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서울 인천공항으로 돌아가는 길!
피렌체 더 몰에서 로마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제공항 가는 길, 지구 반대편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 첫 번째 경로라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회색 구름 가득 내린 하늘도 답답하기보단 포근하다. 토스카나주의 목가적인 전원풍경을 눈이 시리도록 바라보며 달린다.
엄마 주주와 딸 레드루가 함께 그려온 그동안 여행스케치가 차창밖 풍경과 오버랩된다. 평화로운 우리 마음 사이로 가끔 아쉬움도 들고 난다. 우리가 그려온 여행 이야기는 회색 구름 위로 두둥실 떠올라 우리와 같은 속도로 달린다.
공항에 도착하자, 우리는 우리를 이곳까지 실어다 준 전세버스 기사님과 작별인사부터 나눈다. 지난 3월 3일 저녁, 다빈치 공항에서 우리를 태워 로마 근교 숙소로 데려다준 첫날부터 오늘 10일 오후, 다시 같은 장소까지 우리 일행과 동행한 친절한 기사님께 'Grazie!' 짧은 인사를 남기며 헤어진다.
이별은 짧게 하고, 우리는 택스 리펀 오피스부터 찾는다. VAT REFUND, Customs라고 쓰인 노란색 안내판을 따라간다.
공항 택스 리펀 오피스엔 사람들로 붐빈다. 우리는 더 몰 택스 라운지 직원이 챙겨준 서류 봉투에 쓰인 대로 '글로벌 블루'에서 처리한다.
택스 리펀 오피스 직원을 만나기 전, 1) 여권 2) 비행기표(모바일 티켓 가능) 3) 더 몰 아웃렛에서 준비해준 리펀 서류와 영수증을 다시 한번 챙겨 확인한다. 영수증은 리펀 서류 봉투에 담겨있다.
아주 가끔 영수증과 실제 구입한 물품을 대조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구입한 물건은 수화물로 부치지 말고 손으로 들고 가는 것이 좋다.
준비해 간 서류만 제출하면, 오피스 직원이 다 알아서 처리해 준다. 우리가 낸 서류는 도장을 찍은 후, 오피스 직원이 그곳에 보관하고, 다시 돌려받은 것은 옆 사진에 보이는 Customs Stamp Receipt와 상세내역이 기재된 A4 용지다.
제출한 서류에 도장을 찍어서 우리에게 되돌려주는 줄 알았는데, 도장을 찍었다는 영수증만 준다.
아마도 실제 도장 찍힌 서류는 이탈리아 세관에서 보관하는가 보다.
A4용지에는, '아웃렛에서 준비해준 당신의 서류에 세관 도장을 찍음으로써 서류 효력이 입증되고, 이 서류는 글로벌 블루로 보내진다'라고 쓰여있다. 우리가 방문한 곳이 바로 글로벌 블루 오피스니, 세류는 이미 그곳에서 도착한 상태인 것이다. 우리는 택스 리펀 신청을 마치고 출국장으로 이동한다.
주주와 레드루도 이미 단체 관광객이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각자 제 갈 길로 사라졌다. 비행기에 탑승해도 만나긴 쉽지 않겠지만, 혹 인천공항에서 몇 명과 눈인사라도 나눌 수 있으려나! 서로 작별인사도 없이 이렇게 헤어지는구나. 떠나올 때처럼 주주와 레드루만 있다. 그냥 물 흐르듯 가는 시간 따라 모이고 헤어지는 일이니, 크게 괘념치 않는다.
이제 이탈리아에서 우리가 처리해야 할 일은 모두 끝났다. 아직 비행기 탈 시간도 꽤 남아있다. 이런 여유로운 시간, 여행 중에 있었음 더 좋았을 테지만 공항에서의 여유로움도 좋다.
다빈치 공항 킴보 카페
우리는 킴보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컵과일을 주문하고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무심히 바라보며 한가로운 오후 시간을 보낸다.
킴보 카페 앞 왼쪽, 여행객 누구나 연주할 수 있는 그랜드 피아노가 한 대 떡 버티고 있다. 우리가 30분 정도 앉아 있을 때, 실제 여행객 2 사람이 연주를 했다. 한 사람은 연주를 마치고 계단 아래로 사라져 갔고, 연주 중인 또 한 사람의 모습은 그곳에 남겨둔 채 우리가 먼저 자리를 뜬다.
주위 소음과 울림으로 음악 감상할 정도의 질 좋은 음향이 울리진 않았지만, 즉흥 연주자나, 즉석 청중이나 서로 여유롭게 즐기며 오간다. 우리도 잠시 귀를 쫑긋 열고 조용한 박수를 보낸 멋진 장소다.
다시 로마 트레비 분수 앞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이지만, 출국장 안 대형 사진 앞에서 찍었다. 마치 트레비 분수 앞에서 찍은 것 같다. 실제 트레비 분수 앞에선 인파에 밀려 제대로 된 사진조차 한 장 남기지 못했다.
이 사진을 보고 슬쩍 속아주는 이들도 있으려나!
탑승장 E 31~44행, 피플 무버 정류장
피플 무버를 타고 영상을 찍기 시작했는데, 찍자마자 곧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들린다.
탑승게이트
이렇게 엄마 주주와 딸 레드루의 7박 9일간 이탈리아와 남프랑스 여행이 끝나간다. 돌아가는 여정은 야간비행이다. 지난밤 호텔 룸 정전사고로 부족했던 잠을 채워주기 딱 좋은 시간이다. 딸과의 여행이 내겐 행복한 시간이었다. 딸도 나처럼 행복했길 바란다.
레드루는 탑승게이트 근처에서 뿌(레드루 남편)와 영상통화를 한다. 딸은 내일이면 뿌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더 보고 싶단다. 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본다. 월요일 PM 2시경 도착 예정인데, 사위가 인천공항으로 우릴 마중 나올 예정이다.
아시아나 OZ562편 탑승
이탈리아 현지 시간 PM 6:10분, 예정대로 우리를 태운 아시아나 비행기가 이륙한다.
돌아올 때도 비행기는 우리 곁 한 좌석을 비운 채로 출발한다. 만석으로 꽉 찬 장거리 여행에서 교대로 누워 잠을 청할 수 있으니, 여행 시작부터 끝까지 우리에겐 행운이었다.
석식은 비빔밥, 조식은 해물 밥을 선택한다. 지난 이틀간 스파게티와 중식만 먹어서인지. 쌀밥만 봐도 좋더라!
야간비행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잠자는 시간이 길어진다. 좋아하는 영화감상은 <그린북> 한 편으로 만족하고, 숙면을 취했다.
아시아나 OZ562편으로 다시 서울로 날아온 13시간, 핸드폰 시계는 아직 로마 현지시간을 가리킨다. 우리는 천천히 핸드폰을 껐다 켠다.
오늘(3월 11일)도 서울엔 미세먼지가 가득하다. 짙은 회색 하늘과 뿌연 공간을 마주하니 파랗다 못해 눈이 시리던 지중해 하늘이 떠오른다. 아쉽고 답답한 마음으로 소중한 서울의 탁한 공기를 힘껏 들이마신다.
일부로 휴가 내고, 우릴 마중 나온 환한 사위 얼굴을 마주하고서야 서울이라는 사실이 더 실감 난다. 공항에서 사위가 사 온 '공들여 맛있는 차' 아이스 공차를 받아 들고 차에 오른다.
주주와 레드루의 이탈리아, 남프랑스 여정은 이미 아름다운 추억으로 머문다. 나를 바래다주고, 제 집으로 돌아가는 딸과 사위의 모습이 다정하다.
혼자 텅 빈 8층 집으로 들어서니, 온몸으로 피로가 몰려든다. 남편 묵은 오늘 아침(월) 일찍 지방 출장을 떠났고, 아들도 아직 퇴근 전이다. 썰렁한 집안으로 들어서는데, 허리는 왜 이렇게 아픈지. 내일 당장 병원부터 가봐야겠다.
기분도 좋고, 딸과 함께 담아온 소중한 추억도 아름답기만 한데, 한번 고장 난 허리는 세월을 비껴가지 못하고 피곤할 때마다 통증을 보내온다. 그래도 여행에서 돌아와 아프기 시작하니, 그것만으로도 내겐 또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