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와 젬베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삶의 대비도 음미해 볼만하다.
20년간 한 대학에서 같은 과목을 강의해 오고 있는 베일 교수는 피아니스였던 아내를 여의고, 코네티컷에서 혼자 쓸쓸하고 단조로운 삶을 짐짓 바쁜 척하며 살아간다. 아내를 생각하며, 뒤늦게 피아노를 배우려는 월터 교수는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한다'라며, 나이를 문제 삼는 피아노 선생이 야속하기만 하다.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하게 된 월터는 한동안 비워 두었던 본인의 집에서 뜻밖에 불법 체류자인 시리아 난민 타렉과 그의 연인을 대면하게 된다. 월터는 갈 곳 없는 그들을 잠시 동안 그대로 머무르며 살도록 한다. 그렇게 함께 살게 된 세 사람, 타렉은 고마움의 표시로 월터에게 젬베 연주를 가르쳐 주겠다고 한다.
젬베는 손바닥과 손가락으로 연주하는 술잔 모양 악기로, 아프리카 전통 타악기다. 월터와 타렉은 아프리카 전통 악기인 젬베 리듬을 통해 서로 한층 가까워진다. 타렉도 이 악기를 통해 아프리카 여인인 자이납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음악 만한 만국 공통어가 또 있을까?
영화에서 피아노와 젬베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삶의 대비도 음미해 볼만하다. 고전음악을 대표하는 악기와 아프리카 전통 타악기. 피아노는 멜로디를 연주하는 악기라면, 젬베는 리듬을 연주하는 악기이다.
월터의 나이를 문제 삼고 좌절감을 안겨준 피아노 선생의 태도와 젬베 연주를 권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는 타렉의 태도도 대조적이다. 피아노는 오랜 시간 배워야 연주를 할 수 있는 악기지만, 젬베는 리듬 악보와 기본 음표 보기, 타법 익히기만 해도 일단 신나는 리듬과 흥에 곧 빠져들게 된다. 물론 젬베도 경지에 이르려면 다양한 주법을 오랫동안 즐기며 연주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젬베는 치는 타법에 따라 소리가 다르게 나는 세 가지 소리가 중요하다. 아프리카 타법이다. 구음으로 표시하면 가장 저음인 둠(DUM), 중간음 두(DU), 고음 케(KE)로 나타낸다. 젬베는 더 할 수 없이 심취할 수 있는 신나는 타악기다.
두 사람은 뉴욕 센트럴 파크로 젬베를 연주하러 간다. 첫 공연을 앞두고, 마냥 어색해 보이는 월터의 표정이 재미있다. 그는 젊은 청년들과 함께 연주를 즐기며 훌륭한 데뷔를 했다. 타렉은 젬베를 두드리며 생계를 연명해 가고 있지만, 길거리와 주점에서라도 젬베를 연주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청년이다.
타렉에게는 소중한 두 사람이 있다. 연인인 자이납과 어머니인 모나. 아프리카 세네갈 불법 이민자인 자이납은 독실한 이슬람 여인으로 묘사된다. 어머니 모나는 7~8년 전 이미 미국 정부로부터 출국명령을 받은 사실이 있으나 출국명령 통지서를 찢어 버리고, 받은 적이 없다고 숨기며 살아온 불법 이민자다. 영화에서 타렉과 모나는 이슬람교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사람들로 보이기도 한다.
지하철역에서 이유도 없이 끌려 와, 불법 이민자 수용소에 감금되어 있는 타렉을 위해 월터는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선다. 시리아 여인인 모나와도 좋은 친구가 되어, 타렉을 위해 동분서주 하지만... 타렉은 월터와 모나, 자이납의 기대와는 달리, 시리아 추방 명령을 받는다. 모나도 남은 삶을 아들과 함께 하기 위해 스스로 시리아행을 택한다.
베일 교수로 분한 리처드 젠킨스의 안정된 연기는 신뢰감을 준다. 실제 60세 나이에 월터로 분한 리처드 젠킨스 연기는 그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듯했다.
영화 마지막 장면, 혼자 남게 된 월터는 젬베를 메고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타렉이 ‘손님이 많은 저곳에서 연주하고 싶다.’라고 했던 브로드웨이 지하철 역이다. 이곳에서 혼자 젬베를 연주하는 월터 모습 앞으로 열차가 무심하게 지나간다.
모두들 다른 곳에서 각자의 삶은 이어지겠지만, 타렉과 모나가 본국으로 돌아가서 이어가야 할 삶의 무게가 무겁게 전해진다.