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끈'을 지나가면, 하슬라 현대미술 2관에 닿는다.
'시간의 끈' 터널 계단을 내려서면, 하슬라 현대미술 2관에 닿는다.
이곳은 프랙털 전시(프랙털은 수학의 프랙털 이론을 컴퓨터로 환영하여 시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반복 구조나 자기 복제 구조를 말하는 것)를 비롯, 현대미술 기획 전시(전시가 매번 바뀐다고 함)가 열리는 곳이다.
프랙털은 수학, 기하학 연구 분야 중 하나로서, 자기 유사성을 갖는 기하학적 구조를 뜻한다. 쉽게 말하면 어떤 도형의 작은 일부를 확대해 봤을 때 그 도형의 전체 모습이 똑같이 반복되는 도형에 관한 연구이다. 자기 상사, 병리적이라는 다른 단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 자료출처: 위키백과
한쪽 벽에는 흰 거북이 29마리와 빨간 거북이 9마리가 질서 정연하게 붙어있다.
마치 군대 제식 훈련을 방불케 했다.
그 아래로는 흰 거북 18마리 빨간 거북 1마리가 자유로운 대열로 멈춰있다.
작가의 의도에 닿지 않은 채, 자율적으로 감상했다.
천장에는 풍선과 조형물들이 매달려 있고, 다른 쪽 벽에는 파란 하늘을 날고 있는 멍멍이들이 꿈길을 걷는 듯 가볍게 날고 있었다. 멍멍이는 모두 주황과 노랑 풍성을 매달고 자유롭게 하늘을 유영하고 있었다.
거북이보단 자유로워 보였다.
<날다>와 <잠자다>란 작품 세 점을 함께 감상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풍선을 허리에 묶고 날고 있는 멍멍이,
비행하는 아이의 다부진 표정,
편안해 보이는 잠든 소녀의 얼굴까지 모두 정겹다.
동심을 자극하는 작품들이다.
크리스티안 만스(Christian Manss)는 2016년 하슬라 국제 레지던시 초청작가다.
독일인인 그는 유럽인의 시각으로 한국의 정취를 작품에 담았다.
그는 고즈넉한 한국 전통 주택과 아름다운 단청, 한국의 자연 풍광을 다양한 색깔로 표현했다.
벽에 걸린 액자 속 사람은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하고 살았으면, 계속 커지던 코가 스스로의 어깨를 결박할 정도로 길어졌을까?
천장과 벽이 거울로 만들어진 공간으로 들어서니,
자꾸 바뀌는 굴곡된 외모 속에, 시시각각 변하는 마음까지 투영된다.
뭔가 감추고 싶은 속내를 들킨 것 같기도 했고, 이게 '나다'라고 그냥 다 드러내고 싶기도 했다.
현대미술 1관 '시간의 거울'에서 만났던 붉은 인간이 꽃으로 장식된 포토존을 지키고 있어, 내심 반가웠다.
형형색색의 꽃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것 같았다.
너무 진하지 않은 꽃향기(인공 방향제)가 꽃비에 묻어 내 머리 위로 흩날리고 있었다.
우주를 보는 것 같은 신비한 광경이 연출되는 터널로 GO!
이곳은 피노키오가 제페토 할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용감하게 들어갔던 그 고래 뱃속을 재현한 설치미술이다.
고래 뱃속을 빠져나오면, 드디어 은빛 철 구조물 입구에 닿는다.
둥근 원통형 구조물 안으로 들어가 위를 올려다보면,
'하슬라 뮤지엄 호텔' 건물 맨 꼭대기에서 곧 뛰어내릴 자세를 취하던 그 붉은 인간을 만나게 된다.
그는 지하까지 이어진 은빛 철 구조물 동그라미를 향해 불안한 자세로 위태롭게 그냥 멈춰있을 뿐이다.
혼자 뛰어내릴 결심만 하다 지친 그는 '끝내 뛰어내리지 못할 것이란 모두의 예감 아니 확신' 때문에 안쓰러워 보였다.
어쩜, 그의 저 불안한 자세와 부족한 실행력은 우리의 자화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뛰어내리면 그 끝은 자명하고, 불안한 삶의 영속성도 끊어내지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태라니!
처음 하슬라에 들어섰을 땐,
마냥 호기롭게 보였던 저 붉은 인간에게 이런 상황이 얼마나 지속된 것일까?
그래도 저 호방한 자세를 올려다보면, 자포자기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이제 그 유명한 하슬라의 동그라미 포토존과 현대미술 3관으로 이어진다.
탁 트인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뭔가에 막혀있던 일상을 벗어난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가슴까지 뻥 뚫리는 기분!
괘방산 언덕에 위치한 하슬라 뮤지엄은 지하로 내려서도 밖으로 통하는 표시를 따라나서면, 어디서나 동해가 넓은 가슴으로 사람들을 품어주는 곳이다.
탁 트인 천혜의 바다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는 하슬라 아트월드 건물 전체 철 구조물이 그냥 설치미술 예술품이었다.
무생물인 은빛 철 구조물이 마치 살아있는 초록빛 나무들처럼 바람에 흔들리면서 각기 다른 높낮이의 목소리를 낼 때마다 경이롭기까지 했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길게 짧게, 세게 약하게 울리는 맞울림이 어찌나 조화롭던지...
멀리 들려오는 파도 소리,
귀가를 울리는 설치미술 작품의 공명음까지,
이들이 함께 어울려 만들어내는 화음은 특별하면서도 아름다웠다.
현대미술 3관은 현대 설치미술과 피노키오 전시장이다.
동그람미 포도존과 현대미술 3관 스케치는 다음 글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