!'만 알아들었다는데, 그냥 'OK OK!' 하며 역시 웃어준다.
웨이터도 함께 웃는다.
르프로그에서 특별한 음식을 맛있게 먹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이곳은 분위기도 편하고 실내 장식도 마음에 든다.
카드로 결제를 하면서 친절한 웨이터에게 5유로를 팁으로 함께 결제하도록 했다. 프랑스인 웨이터는 상냥하게 웃으며, 무릎을 완전히 구부리고 우리보다 낮게 앉아 단말기에 카드를 꼽는다. 미소도 행동도 친절하고 밝다. 맛있는 식사로 속도 든든하고 기분도 좋으니, 프롬나드 데 장글래 해변 산책을 빼놓을 순 없다.
니스 오페라 하우스는 1885년 귀스타브 에펠의 제자 중 한 명인 프랑수아 오네 (Francois Aune)가 설계한 우아한 건물이다. 이곳은 1881년 가스 폭발로 불에 탄 오래된 목조 극장의 부지 위에 새로 세워졌다.
니스 구시가지 인근 유명한 꽃 시장 Cours Saleya이 가까이 있다.
니스 해변 앞 영국인 산책로(Promenade des Anglais)가 어둠 속에 드리워져 있다. ,
밤마다 도로를 따라 조명이 켜지고, 바다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듯 스며들어 검은 실루엣만을 남긴다.
폰 카메라 한계로 화면 전체가 흐릿하지만, 까맣게 빛나는 해변 풍경이 인상적이다.
현지 주민들은 프롬나드 데 장글레를 간단하게 '프롬나드'라고 부르거나 더 짧게 '라 프롱 (La Prom)'이라 부른다.
일요일이 되면 자전거,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들이 산책로를 따라 행렬을 이룬다. 스케이트보드와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프롬나드 데 장글레 해변에는 푸른 의자(chaises bleues)가 길게 놓여 있다.
여유로운 사람들은 지중해를 따라 걸으며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거나, 이 푸른 의자에 앉아 앙제만의 짙은 물빛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2016년 7월 14일, 이 아름다운 곳에서 테러가 발생했다니, 믿기지 않는다. 당시 바스티유 날을 맞아, 축제에 참가했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아름다운 프롬나드 데 장글레에서 혁명 기념일을 축하하던 군중을 향해 19톤 화물트럭이 돌진, 86명이 사망하고 4,588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이다. 총격전 끝에 트럭 운전사는 사살됐다.
이렇게 밤늦도록 돌아다니다 보니 둘이 처음 숙소에서 출발했을 때, 긴장감도 어느새 스르르 사라진다.
우리도 그냥 니스 사람처럼 그렇게 편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마세나 광장과 해변도로엔 밤에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대부분 여행자들로 보인다.
전날, 낮에 보았던 '패션계 거장'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풍선 마네킹도 밤엔 흐트러진 모습이다.
세 양반은 숙면 중이신지 쇼윈도를 외면한 채, 삐딱하게 기대어 있기도 하다.
이젠, 우리 모두 쉬어야 할 시간이다.
니스 빌 기차역은 Thiers 길에 있다.
도보로 해변까지 20~30분 거리로 ’Promenade des Anglais’, Jean Medecin(메데신 시장)까지 걷기 좋은 거리다.
99번 버스를 타고 니스 빌 기차역에서 니스 코트다쥐르 공항까지 이동할 수 있다.
니스 역(Gare de Nice Ville)은 전날 전세버스를 타고 숙소를 향하면서 스쳐 지나갔다. 오늘 밤엔 먼발치서 위치만 확인하고 들리진 못한다.
PM 10시를 훌쩍 넘은 시간, 해변에서 멀어질수록 숙소가 가까워질수록 주위가 너무 조용하고 한적하다.
우리 발자국 소리에 우리가 놀랄 정도다.
프롬나드 데 장글래같은 유명 관광지를 제외하면, 거리에서 사람을 만나기조차 힘들다.
우리나라에선 이 시간이면 길거리가 한낮처럼 붐비곤 했는데. 아, 이도 물론 2019년 이야기다.
지금은 코로나19와 변이 바이러스 전파와 확산 우려로 우리나라도 니스 거리만큼이나 조용하려나!
도심의 낮과 밤의 풍경은 화려한 조명으로 참 다르게 느껴진다. 조명은 화려해도 해변과 멀어진 니스 도심은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긴장된다. 밤이 낮보다 더 붐비는 서울에서 살다 온 우리에겐 참 생소한 도시 풍경이다.
우리 숙소 가까이, 노들 담 드 니스 성당이 있다. 나는 잠깐 동안 이 건물을 니스 역으로 착각했다.
잠시 후 성당임을 확인하고, 한동안 혼자 고개를 여러 번 끄덕였다. 기차역이라 하기엔 너무 아름답고 운치 있지 않나!
숙소 가까이 다 와서 서 이 깔끔한 건물을 새로 만난다. 정확하진 않지만 검색해보니 Direction De La Sante Et De L'autonomie (보건 자치국)으로 보이고, 회사 사무실들도 들어서 있는 듯 하다.
숙소 라운지도 너무 조용하다.
안내 데스크에도 다른 직원이 교대 근무하고 있다. 아까 그 매니저였다면, 반갑게 '굿 나이트' 인사 정도는 나눌 텐데.
주주와 레드루는 고풍스러운 수동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리 방으로 향한다.
기분이 좋으니, 피곤한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에제, 생폴 드 방스, 칸까지 들려오느라 피곤할 텐데, 어젯밤 초저녁부터 곯아떨어졌던 우리 모습은 어디로 간 거지?
에스카르고'와 '그르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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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 관광청 https://kr.france.fr/ko/cote-dazur/article/21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