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산역, 평화의 소녀상 / 전주 덕진공원 야경 / 전주 타미 호텔
4월 3일(금) 18시 15분경 익산역 도착.
남편 '묵'이 조금 핼쑥해 보이는 얼굴에 한가득 웃음꽃을 담아 날리며, 날 맞아준다.
나 역시 '국민연금 수급자 아카데미' 수업을 마치고, 여행 가방조차 챙기지 않은 채 그대로 천안역에서 무궁화호에 올랐으니, 살짝 피곤했다. '가볍게 피곤하지 않게 살기'로 작정했지만, 우리 부부 마른 몸엔 늘 피곤의 그림자(목감기, 소화불량...)가 따라다닌다. '묵'은 지난주부터 고생한 장염을 살살 다스려가고 있는 중이고, 나는 수 주 동안 목감기 증세로 목이 간질간질, 콧물이 훌쩍훌쩍 들고난다. 이 모든 증상이 우리 부부가 벌써 완전한 노친네로 등극(?) 한 징조이기도 하니, 참 대단한 지위에 올랐다.
우리는 거의 10년 만에 다시 익산과 전주 나들이를 나섰다.
지난 2016년 8월, 익산 문화 예술의 거리, 웅포관광지인 '신들 강 웅포마을', 사찰 숭림사, 보석 박물관, 아직 복원공사 중이던 미륵사지를 둘러보고, 전주 한옥마을 돌아본 여행 기록이 남아있어, 잠시 다시 들여다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러나 이젠 여유롭게 한두 곳만 집중적으로 천천히 둘러볼 생각이다.
열차가 익산역에 정차하자 다른 역보다 더 많은 사람이 긴 줄을 만들며 내린다.
익산역(益山驛)은 호남선, 전라선, 장항선을 경유하는 모든 여객열차가 정차하는 철도역이다. 구내에 익산 차량사업소, 익산기관차·열차승무사업소, 한국철도공사 전북본부가 있는 우리나라 교통의 요지라 할 수 있다. 1977년 11월 11일 당시 이리 역구내 폭발사고가 발생했던 곳으로 1978년 11월 구 역사 준공, 9월 1일 익산역으로 역명이 변경됐다.
위 사진에 보이는 지금의 신역사는 2013년 7월 26일 신축 착공하여, 2015년 9월 30일 준공됐다.
익산역은 일제강점기인 1912년 현재 위치에 세워졌다. 10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때, 익산역 맞은편으로 조성된 익산문화 예술의 거리를 산책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상권이 활성화되어있지 않은 것이, 이방인 눈에도 단번에 느껴졌었는데, 오늘은 역사 주변이 확실히 10년 전보단 활기차 보였다. 그리고 역 앞 광장 왼쪽으로 당시엔 없던 '평화의 소녀상'까지 보였다.
호남 교통 관문이자 일제 수탈 현장으로 민족의 아픔을 간직해 온 역사적 장소인 이곳에 2017년 8월 15일 72주년 광복절 기념, '익산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소녀상 빈 의자 옆, 바닥에는 평화비가 누워져 있다. 젊은 청년들은 일제에 의해 강제 징집되어 전쟁터로, 그리고 어린 소녀들은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위안부로 끌러 갔던 역 터였다.
'일본군 성 노예의 삶'을 강요당한 소녀들의 한이 서린 이 장소에서 '익산 평화의 소녀상'을 마주하자니, 마음 한편이 아려온다.
이제 우리 땅 한반도에는 평화와 인권이 넘치도록 꽃 피워, 다시는 당시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는 강한 문화민족으로 더욱 성장해 갈 것이다.
익산은 다음 날 둘러보기로 하고, 이날(금)은 '묵'이 미리 예약해 둔 전주 숙소를 향해 달렸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덕진공원과 숙소 가까이 있는 '정담'에서 저녁식사부터 했다.
우리 부부에겐 제법 푸짐한 양이었다.
오징어볶음은 매운 정도와 익힘 상태가 딱 좋았다. 쫄깃쫄깃한 오징어와 아삭아삭한 콩나물이 조화를 이룬 맛이었지만, 최근 두 사람 모두 입맛을 잃은 건강 상태여서 아쉽게도 반찬을 남기고 나왔다. 밑반찬은 맛도 메뉴도 부실한 편이었는데, 이도 물가가 오른 탓일까. 세월이 흐르니, 전라도 고유의 맛깔난 밑반찬을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지도 모르겠다.
봄비가 한두 방울씩 내리기 시작했지만, '덕진공원'의 아름다운 야경이 자꾸 발길을 끌었다.
잠시 앞쪽만 둘러보고 내일 아침 산책을 혼자 머릿속으로 그려두며 돌아 나왔다.
고려 시대 조성된 탑으로 추정된다. 높이 277m 내외 아담한 규모의 탑으로 원래 익산 왕궁면에 있던 것을 1927년 현재 위치로 옮긴 것으로 전해지며, 전주 향토문화유산 제3호로 지정되어 있다.
가랑비 내리는 4월 초 봄밤은 낮과 달리, 으스스 한기가 느껴졌다.
내일 아침, 자세하게 돌아보기로 하고, 밤 산책을 금세 접었다.
연지문을 돌아 나와, 근처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우동(가락국수) 컵라면, 산양 프로틴 치즈, 떠먹는 요구르트 등을 사서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최신 호텔급은 아니지만, 우리 부부가 하룻밤 묵기엔 깔끔하고 널찍했다. 욕실의 흰 타일 벽과 욕조가 깨끗해서 이용하는 마음이 편했다. 특히, 봄비가 내려서인지 밤새 내내 난방이 작동, 온몸이 따뜻하고 노곤한 채로 숙면을 취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타미 호텔 7층 룸에서 덕진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부슬부슬 밤비가 오락가락 내리는 덕진공원 야경은 한마디로 압권이었다. 내일 아침엔 또 어떤 풍경을 마주하게 될까!
* 아침에 마주하게 될 덕진공원 풍경 스케치는 다음 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