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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울산 여행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 담긴 신석기인의 혼과 예술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선사 예술의 걸작품

by Someday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태화강 상류 지류 하천인 반구천(대곡천) 절벽, 반구대 하류 약 0.7km 지점에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천전리 명문암각화를 묶어 단일 유산인 '반구천의 암각화'라는 명칭으로 2025년 7월 12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천혜의 비경 속, 수직 바위면에 새겨진 신석기시대 사람들의 다양한 그림들은 그야말로 선사 예술의 걸작품들이다.

이날, 울산암각화 박물관 -> 반구서원 유허비 -> 반구서원 -> 울주 대곡리 연로개수기 -> 대곡리 공룡발자국 화석 ->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 '반구대 암각화 사진 속으로'에서 반구대 암각화 바라보기 코스를 따라 걷던 길은 호젓하고 아름다운 숲길이었다.

돌아 나오면서 중간 지점에서 방향을 바꾸어 좀 더 조용한 위쪽 숲길로 접어들면, 들릴 수 있는 곳이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 울주 반구천 일원이다.

우리는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만 들려서 오던 길을 그대로 돌아 나왔다.


반구서원 유허비

대곡천 옆 도에서 바라본 반구서원 유허비

'반구서원 유허비'로 오르기 위해서는 대곡천을 건너야 한다.

마침, 유허비 앞쪽 대곡천은 폭이 넓지 않아 징검다리를 쉽게 건널 수 있지만, 시작과 끝 쪽 돌다리 위로는 물이 남실넘실 넘나들고 있어 미끄러움을 조심하며 건너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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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서원 유허비가 있는 언덕 위에서 바라본 대곡천 주위 풍경 / 언덕 위로 오르내리는 나무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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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서원 유허비' 측면과 정면
반고서원유허비실기, 포은대실록비, 포은대실록비

유허비(遺墟碑)란 한 인물의 옛 자취를 밝혀 후세에 알리고자 세우는 비석이다.

이 비는 고려 말 충신 포은 정몽주(1337〜1392) 선생의 학덕을 기리고 있다.

포은 선생은 고려 우왕 1년(1375) 성균관 대사성 벼슬에 있으면서 중국 명나라를 배척하고 원나라와 친하게 지내려는 친원배명(親元排明) 정책에 반대하다가 언양에서 1년 넘게 귀양살이를 했다. 선생은 1년 동안 반구대에 올라 “중양절감회(重陽節感懷)”라는 시를 짓는 등 많은 자취를 남겼다. 지역민들은 선생을 추모하여 반구대를 ‘포은대’라 명명하기도 했다.

그 후, 지역 유림들은 포은대영모비(1885), 포은대실록비(1890), 반고서원유허비실기(1901) 3기의 비석을 차례로 세웠으며, 1965년 대곡천을 끼고 흐르는 풍광이 아름다운 현 위치로 이전했다.


대곡천 주위 비경
반구서원 유허비에서 내려와, 마주한 대곡천과 주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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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천 징검다리로 유허비를 오간다. - 오른쪽으로 보이는 반구서원


반구서원

반구서원 입구(10월 23일, 문은 굳게 닫혀 있었음)

‘언양읍지’에 의하면 반구 서원은 1712년(숙종 38) 때 세워졌다.

서원은 전통적인 한옥 양식으로 지어진 아름다운 건축물로, 이위, 김영하(英夏), 김지(志), 박문상(朴文祥) 등이 건립 주체 사림으로 착공 1년 만에 완공, 1713년(숙종 39) 위 3 선현을 봉안했다.

서원은 유학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기관으로, 반구서원은 퇴계 이황의 학문 영향을 받았다.

언양 지역 유생들은 포은 정몽주, 회재 이언적, 한강 정구 세 분을 추앙하여 반구서원에서 제사를 드렸다.

선현 중 정몽주와 이언적은 울산의 구강서원에 이미 봉안되어 있었고, 정구는 퇴계 문인으로, 언양과 그리 멀지 않은 성주 출신이어서 이곳에 함께 봉안한 것으로 보인다.

시경(詩經)의 반구서원은 구강서원과는 달리 사액되지 못했다.

이는 언양 사림이 중앙의 정치세력과 연결하여 사액 운동을 벌일 수 있는 정치적, 경제적 실력이 부족했음을 의미한다. 1871(고종 8) 흥선대원군의 명으로 서원은 문을 닫게 된다.


왼쪽 숲 속, '반구서원 유허비' / 대곡천 / 오른쪽, 나무 사이로 보이는 반구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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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곡천을 둘러싼 아름다운 풍경, 애니메이션


대곡리 반구대로 가는 길, 대곡천 맞은편으로 보이는 반구서원 유허비


울주 대곡리 연로개수기

반구대 암각화를 찾아가는 길 중간쯤, '울주 대곡리 연로개수리기'라는 표지판을 앞에 둔 바위와 명문이 보인다. '연로'는 벼룻길, '개수기'는 이 길의 개수공사 과정을 기록으로 보여준다. 순치 12년 (1655년) 연로를 개수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지만, 일부 글자는 판독이 어렵다.

벼루 길은 '벼루처럼 미끄러운 바윗길', '벼루에서 음차(音借)한 벼랑길', '사대부들이 수시로 드나들던 학문길' 등을 뜻하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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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리 공룡발자국 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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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리 반구대로 가는 길

대곡천을 끼고 아름다운 숲 길을 따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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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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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가 새겨져 있는 바위면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가 새겨진 판판한 바위면은 위쪽이 2~3m 정도 처마처럼 튀어나와 있다. 이런 자연적인 구조는 비바람으로부터 암각화를 보호한다. 이곳에 새겨진 312점 그림 중에는 여러 종류의 고래, 거북, 상어와 같은 바다 동물이 있고, 호랑이, 사슴, 멧돼지 같은 육지 동물도 최소 20여 종이 확인된다. 동물 그림은 종의 특징이 잘 반영된 동물 그림은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이며 입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사람들이 배를 타고 고래를 잡거나 활과 화살을 이용해 동물을 사냥하는 모습은 선사 시대의 생활과 일상을 그대로 담고 있으며, 특히 고래와 고래잡이 그림은 전 세계의 암각화 중에서 가장 다양하고 창의적인 것으로 확인된다.


폰 카메라 줌을 당겨서 찍은, 반구대 암각화가 그려진 바위면

바위에 새겨진 다양한 동물과 도구 그림은 울산 및 동남해안의 신석기시대 유적에서 출토되는 동물 뼈 및 도구와 일치, 약 7,000년 전 신석기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동아시아 연안에 위치한 한반도 신석기시대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예술 세계를 보여주는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안내 / 현지 해설사와 암각화 그림 / 암각화 그림 위치

나의 경우, 흥미로운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눈앞에 펼쳐두고도 제대로 보이는 형제가 거의 없었다.

물론 내 침침한 시력과 한계에 부딪힌 누진다 초점 안경 탓도 있겠지만, 더 아쉬웠던 건 찬란한 태양이었다.

찾아가도 보이질 않으니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울산암각화 박물관'에서 살펴본 사진과 그림으로 대신하면서, 우리는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둘러보고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엔 가을비가 살짝 흩뿌렸다.

잠깐씩 보슬비를 맞으며 대곡리 숲길을 돌아 나왔다.(울산에서의 2박 3일간 내내 비가 오락가락 ㅠ)

그러나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 발길을 돌리지 않고 돌아온 것이 종내 아쉬웠다. 가지 않은 길을 남겨두고 돌아오는 허전한 마음!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태화강 지류 대곡천 중류에 있다.

선사부터 신라까지 새겨진 암각화와 명문이 상·하단으로 나뉘어 새겨진 유적이다.

상부에는 기하학적 무늬와 동물·인물상이, 하부에는 기마 행렬도·배·용·말 등이 새겨져 있다. 1.7m의 셰일 암면 상부는 쪼기, 하부는 선 긋기 기법으로 새겨졌다.

명문은 약 800자 이상으로, 법흥왕대에 두 차례 새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왕과 왕비의 방문을 기념하고 관직명과 6부 체제 언급이 있어, 6세기 신라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

약 15° 정도 기울어진 바위가 자연스러운 그늘을 만들어 보존에 유리한 형태를 보이나, 스멕타이트(녹점토 綠粘土) 성분으로 풍화가 빠른 것이 아쉽다. 또한 2011년 일부 관람객들의 낙서가 발견되어 제거했으나, 2003년에도 30여 개 낙서가 확인된 바 있었다.

2025년 7월 12일 ‘반구천의 암각화’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 상시 개방, 무료 주차, 화장실 이용 가능 (문의: 052-204-0321~4)



울주 반구천 일원 - 2021년 4월, 국가지정 명승


울주 반구천 일원은 천마산에서 발원한 물길이 연화산 등을 굽이치며 수많은 절벽과 협곡, 옛 물길, 습지 등을 만들어냈다.

암각화와 구곡 경관 가치가 뛰어난 '울주 반구천 일원'은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문화재이며,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묶어 260필지 68만여㎡ 규모로 지정됐고, 단일 유산인 '반구천의 암각화'라는 명칭으로 2025년 7월 12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환경개선 세계유산 등재 탄력

이 일대는 중생대 백악기 퇴적암층으로 초식공룡 및 익룡의 발자국 화석이 있다.

특히, 암각화 인근에서는 *코리스토데라 발자국이 발견돼 '노바페스 울산엔시스(Novapes ulsanensis)'로 명명되었다.

반구천은 다양한 지형과 숲을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반구천'은 조선 시대까지 불렸던 현재 '대곡천'의 원래 이름이다.

* 코리스토데라: 중생대 수생 파충류의 일종으로 신생대에 멸종


다음 방문지는 울산 장생포 노을 길이다.

장생포는 고래문화 특구이며, 장생포 고래 박물관, 고래문화 마을, 고래생태체험관, 울산함 등을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https://www.ulsan.go.kr/s/bangucheonpetroglyphs/contents.ulsan?mId=0010010040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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