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목도 꽃치자도 그윽한 향기가 오랫동안 남는 귀한 꽃을 피운다.
지난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행운목 꽃이 다시 피었다 졌다.
29년 전, 어린 아들이 2천 원을 주고 사 온 행운목은 잘린 작은 나무토막 위에 좌우 새싹을 딱 2개 달고 우리 가족이 됐다.
15년 동안 키만 쑥쑥 크고, 넓적한 초록 잎만 무성하더니 - 분갈이도 서너 번 해 주었지만 - 원래 키우던 행운목은 귀한 꽃 한 번 피우지 못하고 우리와의 인연을 다했다.
지금 남아있는 행운목은 연을 다한 어미 행운목에서 싹을 꺾어 물에서 뿌리를 내려 옮겨 심은 나무다.
기특하게도 이 옮겨 심은 행운목에서 지난 2021년 11월, 아름답고 향기로운 흰 꽃이 폈다.
그 당시 기쁨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지난 4월 19일, 이 행운목이 또다시 꽃망울을 품고,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걸 뒤늦게서야 발견했다.
변덕스러운 인심은 21년 피워낸 첫 꽃만큼 많은 애정과 관심을 보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어서 하루하루 피워내는 꽃망울을 바라보며 아쉬움이 들었다. 그리고 햇빛 덜 드는 실내가 행운목이 꽃피우기 더 좋은 환경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볕이 직접 위쪽으로 핀 꽃에 닿지 않는다는 생각과 내 아픈 왼쪽 어깨와 양손을 물리치료 중이라는 핑계로 방치해 둔 것도 크게 미안했다. 행운목 꽃은 이른 아침엔 흰빛으로 곱던 꽃이 낮엔 점점 갈색으로 물들다가 밤이 되면 다시 흰 낯으로 활짝 웃곤 했다.
올해는 행운목 꽃의 가장 아름답던 순간을 사진에 담아두지 못한 것도 크게 아쉽고...
손녀 꾸미도 이제는 유치원생이 되어, 자주 할미를 찾지 못하니 꾸미 맘도 잦게 보기 힘들다. 아들도 재택근무가 완전히 끝나 서울로 다시 돌아간 지 벌써 1년이 되어간다. '묵'과는 계속 주말부부이다 보니 혼자 무거운 화분을 들어 옮기는 것도 삼가며 살고 있다.
그래도 행운목과 내 마음이 통했는지, 여러 날 성장을 거듭하면서 흰 꽃을 곱게 피우고, 고귀한 향기를 가득 선물했다. 그리고 어느새 조금씩 시들어 가기 시작했고, 나는 그 과정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꽃 한 송이도 필 때가 되어 피었으니, 질 때가 되면 이별할 수밖에...
우리는 그저 자연의 이치대로 살다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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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아침, 꽃치자 연노란색 꽃봉오리가 열릴 듯 말 듯 한 모습에 잠시 눈길이 갔다.
외출했다가 오후 2시 반경 집으로 돌아오니, 눈부시도록 고운 흰 꽃이 진하지 않은 그윽한 향기를 풍기며 활짝 피어있었다.
10년 전, 아들이 집으로 처음 데려온 작은 꽃치자나무에서 흰 꽃 한 송이를 처음 마주했던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치자 꽃은 아직도 곱다. 그러나 하루 이틀, 사흘 만에 활짝 다 피어 버린 치자 꽃이 왠지 안쓰럽다.
그 젊음(?)이 너무나 짧게 느껴져서일까!
그러나 이는 사람의 눈으로 바라다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
우리 가족은 이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2015년 봄 한 계절을 인내하며 기다려온 꽃치자나무의 노고를 기억한다.
7월에 피는 꽃이라는데, 5월 말에 벌써 개화해서 더 큰 기쁨을 주는구나!
이젠, 모든 시든 꽃들조차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 같다. - 딱 10년 전인 2015년 5월 22일 기록 -
오늘(22일) 아침(6시 30분)엔 기상하자마자 베란다로 나섰다.
어제 핀 치자 꽃 2송이는 흐트러지듯 꽃잎을 뒤로 젖히고 있었고, 왼쪽 아래서 새로운 꽃이 또 피어오르고 있었다. 꽃치자나무는 저희들끼리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며 오늘도 어김없이 새 꽃을 피운다.
오늘, 지금 막 개화한 꽃이 가장 아름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곧 절정을 보낸 흰 치자 꽃은 갈색으로 변해 갈 것이고, 일부는 연갈색 꽃잎을 곧 떨궈낼 것이다. 먼저 피었다 먼저 떠나기도 하고, 먼저 피웠어도 좀 더 긴 젊음을 유지하기도 하지만, 그 끝은 모두 같다.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우고 때가 되면 진다.
치자 꽃은 매해 새로 핀다. 작년과 재작년엔 4~5송이 꽃을 피우고 말더니, 겨울엔 초록잎을 떨궈내고도 줄기가 영 성치 않아 보여서 내심 걱정을 했다. 봄기운이 느껴지자마자 알갱이로 된 영양제를 한 달에 2번 정도 뿌려주었고 흙이 마르지 않도록 물도 신경 써서 주곤 했다. 정성이 통했던지, 스스로 강인해졌는지, 올해는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많은 꽃봉오리를 달고 있다.
모든 생명체들도 어쩜 꽃처럼 피었다 지듯 살다 간다.
이 꽃치자 나무는 튼실한 뿌리와 줄기로 건강을 회복했으니, 나보다 더 오래 살아줬으면 좋겠다.
꽃치자의 꽃말 : 청결, 순결, 행복, 한없는 즐거움
치자나무와 비슷하나 잎과 꽃이 작으며, 기본 변종은 꽃잎이 만첩으로서 천엽 치자라고 하지만 모두 같은 변종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치자에 비해 꽃이 아름답기 때문에 꽃치자라고 하며 중부지방에서도 온실에서 가꾸고 있다. - 국립수목원 국가 생물종 지식 정보 : 식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